[고의서산책404] 桑韓唱和塤篪集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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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404] 桑韓唱和塤篪集②
  • 승인 2009.02.13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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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끝에서 이뤄진 난치병 심포지엄

이른바 己亥使行(숙종 45, 1719) 때의 일을 기록한 이 책이 중요한 이유는 내용이나 분량 면에서 그 어느 해의 기록보다도 한국의학사와 의학교류에 관한 내용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우선 의학문답이 집중되어 있는 권3, 4, 8, 9에 수록된 내용 가운데 논의된 몇 가지 사례를 분석해 소개해 보고자 한다. 위의 4권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서도 문답에 참여한 의원들의 인적사항이나 전체적인 성격을 이해하는 데에 필요한 여러 가지 정보들이 있지만 지면이 제한되어 독자의 흥미가 집중되는 것만을 부각해 보기로 한다.

먼저 의학문답에서 가장 초점이 되는 주제는 의원의 신분에 걸맞게 난치 질환에 대한 자문인데 心下痞塞과 腫脹에 대한 문답으로부터 勞瘵·癆蟲, 痔疾, 脫肛과 小兒 疳眼, 齒齦宣露, 靑筋證, 赤白膿痢, 流注骨疽, 肝火, 傷寒, 翻胃에 대한 문답 등이 수록되어 있다. 그 중 勞瘵·癆蟲에 대한 문답을 살펴보자. 일본 의원 北尾春竹이 묻기를 “얼굴색이 창백하고 점차 몸이 말라가면서 오전에 춥다가 오후에는 열이 나며, 盜汗과 咳嗽가 있으면서 설사가 나고 발이 부어오르면서 죽습니다. 陰虛火動인 줄 알고 當歸, 地黃을 썼는데 胸膈에서 막혀버리고, 知母, 黃柏을 쓰면 설사가 심해지고, 인삼으로 보하면 咳嗽가 심해지며 痰을 토합니다. 서로 전염되어 집안사람 모두가 죽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이러한 증상은 그 기운에 감촉되기 때문입니까? 勞蟲이 전염되기 때문입니까?”라고 물었다.

이 질문에 대해 조선사절의 良醫 權道는 다음과 같이 답한다. “이런 병증은 모두 腎氣를 지나치게 소모해서 생긴 것입니다. 河車六味元 같은 처방을 오래 복용시켜 치료합니다. 그러나 여러 사람들에게 전염되는 경우에는 반드시 癆蟲이 생긴 것입니다. 마땅히 蓮心散, 紅椒散으로 惡物을 설사시킨 후에 氣血을 大補하는 약을 꾸준히 복용해야합니다. 5~6명 이상 감염되었다면 차라리 멀리 피하는 것이 낫습니다.”

노채는 潮熱, 盜汗, 기침, 설사 등의 증상을 일으키며 살이 빠지는 병증으로써 폐결핵과 유사한 질환이다. 18세기 초 일본에는 이 같은 전염병이 흔했기 때문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권도는 여러 처방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광범위하게 전염되었다면 치료보다는 방역이 우선이라는 의견을 말한다. 이는 전염성이 강한 노채에 대하여 초기 단계에서부터 순차적인 치료 및 예방의학적 처치법을 제시한 것이다.

또 赤白膿痢에 대해 다음과 같은 문답이 이루어졌다. 北尾春倫은 “어떤 부인이 30여세인데 3년간 赤白膿痢를 앓고 있습니다. 밤새도록 수차례 설사를 하고 裏急後重한데 …… 병은 더욱 심해져 초겨울이 되어 몸져눕더니 음식도 먹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혹 증세가 더하고 덜하다가 배에는 덩어리가 있는데 上脘에서 배꼽에 이릅니다. 누르면 아프지는 않지만 굳고 단단합니다. …… 수족은 攣縮하며, 소변은 澁少하고 전신에 부종이 있습니다. 左右의 脈은 모두 약하고 여러 가지 약방을 써 봐도 효과가 없습니다.” 이에 대해 조선 의관 金光泗는 八物湯에 黃連, 阿膠珠를 1돈씩 넣어 달인 물에 四神丸을 함께 복용하도록 지시한다.

이질의 원인은 일반적으로 腸胃가 內虛한데도 生冷하고 불결한 음식을 먹어 濕熱이 안에 쌓이게 된 것이며, 주요 병기는 熱毒이 대장으로 下注하여 대장의 氣가 정체하고 혈이 뭉친 것으로 腹痛, 裡急後重, 下利, 便膿血 같은 증상을 동반한다. 적백농리를 3년간이나 앓았다면 이미 병이 오래 경과되어 脾腎이 모두 허해진 상태로 판단한다.

환자의 병증에 대한 상세한 설명에 비해 김광사의 답변은 매우 간략하다. 단지 구토가 있었는지 여부만을 묻고 즉석에서 처방을 알려주었는데, ‘諸嘔吐酸, 皆屬於熱’이라는 『내경』의 원칙에 충실한 것으로, 구토가 있을 경우 利藥의 사용에 신중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이런 경우 利藥을 과다하게 사용하면 脾氣가 손상되어 증상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八物湯은 氣血兩虛에 쓰는 대표적인 처방으로 오랫동안 낫지 않은 이질로 몸이 허로해진 경우와 休息痢와 같이 증상이 생겼다가 없어지기를 수년간 반복하는 경우에 사용하는데, 위의 병례에 정확하게 들어맞는 처방이다. 다음 주엔 침구와 본초 관련 문답을 좀 더 살펴보기로 하자.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 문헌연구센터장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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