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402] 醫方新鑑
상태바
[고의서산책402] 醫方新鑑
  • 승인 2009.01.28 13: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콜레라의 한의학적 처치법

구한말에서 일제강점기에 이르는 시기에 전통의학은 주류의학에서 밀려나고, 기존의 한의는 醫生이라는 이름으로 격하되었다.
學醫를 표방했던 儒醫들은 대부분 의생등록을 하지 않았고, 일제의 통감정치가 시작된 이래 한의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이 두절됨으로써 한의학의 자체 발전은 지체될 수밖에 없었다.
『醫方新鑑』은 이렇듯 암울했던 시기에 나온 책으로 1913년 新塢 韓秉璉이 廣成醫院에서 저술하고 1915년 그의 아들 韓錫元이 校閱하여 서울 滙東書館에서 발행하였다.

이 책은 『東醫寶監』, 『醫學入門』, 『景岳全書』 등 36종의 한의학 서적을 참고하고 저자의 경험을 덧붙여 만든 것이다.
번잡한 의론을 피하고 임상에 필요한 의론과 처방만을 요령있게 정리하였을 뿐만 아니라, 변증과 치료에 있어 서양의술을 한의학적으로 수용한 내용도 있어 신의학의 영역을 융합하고자 노력한 실용 의서라 할 수 있다.

韓秉璉은 한의학술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서양의술에 대해서도 수용하는 진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는 서양의학이 아성을 굳혀가는 시점인 일제시대를 살면서, 급변한 시대상황을 재빨리 직시하여 실질적인 대처 방안을 모색고자 다방면으로 노력했다고 말할 수 있다.
시대적 한계와 역경을 딛고 한 단계 발전된 의학적 지식을 담아내고자 했던 『의방신감』을 통해 우리는 민족의학의 계승과 발전을 위하여 노력한 일제강점기 한의들의 입장과 고뇌를 엿볼 수 있으리라고 본다.

본서는 상중하 3권1책의 鉛活字本으로 되어 있으며, 본문에 앞서 저자의 自序와 鄭萬朝(1858~1935)의 序文이 있다.
본문은 각 門마다 먼저 醫論을 요약해서 정리한 후 처방을 기록하고, 자신의 경험방도 추가하여 기록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의방신감』이 임상에서의 활용성을 염두에 두고 편집한 임상서임을 알 수 있다.

上卷은 『東醫寶鑑』 雜病篇에 있는 診察, 風, 寒, 痎瘧, 溫疫으로부터 浮腫, 脹滿, 消渴, 黃疸에 이르기까지, 또 外形篇에 있는 小便, 大便과 內景篇에 있는 身形, 精, 氣, 神으로부터 다양한 병증문과 附五運六氣, 四象人論 등 자신의 이론을 담은 새로운 내용을 첨부하였다. 또 『동의보감』 蟲門에 있는 勞瘵를 독립된 門으로 분류하고, 咳嗽門에 있는 喘證을 喘急門으로 분리시켜 놓았다.

診察부터 본문이 시작하는 것은 기존의 『동의보감』이나 『의학입문』과는 색다른 편성 방식인데, 애초부터 이 책이 임상서로 기획된 것을 말해주는 부분이다. 임상에서 의사가 환자를 볼 때 가장 먼저 행하는 일이 진찰이기에 진찰문으로부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風, 寒, 暑, 濕, 燥, 火의 육기가 나오는데 이렇게 몸 밖에서 병이 들어오는 병리상태부터 기록한 분류법은, 精氣神을 인체 중심요소로 설정해 인체 내적인 변화를 위주로 질병을 인식하였던 『동의보감』의 질병관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中卷은 『동의보감』의 외형편에 있는 頭, 面, 眼, 耳, 鼻로부터 前陰, 後陰, 그리고 내경편에 있는 蟲과 잡병편에 있는 癰疽, 諸瘡, 諸傷, 解毒, 救急, 雜方이 들어 있다.
그 외에도 莎病急症門이 추가되어 있는데, 여기서 莎病急症이란 19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세계 전역에 유행했던 콜레라를 말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콜레라를 12종류로 분류하고, 유별증상과 전통적인 치료법(침ㆍ뜸ㆍ한약), 금기사항, 복용법 등을 기록하여 한의학적으로 콜레라를 치료하려고 시도했다. 여기에 제시된 12종류의 콜레라는 烏鴉莎, 狗莎, 白眼莎, 蛇莎, 啞叭莎, 恙羊莎, 珍珠莎, 魚莎 老鼠莎 猿猴莎 兎子莎 老鶴莎 등이다.

下卷은 婦人, 小兒, 鍼灸, 諸病主藥, 附本草藥性 등이 수록되어 있는데, 특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하권 끝에 있는 西醫學이론에 의한 9종 전염병에 대한 부분으로 전염병소독법과 예방주사를 실시한 내용도 기록하고 있어 격변기 한의학의 변화된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