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새해의 한국영화계는 <과속스캔들>과 <쌍화점>이라는 영화들 때문에 행복하게 시작되었다. 2008년의 어려웠던 상황이 2009년에는 전화위복이 되어 많은 영화들이 좋은 결과를 낳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현재 우리 영화산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극장 상영 이후에 수익이 발생할 수 있는 창구, 즉 비디오와 DVD가 점차 사라져 버리면서 산업으로써 수익창출의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필자가 살고 있는 동네에도 비디오&DVD 대여점이 사라진 지 오래다. 10여 년 전에만 해도 얼마 안 되는 거리에 대여점들이 여러 개 있어서 눈치 보며 빌리러 다니던 시대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모두 향수(鄕愁)가 되어 추억의 한 페이지에 머물러 있다. 바로 <비 카인드 리와인드>는 우리 기억 속에서 점차 잊혀져 가고 있는 비디오 대여점에 관한 이야기다.
비디오 대여점 주인 플레처(대니 글로버)는 곧 건물이 재건축에 들어가니 가게를 빼라는 얘기를 듣게 된다. 하지만 플레처는 유명한 재즈가수의 고향이기 때문에 그 건물에서 나가려고 하지 않지만 그만한 돈이 없다. 그러다 잠시 가게를 비우게 되자 직원인 마이크(모스 데프)에게 그의 친구 제리(잭 블랙)가 가게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라고 신신당부한다. 그러나 마이크는 제리와 전력발전소에서 일을 벌이게 되고, 결국 제리는 감전 사고를 당하게 된다. 그 후 제리는 자력을 갖게 되고 비디오 가게에 있는 모든 테이프들을 지워버리고 만다. 그래서 이 둘은 플레처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고객이 원하는 영화들을 맞춤식으로 직접 제작, 촬영, 연기하게 된다.
제목인
유명한 영화들을 직접 제작한다면서 패러디하는 모습은 너무나 우스꽝스럽지만 그만한 아이디어 또한 찾기 힘들 정도로 독창적이다. 마치 <시네마천국>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지만 그 영화 속 관객들이 매우 수동적이었던 반면에 이 영화 속 관객들은 매우 적극적으로 영화 자체를 느끼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비디오 테이프, DVD, UCC, 저작권 등 과거와 현재의 영화 문화를 고스란히 만날 수 있는 <비 카인드 리와인드>는 영화가 가진 다양한 기능과 역할들을 하나로 총망라하면서 영화에 대한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상영 중>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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