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401] 身機踐驗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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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401] 身機踐驗③
  • 승인 2009.01.16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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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西補益 주창한 氣和堂 神氣醫學

이번 호에서는 저자의 생애와 『신기천험』에 나타난 그의 의학론에 대해 되짚어 보기로 하자.
崔漢綺는 1803년 10월 26일 崔致鉉(1786~1812)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곧바로 종숙부인 崔光鉉의 양자로 정해졌다. 자는 芝老, 호는 惠岡, 浿東, 明南樓, 氣和堂 등을 사용하였다.
그의 가문은 오랜 동안 관로에 진출하지 못하다가 증조부인 崔之嵩(1710~1765)에 이르러서야 무과에 급제하였다. 생부는 과거에 여러 번 낙방하였으나, 어려서부터 문예가 남달라 10권이나 되는 책을 남긴 것으로 전한다. 최한기가 30대 이전에 한역 서양과학서를 탐독하고 저술을 하게 된 것도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양부 최광현은 1800년 무과에 급제하여 벼슬이 친위대장격인 兼司僕將(종2품)에까지 이르렀다.

그는 개성의 대학자인 金憲基와 외조부 韓敬履에게 유학적 소양을 쌓았으며, 대외무역이 활발한 개성에서 자랐으므로 젊어서부터 해외의 문물과 서적을 접하기 쉬웠을 것이다. 한편 그의 집안은 양부가 고위직에 올랐고 여러 차례에 걸쳐 다량의 서적을 구입하거나 가옥을 신축한 것으로 미루어 보아 가세가 상당한 편이었으나 노년기에는 그다지 넉넉하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젊어서 양부의 벼슬길을 따라 서울로 거주지를 옮긴 것으로 보이며, 1823년쯤에 서울 會賢坊의 長洞(현 종로구 청운동)에 잠시 거주하다 남촌 倉洞(현 중구 남창동, 남대문 일대)에서 지냈고, 1851년에는 회현방 松峴의 尙洞(현재 한국은행 혹은 세종로 인근)에서 살았다. 그는 1877년(고종 14) 75세의 나이로 세상을 마감하였고, 개성 東面 籍田里 細谷 선영 아래 안장되었다.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최한기는 동서의학의 장단점을 다루면서, 두 의학은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형성되었고 아직 완전히 발전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보았다. 서문에서 그는 동서의학을 비교평가하면서 서의는 해부를 잘해서 전체 경락부위를 명확히 관찰하였고 해부학적 위치를 잘 파악했기에 병의 근원, 치법, 치방에 대하여 매우 밝다고 평하였다. 이와 같이 서양의술의 견지에서 동양 의서를 대비해 보면서 신체의 해부에 밝지 않고 오행에 미혹되어 있다고 보았다.
반면 동양의학의 입장에서 서양의 치료 처방[西治]을 논하면서, 寒凉補瀉를 할 때 지역 토질에서 나온 적절한 약재를 사용하였고, 본디 나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보았다. 다만 동서의학을 막론하고 神氣가 작용하여 形質이 생겨나고 또한 신기의 運化에 따라 질병이 생기기도 하고 낫기도 하는데, 동서의학 모두 이런 신기의 발명에는 밝지 못하다고 보았다.

그는 또 범례에서 동서의학에 대해 비평하면서 자신의 神氣의학에 대하여 보다 자세히 제시한다.
첫째, 천지만물이 모두 신기의 형질운화에 따르기 때문에 인간의 질병도 형체운화의 기제를 잘 살피면 치료할 수 있다는 대명제를 제시한다.
둘째, 동양의학[華夏醫書]에 대해 과거부터 기화맥락에 밝지 않아 오행이나 干支와 같은 方術에 견강부회하여 인체의 부위와 맥락에서 멀어졌고 진단과 처방 또한 오미와 상생상극에 집착하여 의술이 천박한 기술[賤技]로 바뀌었다고 비판하였다.
반면 서양의술에 대해서는 主宰者가 만물을 창조하였다는 설을 맹종하였기에, 몸의 뇌수, 영특한 지각, 혈맥순환 등을 논의하면서 주재자의 공덕만을 칭송하여 신기형질과 경맥운화를 구명하는 데 방해가 된다고 보았다.

최한기는 또한 오행론, 장부론, 본초기미론, 경락론 등 기초이론 전반에 대해서도 다소 부정적인 태도를 드러낸다. 대체로 지금까지의 연구에서 최한기에 대한 평가는 자신의 기론을 중심으로 한의설과 서의설의 장단점을 절충하고자 했다는 입장이다.
『신기천험』의 한글번역을 계기로 기존 의학설의 모순을 통박하고 주체적인 입장에서 서양의학을 수용하고자 했던 그의 의학적 공과에 대해서도 전문 연구와 평가 작업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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