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397] 承政院日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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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397] 承政院日記
  • 승인 2008.12.12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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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왕의 치병기록과 왕실의료

물론 『承政院日記』가 단순 의약문헌은 아니다. 그러나 이 방대한 기록 안에는 깜짝 놀랄 정도로 많은 분량의 상세한 진료기록이 포함되어 있다.
오늘은 통치사료이자 기밀사항이 담긴 공식일기라 할 수 있는 미증유의 이 기록문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다음 내용은 승정원일기의 의약기록에 관한 연구결과를 중심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승정원일기』는 王命出納을 담당하는 승정원의 注書가 어전에서 일어나는 사실이나 언동을 객관적인 시각에서 상세하게 기록한 것이다.
『朝鮮王朝實錄』에 비하여 무려 5배나 많은 내용이 담겨져 있으며, 『日省錄』, 『備邊司謄錄』과 함께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연대기적 사료이다.
건국초기인 정종대에 설치되었으나 현재 仁祖 원년(1623)에서 한일합병이 된 1910년까지 288년간의 분량만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3243권에 달하는 엄청난 분량의 방대한 자료로 2003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여기에 수록된 대표적인 의학 관련 내용으로는 藥房(內醫院)에서 담당한 임금과 왕실 구성원에 대한 진료기록이나 근무기록들이다.
입진기록 안에는 진찰과정, 증후나 처방에 대한 해석, 다양한 치료형태와 함께 의관들의 면모, 임금의 의학적 식견 등이 담겨 있으며, 문안기록에는 주로 처방의 투여에 따른 증상의 변화 양상과 차후 치료 방향에 대한 내용이 언급되어 있다.

問安이라 함은 약방에서 행하는 공식적인 問安 절차를 말한다. 의관들의 공식 문안은 문서를 이용하여 정기적으로 묻는 啓辭問安과 수시로 행해지는 口傳問安으로 나뉜다. 啓辭問安은 대개 날짜를 정하여 정기적으로 이루어지는 日次問安을 기본으로 왕실 지친에게 환후가 있거나 임금의 증후가 급박할 때에는 수시로 행하였다.
또 증후의 변화를 살피거나 처방을 선정하고 교체할 때, 복약 후 차도나 특정 치료법을 시행한 후 경과를 확인해야 하는 경우, 하루에도 여러 차례 계를 올렸다. 日次問安은 영조 대까지는 명문화된 형식 없이 3일 日次, 5일 日次 등으로 필요에 따라 행하다가 정조 대에 들어와서 5일 간격, 매월 6차례로 정례화 되었다.

口傳問安, 혹은 口傳啓는 이동 시나 의식을 행하는 동안에 행해지기도 하였지만 부득이하게 치료에 차질이 생기거나 증후에 대해 즉각적인 논의나 치료가 필요할 때 이루어졌다.
일상적인 계사문안은 기후 변화나 寒暑의 영향을 언급하면서 야간에 불편한 증후가 없었는지, 혹은 기존의 증후에 변화가 있었는지 묻는다.
복용하던 약이 前日로 끝난 경우에는 복약 후 차도가 있었는지를 묻고 새로 약을 지어야 함을 알리는데, 임금이 아닌 지친의 경우에도 모두 국왕에게 보고하고 허락을 받았다.

문안과 달리 입진은 진찰과정을 보여준다. 問診, 脈診, 望診, 觸診 등이 행해지고, 조사된 증후를 바탕으로 치료법에 대해 의관들의 의견개진이 활발히 전개된다.
입진은 藥房都提調, 혹은 提調가 입진과정을 기록하는 서기와 의관들을 대동하고 참석하여 증후를 묻는 것에서 시작된다. 대개의 입진에서 행해지는 問證은 都提調의 의학적 식견에 따라 다소 정도 차이가 있었다.

문증에 이어, 임금이 診脈을 허락하면 대기하고 있던 首醫 이하 의관들이 돌아가며 진맥하여 그 결과를 간략히 보고한다. 대개 지시에 따라 首醫만 진맥하거나 의관 2인, 의관 3인 등으로 인원을 제한하여 진맥하도록 하였고, 경우에 따라서는 임금이 지목한 의관만 진맥하기도 하였다.
진맥이 끝나면 증후와 처방에 대한 의관들의 의견을 취합하는데, 이 과정에서 의관들 간에 견해 차이를 보이는 경우도 자주 있었다.
이런 경우, 대개는 의관들로 하여금 의논하여 결정하게 하거나, 그 자리에서 의관들이 아뢴 치료법을 시행하도록 윤허하였다. 임금 자신이 어느 정도 의약에 대한 소양을 갖추었다면 입진 과정에서 자신이 복용하고자 하는 약이나 치료 방향에 관한 의견을 피력하기도 하였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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