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한방암치료 지원 정부는 외면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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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한방암치료 지원 정부는 외면 말라
  • 승인 2008.12.05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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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병원 암연구 진척에도 정부 양방 눈치보기 급급
한의학연구원, 첨단의료복합단지內 암센터 추진
“전문인력·임상공간 마련되면 한방 암 연구 탄력” 전망


지난달 초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통합암센터에서는 말기암환자를 대상으로 한 한방치료의 임상실험결과를 발표해 주목을 끌었다. 암연구는 오랜 기간과 고비용, 다수의 우수인력이 필요한 분야이니만큼 민간한방의료기관에서 이같은 결과를 발표하게 된 것은 크게 평가받을 만하다.
한의계에서도 만성질환, 특히 암분야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양방계가 주도했던 암분야에 대한 한방치료의 시도들이 결실을 맺어가면서 암치료에 대한 자신감을 얻어가고 있다.

지난달 23일 한의협에서 주최한 ‘한의학 국제강연회’에서 일본 히로세 시게유키 박사는 암치료 시 한양방 병행치료가 생존율을 높이고 부작용은 최소화한다는 임상 치료 결과를 발표했다.
또 같은달 28일 서초구한의사회가 주최한 학술세미나에서 최옥병 호서대 생리학연구소장은 독일 암센터연구원으로 15년간 재직한 경험을 들려주면서 “독일의 암치료프로그램은 한의학적 방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며 과학화된 대체의학이 암환자들을 대상으로 각광받고 있는 사실을 소개했다.

한의계가 나서서 해외사례들을 소개하는 것은 한의학이 암연구에 있어서 갖고 있는 장점들을 대내외적으로 알리고 한방의 역할을 제고하기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목적이다.
해외 사례는 본지에서 670호부터 12회에 걸쳐 둔산한방병원 유화승 교수와 한의학연구원 신현규 부장의 교과부 연구용역보고서(“한의약을 통한 암 치료기술 연구개발 활성화 및 인프라 구축”)를 발췌한 기획시리즈를 통해서도 언급된 바 있다.

이 보고서에서 유 교수는 해외 암분야에서 대체의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을 소개하고 국내에서도 한방연구분야 인프라 확충을 위해 국가적인 지원사업이 활발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한의약을 통한 암치료기술의 발전을 위해 ▲국립암센터내 한방과를 원안대로 설치해 활성화 하는 안 ▲한방전문병원시범사업제도에 종양질환을 추가 지정하고 ▲지자체 암치료 한방단지를 건립하는 방안과, 국가차원의 육성센터 설립을 위해 ▲한의학연구원 부속 병원을 건립하는 안 ▲국립한방암센터를 설치하는 안 ▲부산한의학전문대학원 부속으로 설치하는 안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 국립암센터內 한방과 설치 이행 안돼

보고서에 언급한 국립암센터의 경우 2001년 개원 당시의 약속과는 달리 양방의료계의 반대에 의해 ‘암전통의과학연구과’ 1개만 달랑 설치해놓고 몇 년째 공석으로 두고 있다. 올해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지적됐지만 센터측은 “(한의사)지원자가 오지 않아 비워둘 수밖에 없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보건복지부 암정책과 관계자는 “정부에서도 매년 일관되게 지적하고 있는 문제지만 별도법인이어서 더이상의 조정은 불가능하다”며 손쓸 수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의계 일각에서는 “한방과가 자리잡을 수 있을 때까지만이라도 지원자에 대한 요건 완화 등 탄력있는 운용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지만 “양방의사가 암센터 수장을 계속 맡고 있는 한 암센터 내 한방관련 연구 및 임상진료가 이뤄지기엔 불가능할 것 같다”는 한의계 한 인사의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듯하다. 복지부 관계자 역시 “아무래도 양의학이 주도하고 있는 암센터에 한의사가 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했다.

한방전문병원시범사업제도에 종양질환을 추가하는 안에 대해서는 복지부 한방정책과 관계자는 “올해 초 추가지원을 마감했지만 종양질환과 관련해 지원한 병원도 없고 요건에도 달하지 못해 별다른 논의가 진행되진 못했다”며 적법한 지원병원이 생긴다면 고려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현재 시범사업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추가 지정을 위한 한의계의 노력이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대한의전문대학원 부속 육성센터 건립은 부산대가 국립대이기 때문에 정부지원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또 다른 방안으로 고려되고 있다. 특히 양산 부산대병원 내에 한방병원이 건립될 예정이어서 한방암센터 설치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부산한의전 이원철 원장은 “현재 어려운 경기상황으로 국가예산이 동결된 상태인데다 한양방 협진의료기관이라는 상황도 고려해봐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렇듯 한의계의 바람과는 달리 국가 지원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국가기관인 한국한의학연구원이 대전시와 협력해 암센터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내놔 눈길을 끈다. 현재로서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방안으로 점쳐지고 있다.

■ 한의학연구원 한방암센터 대전에 설치 계획

김기옥 한국한의학연구원장은 “국립암센터의 약속이행을 무작정 기다리기 보다는 우리가 먼저 나서는 게 낫겠다 싶어 한방암센터 설립을 연구원의 전략의 하나로 추진키로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688호 김기옥 원장 인터뷰 참조>
김 원장에 따르면 한의학연구원은 대전시와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을 비롯한 대덕R&D특구 내 정부출연구원과 MOU를 맺어 향후 첨단복합단지 조성에 대전시가 선정될 수 있도록 서로간 협력하는 한편 단지 내에는 한방암센터를 설립키로 합의했다. 첨단의료복합단지 설립은 국무총리실과 복지부에서 주관하는 사업으로 현재 대전, 부산, 오송 등 6개 시가 경합을 벌이고 있는 상태다. 김 원장은 “대전이 첨단의료복합단지에 선정되면 한방암센터 설립이 이뤄져 한방암치료기술 및 임상연구 수준이 더욱 향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차원의 한방암연구가 오히려 앞서가는 상황을 볼 때 민간부문에 지원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동서신의학병원 최원철 통합암센터장은 “민간암연구분야에서 앞서나가고 있는 연구센터를 지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둔산한방병원 동서암센터 유화승 교수도 “국가기관인 한의학연구원이 암연구 진척이 활발한 민간병원을 부속임상센터로 지정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며 “추진을 위한 열쇠는 연구원이 쥐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방법들은 빠른기간내 실현되기는 현재로서는 무리다. 한의학연구원이 추진하고 있는 암센터도 단지선정부터 건립까지는 최소 2~3년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인력부족도 문제다. 최 원장은 인력과 연구시설 등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의견에 동의하면서 “그러나 한방암연구의 발전속도가 빠른 편이라 연구자가 늘어나는 3년후쯤 국립한방암센터가 생기게 된다면 성과도 더욱 탄력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처럼 민간위주로 한방암연구가 진행되고 정부는 손을 놓고 지원조차 않는다면 국내의료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는 한방진료의 가능성을 국가가 스스로 부정하게 된다. 복지부내에 암정책과가 있지만 양방쪽 위주로 돌아가고 있고, 한방정책관련과에서는 암을 담당하는 관련자가 없어 정부의 외면 상황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한방암치료에 대한 선진국들의 관심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둔산한방병원, 동서신의학병원 등의 연구결과 발표가 미국·중국 등 여러 나라에서 주목받았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국내 한의학의 높은 수준은 암치료분야에서 보다 쉽고 빠르게 권위를 인정받을 수 있게 하는 밑거름이다.
다만 민간차원의 연구로만 진행되기에는 진행속도가 너무나 느리다. 또 다양한 임상연구를 통해 한방암치료기술이 신뢰성을 담보받기 위해서도 정부의 지원은 필수적이다. 천문학적인 비용 지출로 고통 받는 환자들과 보호자, 그리고 국가적인 비용 낭비를 고려해 볼 때 한방암연구의 지원은 보다 적은 비용으로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의계에서는 이미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어떤 방법으로 시작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지 이제 정부가 선택할 때다.

민족의학신문 이지연 기자 leejy7685@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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