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396] 雞壇嚶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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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396] 雞壇嚶鳴
  • 승인 2008.12.05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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醫學談論으로 和答한 朝日兩國

『雞壇嚶鳴』은 1764년 조선통신사 일행이 일본 浪華지방의 本願精舍에 머무르고 있을 때 日人 北山彰과 北山晧가 사신일행을 방문하여 서로 문답을 나눈 내용을 기록한 필담집이다. 2권1책으로 되어 있는데, 첫 권은 雞壇嚶鳴으로 北山彰이 참가한 필담내용이고 둘째 권은 雞壇앵鳴附錄으로 北山晧가 기록한 것이다.

본문 맨 앞에 林義卿이 쓴 雞壇嚶鳴序가 있고 ‘寶歷甲申夏五月’이라 되어 있어 1764년에 쓴 것임을 알 수 있다. 본문의 첫머리에는 다음과 같이 필담이 이루어진 배경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되어 있다. “寶歷 甲申年 정월에 조선의 사신들이 일본에 와서 낭화의 본원정사에 며칠 머물렀다. 이때 나와 북산호가 가서 製述官과 세 명의 書記 등을 배알하고 필담을 나누었는데, 태평시대의 은택이 아니라면 어찌 이런 일이 가능하겠는가? 이에 필담의 내용을 기록하였으니 비록 연결이 잘 되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이것은 대담좌석에서 빠르게 기록하지 못하여 그런 것이다. 읽는 사람들의 양해를 구한다”라고 하였다.

北山彰은 자가 世美, 元章이고 호는 橘庵, 별호는 魯城居士이며 河內사람이다. 北山晧는 자가 白甫, 호가 七僧居士라 하였다. 필담에 참가한 조선 사람은 製述官 南玉(자 時韞, 호 秋月), 正使書記 成大中(자 士執, 호 龍淵), 副使書記 元重擧(자는 子才 호는 玄川), 從使書記 金仁謙(자 士安, 호 退石), 營將 柳達源, 軍官 吳載熙, 醫官 南斗旻(자 天章, 호 丹崖) 등이었다.

이 책에는 조선사신 일행과 일본인들 사이에 여러 주제로 문답하고 시문을 주고받은 내용이 실려 있는데, 의약에 관한 내용도 일부 수록되어 있다. 그 중 한례로 從使書記인 金仁謙은 수행 도중 병을 앓고 있었는데, 서로 안부를 묻는 가운데 서책과 출판에 대한 화제로 이어지게 된다. 김인겸이 중국에서 들여온 『明史』와 『圖繪本草綱目』을 사가고 싶은데 얼마냐고 묻자, 北山은 『명사』는 너무 비싸서 구할 수 없고 『本草綱目』은 깨끗한 것과 조잡한 것이 2종 있는데 깨끗한 것은 80전 정도 하며 조잡한 것은 50전 정도 한다고 대답하면서 조선에는 그 판본이 없느냐고 되묻는다. 그러자 金은 우리나라에도 판본은 있는데 일본국의 판본을 얻고 싶다고 대답하면서 다시 일본판은 총 몇 권이나 되냐고 묻는다. 北山은 41권본이라고 대답한다.

다른 한 예화로 북산창이 조선의관 남두민과 함께 김인겸의 병에 대해 논의하다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나라(일본)에서 형벌을 받아 사형당한 사람의 배를 갈라 장부를 관찰한 적 있었다. 장부의 위치를 확인하고 색을 관찰하여 『藏志論』을 지었는데 거기에 이르기를 『내경』에는 12장부라고 되어 있는데 지금 확인해보니 9개로 大腸은 따로 있으나 小腸은 보이지 않았다. 역대의 문헌을 고증해 보니 『소문』에서 장부를 오행에 배속하는 설이 있다….”라고 말하고 조선에도 그런 말이 있느냐고 묻는다.

남두민은 일본에서는 이상한 이야기를 하기를 좋아한다고 운을 떼고 “세속에서는 따로 기이한 장부가 있다고 말하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오직 軒轅岐伯의 책에만 기준하고 새로운 학설을 구하지는 않는다. 배를 갈라보아서 아는 것은 어리석은 사람들이 하는 것이고, 열어보지 않고서도 아는 것은 성인이 능히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대는 현혹되지 말기 바란다”라고 답하였다.

당시 조선은 일본의 요청에 의해 부정기적으로 통신사절단을 파견하였으며 사절단에는 의관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사절 일행이 도착하면 일본 의원들은 의료선진국이었던 조선의관들로부터 많은 지식을 얻기 위해 숙소를 직접 방문하거나 일행을 초청하곤 하였다. 그리고 일인들은 이 과정에서 얻은 노하우를 꼼꼼하게 기록하여 책자로 엮어 발행하기도 하였다. 이 의학문답 자료는 중세 조선의학과 일본의학의 교류사실과 조선의학이 일본의학의 발전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구체적으로 실증해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이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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