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394] 傷寒經驗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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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394] 傷寒經驗方
  • 승인 2008.11.14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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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림한 海南의 傷寒治法

원서명은 『傷寒經驗方要撮』로 되어 있는데, 일제강점기인 1933년(昭和8) 전남 해남군 回春閣藥房에서 발행한 상한전문서로 단권의 신식연활자본이다. 저자는 근대 의학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지방에서 활약했기 때문인지 자세한 행적이 알려져 있지 않다. 권두에는 虎巖樵人 鄭汝丞의 서문이 실려 있는데, “의약에 관한 책이 너무 많고 方劑가 浩繁하여 급할 때 稽考해볼 경황이 없으며, 비록 오랫동안 공부하고 專業한 자라 하더라도 그 요령을 잡지 못하면 가없는 茫茫大海를 바라보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

권말에 붙어 있는 白癡居士 尹忠夏의 발문을 살펴보니 해남지역에서 활동했던 것으로 보이는 拙軒 曺澤承의 의업을 이어받아 그가 작고한 이후 아들인 曺秉侯가 펴낸 책이라고 밝혀져 있다. 책이 나오게 된 과정은 황도연의 사후 그의 아들인 황필수가 아버지의 뜻을 이어 받아 『방약합편』을 펴낸 경위와 비슷하다.
서문에서는 이 일을 두고 “夫繼志述事, 孝子之道也”라 했으니 아비의 心法을 이어 받아 精硏하고 응용하여 후세에 전한 공이 크다고 치하했다. 본문 첫 장에도 ‘先考拙軒公傳/ 不肖曺秉侯著’라고 되어 있어 부자 2대에 걸친 의약경험이 아우러진 것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목록을 보니 맨 처음에는 傷寒執症法이 실려 있고 이하 壯實人傷寒治法, 兩感傷寒治法, 孕婦傷寒治法, 經候婦人傷寒治法, 老人男女傷寒治法, 小兒傷寒治法, 類傷寒治法, 暑月感冒治法, 瘟疫治法 등으로 크게 구분되어 있다. 傷寒執症法은 내상과 외감의 감별법이 실려 있는데, 한열과 두통이 無時로 오는지 간헐적으로 오는 지를 가려 외감과 내상을 판별하면 착오가 없다고 전제하였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여러 가지 상한병증에 대하여 壯實人과 老虛人, 婦人과 小兒의 傷寒治法으로 구분하여 용약하고 있다는 점인데, 몹시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치법을 구사하고 있다. 예컨대, 兩感傷寒治法을 보면 “素虛의 人은 外感症은 小하고 內傷症은 多하나니 一二日間에 補中益氣湯에 去升麻하고 加川芎羌活防風五分하야 二貼을 連服하고 微發汗이면 卽解”라고 되어 있다.

또 “素來腎虛症이 有한 人은 外感藥發散의 劑를 妄用치 못하나니 腎氣湯에 川芎羌活防風各五分 薑五片 棗二枚 蔥白二莖을 加入하야 二貼을 熱服하야 微發汗이면 卽解”(이상 필자 띄어쓰기)라고 하여 內外兼傷의 경우, 허증의 처치에 주의를 기울여 보제에 가미하여 미약하게 발한시킨 것을 알 수 있다.
또 내용 중간에 論說이라고 적은 문구가 있는데, 선대의 考案을 적은 것으로 일종의 의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예컨대, “古書에 傷寒初症의 用方이 雖多하나 右香葛湯, 蔘蘇飮, 薑蔥湯等劑보다는 發散力이 過한 故로 拙軒公게옵서 全然不取하심”이라 하여 傷寒 初症의 壯實人治法이라 할지라도 用藥에 매우 신중하였음을 보여 주고 있다.

한편 老人男女傷寒治法에는 極老人虛症에는 加味補中益氣湯을 쓰고 稍老人虛症에는 八解散을 사용해서 노인의 기혈성쇠에 따라 세분하여 처치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요즘 같이 노령인구가 급증한 마당에선 단순히 연령으로 구분하기보다는 노인이라 하더라도 실제 체력의 강약을 살펴 극노와 초노를 구분하여 대처하는 것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稍老虛人에 대해서는 ‘雖老나 甚不虛’라는 주석이 달려 있어 위와 같은 해석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여겨진다. 또한 통용방인 가감화해산의 경우에도, 極老虛人은 인삼을 넣어 1첩을 쓰는데 반하여 稍老虛人은 인삼대신 沙蔘을 넣어 2첩을 쓰라고 되어 있다.

소아치법에 있어서는 보통 1세부터 10세까지 모두 外感初症에 대하여 상풍, 상한을 막론하고 蔘蘇飮에 수증 가감하여 쓰는 것이 古方에 通用한다 했으나 저자의 임상경험으로 보아서는 5~6세까지는 惺惺散에 가감하여 쓰고 그 이상이 되면 삼소음을 사용하는 것이 적합다고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많은 처방이 수록된 것이 아닌데도 薑蔥湯, 八解散, 油蔥煎 등에는 ‘方書所無’라 적혀 있어 家傳方임을 알 수 있고 生脈補益湯, 羌防雙和湯, 八仙長壽湯, 加味柴茹湯, 加味香陳八物湯, 暑門香葛湯의 가감법은 이 책만의 비전치법일 것이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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