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392] 簡奇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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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392] 簡奇方
  • 승인 2008.10.24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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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면서도 기막힌 처방

이름조차 생소한 방서이리라 생각이 든다. 이 책 簡奇方은 이미 오래 전에 失傳된 醫書로 조선 세종27년(1445)에 편찬된 『醫方類聚』의 인용문헌으로 쓰인 것 이외에 다른 문헌에서 그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 책은 『의방유취』에 인용된 153종의 문헌 가운데 고려시대 궁중의료 치법이 담겨진 『御醫撮要』와 高麗醫書로 考證된 『備豫百要方』에 이어 151번째 주요 인용문헌으로 등재되어 있다. 그간 이러한 정황을 바탕으로 의방유취 연구진에 의해 일찍부터 고려 혹은 조선의학의 실체가 담겨진 의서일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어의촬요’의 경우, 『東國李相國集』과 『東文選』에 李奎報의 서문이 남아 있었고 『海東文獻總錄』이나 『攷事撮要』·八道冊板目錄에 수록되어 있어 그 존재가 확실하며, 후대 『동의보감』을 비롯한 다수의 조선의학서에 인용되어 일찍부터 고려의서로 알려졌었다.
또 비예백요방은 『의방유취』 총론편에 서문이 수록되어 있고 본문 가운데 ‘尙書 金弁經驗’이나 ‘愼尙書方’과 같은 고려인의 경험의방이 수록됨으로서 고려의서임이 실증적으로 고증되었다. 이에 반하여 간기방은 歷代史誌著錄에 서명이 보이지 않고 아직까지 序跋을 비롯한 명확한 준거가 확보되지 않아 적극적으로 그 실체가 논구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책은 현존 252권 분량의 『의방유취』 傳存 원문 가운데 290여조의 경험처방이 채록될 정도로 많은 분량이 실려 있어 당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되며, 元明 교체기 혹은 麗末鮮初에 의학교류 사실을 추적해 볼 수 있는 중요 의학문헌으로 여겨진다.
최근 한의학의 정통성 확보와 전통의학문헌의 복원 차원에서 이 未知의 경험방서에 주목하고 『의방유취』와 『향약집성방』, 『창진집』 등 조선 의서에 남아 있는 遺文을 가려내 복원하는 한편, 문헌의 기본적인 성격을 규명하는 연구를 진행하였다.

이처럼 중국의 문헌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경험방서가 조선 초기의 고유의학문헌에만 남아있다는 것은 이 책의 傳存이 조선의서를 통해 이루어졌음을 말한다. 대략 『창진집』에 인용된 이후 조선의서에서도 서명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동의보감』이 집필되기 이전에 이미 逸失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는 다행히도 『의방유취』에 남겨진 유문을 통해 그 모습의 대강을 살펴볼 수 있기에 유취의 편찬방식을 분석하여 인용방식을 역으로 적용, 해당원문을 채록하여 재구성함으로써 이 책의 원모를 어느 정도 복원할 수 있었다.

이는 『의방유취』의 범례에 근거하여 병증각문에 산재되어 인용된 간기방 유문 287조를 채록하였고 『향약집성방』과 『창진집』에 인용된 처방을 취합하여 정리하였다. 아울러 중복된 내용과 유사 처방을 비교 대조하여 축합하는 과정을 다시 한 번 거쳐 290조의 간기방 원문을 확정하였다.
『의방유취』 내 병증각문에 인용된 간기방의 인용원문을 기준으로 편제를 재구성해 본 결과 제풍문 이하 소아문에 이르기 까지 91문 가운데 44문의 병증 각문에 걸쳐 치료처방이 다양하게 검출되어 경험방서의 체제를 구비하고 있었다. 특히 총론과 오장문의 내용이 실려 있지 않은 것은 이 책이 이론서이기보다는 실천적인 임상방제 위주의 경험의약서일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준다.

한편 간기방의 처방을 분석한 결과, 주로 元代에 간행된 미연구 실전의서인 經驗秘方과 가장 유사도가 높고 수록내용이 일치하는 경우가 많아 元의 간섭기에 도래한 내용이 많이 수록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고려 전승경험이 담긴 비예백요방과는 다소 계통이 다른 내용으로 여겨진다. 또 간기방에는 무명방이 많은 것도 하나의 특징인데, 이점 또한 간기방이 여말선초 향약 전승경험을 담은 문헌일 가능성을 말해주고 있다. 현재 역대의학문헌 복원연구의 일환으로 복원작업이 진행 중이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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