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391] 本草萬方鍼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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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391] 本草萬方鍼線
  • 승인 2008.10.17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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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초방제를 한몸으로 바느질한 색인집

이 책 자체는 우리 의학계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방약합편』을 통해 많은 영향을 끼친 본초방서라 할 수 있다. 원서는 淸 代 蔡烈先이 지은 것으로 그는 호가 繭齋이고 중국 절강성 산음현 사람이다. 그는 청나라 康熙51년 즉 1712년에 明代 李時珍이 지은 『本草綱目』에 수록된 1만1천여 방제를 가지고 治證에 따라 다시 분류하여 『本草萬方針線』 8권을 지었는데, 이 책은 1719년(강희58)에 간행되었다. 이와 별도로 『本草綱目藥品總目』 1권을 간행했다고 하니 『本草綱目』같은 불후의 명저에는 늘 후속편이 이어지는 것이 상례인가 보다.

일명 『本草驗方針線』이라고도 부르는 이 책은 병증부류에 따라 재편한 『본초강목』의 방제색인집이라고 말할 수 있다. 본서의 구성을 살펴보면 通治部, 外科, 女科, 上部, 中部, 下部 등 7부, 105문으로 구분하고 매 병증각문 아래 각종 병증을 나누어 열거하였다. 또 매 병증문마다 본래 이 병증이 『본초강목』 원저의 몇 권, 몇 쪽에 있는지를 설명해 놓았다. 여기에 수록된 단방, 험방의 수는 附方 및 發明 항목 아래 있는 개별 처방까지 전부 망라하여 1만5~6천수를 헤아릴 정도로 방대하다.

사실 이 책의 집필의도처럼 『본초강목』에 수록된 처방들을 따로 뽑아서 한권의 방서로 꾸미거나 부류를 나누어 재편하는 방식의 본초방서들이 조선에서도 시도되었는데, 『본초방』, 『본초의방합편』, 『본초휘영』 등과 같은 이름으로 전해진다. 나아가 黃度淵의 『본초부방편람』까지도 이러한 영향 아래 놓여있다고 말할 수 있는데, 이 책은 그의 대표작인 『醫宗損益』(1868)과 『의방활투』(1869)를 집필하기 훨씬 전인 1855년에 집필한 것이다. 이것으로 보아 그는 본초방을 정리하면서 훗날 『방약합편』과 같이 본초와 방제가 잘 어우러지고 치증별 검색이 간편한 한권의 이상적인 방서의 모델을 구상했던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때의 사정을 우리는 다음과 같이 『본초부방편람』의 서문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 …… 나는 이 책에서 考據를 쉽게 할 것을 생각하여 『동의보감』에 의하여 정기신으로부터 百體에 이르기까지 증에 따라 방을 수집하고 蔡繭齋의 本草針線을 취하여 『동의보감』의 미비를 보완해 각부에 나타나는 기증괴수의 용약을 모두 갖추어 싣게 하였다. 이에 本草를 사용함에도 번거롭게 搜索하지 않아도 되고 금석초목충어의 부류가 각자의 증에 의하여 효과를 보게 된다. ……”

이와 같은 정황을 집약해 보면 이시진의 『본초강목』에 날개를 달아준 것이 채열선의 『본초만방침선』이라 말할 수 있으며, 『동의보감』의 처방편에 본초를 곁들여 보완한 책은 바로 황도연의 『부방편람』이라 규정할 수 있겠다. 이것으로 본다면 중국의 『본초만방침선』과 조선의 『부방편람』은 시대와 국경을 초월한 닮은꼴이라 말할 수 있겠다.
서명의 ‘針線’이란 표현은 우리말로 바느질이란 말인데 다소 의서의 이름으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명칭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약재별로 열거한 『본초강목』은 방제를 찾기 어렵고 병증처방별로 기술한 『동의보감』에는 본초약제를 다시 찾아보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렇듯 본초와 방제는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 두 가지 필수요소를 하나로 묶어 촘촘히 바느질하듯이 엮을 수 있다면 그 아니 좋겠는가?

옛 사람의 생각이 여기에 미쳐 그 두 가지를 단숨에 찾아볼 방도로 만든 책이 『본초만방침선』이며, 그의 호가 흔히 보기 어려운 누에고치 繭자를 넣어 부른 의미도 조금은 짐작이 갈듯하다. 다른 한편 이러한 취지를 가장 잘 이해하고 우리 의학에 적용한 사람이 혜암 황도연이었던 것인데, 그 역시 후세 의가 중 『동의보감』을 가장 잘 풀어낸 의학자로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올해 지식정보자원으로 지정되어 데이터베이스로 구축 중에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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