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만의 티베트 이야기(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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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만의 티베트 이야기(24)
  • 승인 2008.09.10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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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오호! 부르다 내가 죽을 絶唱이여~~~

일정상 우정공로의 끝인 국경도시 장무까지 가려면 오늘 거리는 좀 버겁다. 계속 바이크로 가겠다고 우겼지만 티베트국영여행사가 정한 일정에 맞추기 어렵다. 밋밋한 곳은 차로 이동하고 좋은 코스에서는 바이크를 타기로 타협했다. 티베트 내륙이라 건조하고 메말라서 가는데 다들 힘들어서 헐떡이지만 나 개인은 이 황량한 풍경이 참 아름답게 느껴진다. 햇볕은 직선으로 따갑게 와 닿고, 바람은 숫돌에 갈린 것처럼 예리하고 차갑게 피부에 와 닿아 나태한 정신을 맑게 해준다.

탐욕에 가득 차 한 순간도 틈을 주지 않고 치고 들어오는 문명의 정글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로마에 가면 로마식으로’ 란 말처럼 티베트 식(Do in Tibet as the Tibetan do)으로 살아보고 싶다.
티베트 말을 더듬더듬 배워 사람들에게 깨끗한 물, 건강한 치아, 올바른 자세를 갖게 하는 것만 가르쳐 주고 싶다. 턱만 잘 맞고 간단한 운동만 하면 평생 健齒를 유지할 수 있다. 틀어진 뼈를 잡는 것은 필자의 주특기이므로 이 부분은 무기(?) 없이도 잘 할 수 있다. 그리고 살인적인 추위가 있는 중앙 티베트의 겨울을 보내고 싶다.

이 자연의 풍경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수많은 선동성 구호가 붉은 글씨로 크게 벽화처럼 쓰여 있다. 이 유물론자들에게 선동, 구호, 깃발 등이 유난히 많다. 이들은 단순 무식하지만 지독하고 무섭다. 6~7백만 되는 티베트 인민보다 많은 7백만 한족을 순식간에 이주시켜 버렸다. 그래서 굴러온 돌로 박힌 돌을 빼 버리는 以石制石하는 공작을 西南工程이라고 한다. 지독하지 않는가?

마오가 주도한 4害(파리, 모기, 쥐, 참새) 퇴치운동에서 참새 퇴치는 전 인민이 모두 나서서 시끄러운 소리를 내 참새가 땅에 앉지 못하게 해 지쳐 떨어져 죽게 한다는 것이다. 중국 사회주의의 허상과 마오의 수준을 이야기하는 대표적 사례 같다. 무섭지 않는가?

한반도의 북한은 어떠한가? ‘의병, 독립군, 민족주의자, 행동하는 지식인’ 중 많은 수가 北行을 하였다. 친일파를 등에 업고 정권을 잡은 우남 이승만의 부패한 남한정권을 인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북한에서는 친일파가 청산되고 지주, 유산계급의 재산이 국가에 몰수되고 토지개혁이 이루어지면서 北行하는 사람 수와 속도가 빨라졌다.

반대로 북한의 ‘친일파, 지주, 유산계급’ 등은 전 재산을 몰수당하고 숙청을 당하는 형편이라 목숨이라도 건지기 위해서 혈혈단신 南行을 한다. 그들에게 친일파 청산, 토지와 재산의 국가 몰수가 도저히 용납되지 않았기 때문에 서둘러 남행을 한다. 참 對照되는 북행과 남행이었다.
북행한 남한 출신들은 북한의 ‘남조선 해방 전쟁’에 동조해 밀고 내려오면서 남한에 씻을 수 없는 큰 상처를 준다.

남행한 북한 출신들은 남한 정권에 동조해 <서북청년단> 같은 우익단체를 결성하여 反共 대오에 앞장서게 된다. 남한 정권에 큰 힘이 되는 우익단체가 되었다. 남한의 친일파들에게 서북청년단은 구세주 같은 존재였다. 그들은 <남한 친일파 Complex>를 자연스럽게 左翼을 척결하고 共産黨을 반대하는 <反共+愛國> 투사로 변신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들은 후에 反共보다 훨씬 더 강한 滅共으로 무장한다.

‘남조선 해방 전쟁’은 북행한 사람들에게 북한에서의 입지를 강화시켜 주었지만, 남한 시각으로는 죄다 죽일 놈들이 되어버렸다. 이 부분은 구국, 건국, 애국적 기치로 평생을 살아왔던 그들에게도 커다란 불명예가 되었다. 그리고 이상과 현실이 전혀 다른 공산치하에서 생존하기 위해 그들은 또 다시 아름답지 못한 변신을 해야 했다.

결국 한국전쟁은 남한 친일파들을 반공 애국투사로 부활시켜 불사조 같은 생명력을 선사하면서 행정, 사법, 입법 등 정부 관료뿐 아니라 정계, 재계를 통 털어서 친일파들에게 주도할 수 있는 당위성을 안겨줬다. 어찌 이리 얄궂은 역사란 말이냐!
날씨가 스산해질 때면 높고 깊은 산과 계곡은 너무 막막하고 거칠어서 絶望하게 한다. 그러나 그러한 절망을 받아들일 몸에 화학변화가 일어난다.

가을은 소리의 계절이다. 최고 絶頂으로 노래하다 죽을 때 絶唱이라고 한다. 가을의 結實과 肅殺처럼 절창이라는 것은 슬프고도 아름답다. 29세에 요절한 배호, ‘낙엽 따라 가버린~’ 차중락과 엘비스 프레슬리(원곡은 엘비스의 노래), ‘하얀 나비’가 되어 날아가 버린 김정호,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놓고 떠난 김광석, 남의 노래를 더 멋지게 부르다 간 에바 케시디, 두더지처럼 언더그라운드에서 세상에 나오자 정체성을 잃고 너바나(Nirvana:열반)에 든 커트 코베인, 술독에 빠져 ‘내 사랑 내 곁에’서 익사한 김현식 등에게서는 요절한 날카로운 칼날에 죽음의 냄새가 묻어 있다.
이런 ‘피’ 냄새가 나는 ‘피플’들은 마지막을 예견하듯 절창을 남기고 떠난다. 오호! 부르다 내가 죽을 이름이여, 絶唱이여~~~ <계속>

김규만
서울 은평구 굿모닝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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