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승 칼럼] 세계화와 한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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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승 칼럼] 세계화와 한의학
  • 승인 2008.05.30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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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대학교수로 남을 당시 스스로에게 던졌던 화두인 ‘나는 과연 앞으로 한의과대학 교수로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은 단연 ‘세계화(globalization)’였다. 필자는 이에 대한 꿈을 가지고 지금 이 순간에도 한의학의 세계화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는 퓨전의 시기이다. 중국과 인도에 맥도날드 햄버거가 사방에 널려있는가 하면 미국에서는 요가와 중의학이 인기를 끌고 있다. 슬픈 자화상이지만 국제무대에 나가면 우리의 한의학은 중의학의 아류쯤으로 치부받기 일쑤이다.

인구가 많은 것도 아니고 국가가 나서서 우리의 유산이라고 밀어주지도 않는데 세계인들의 눈에 한국 한의학이 그다지 매력 있는 대상이 아닌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어떻게 매력 있는 상품으로 만들어 세계 시장에 내놓아야 할 것인가?
작년 미국 존스홉킨스를 방문했을 때 한국에서 교환교수로 오신 한 침구과 교수님은 대부분 중국침이 체침을 위주로 하는데 반해 우리는 오행이론을 응용한 ‘사암침’이라는 독창적인 치료기술을 가지고 있으며 본인은 이를 중심으로 외국인들에게 소개와 설명을 한다고 말씀하였다.

‘사상체질론’은 이제마 선생님이 발전시킨 한국 한의학의 고유한 이론으로 현재 한의학연구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제마 프로젝트’에서 성과가 나온다면 이 또한 한국 한의학을 세계화 시킬 수 있는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4월 중국 상해에서는 통합의학암학회(SIO) 회의가 개최되었다.
미국의 암관련 보완대체의학 전문가들과 중국의 중의종양학 전문가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진정한 퓨전화 속에서 초청연자로 참가한 필자는 “항암약침”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경혈에 약물주사를 놓는다는 개념이 물론 중국에도 있기는 하지만 우리처럼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지는 못했고 발표 후 서양의 저명한 학자들도 신기한 듯 이에 대한 많은 관심을 보이며 질문공세를 퍼부었다.

세계화는 중요한 화두이나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우리의 특색을 갖춘 우리만의 것을 세계시장에 내놓느냐이다. 무조건 근거중심의학이 좋다고 이에 끌려가서만도 안 되고 또 중의학에서 이미 써먹은 소재를 가지고 세계무대에 내놓아도 통하질 않는다. 이러한 차원에서 본다면 사암침, 사상의학, 약침 등은 한국 한의학을 대표해 세계화를 할 수 있는 아주 좋은 테마라 할 수 있다.
세계는 지금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있다. 중국도 모든 연구들이 근거중심의학의 틀에 맞추어 진행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보다 진보한 연구방법론 및 결과들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이러한 거대한 흐름 속에서 한국 한의학이 제 위치를 찾느냐 못 찾느냐는 결국 우리 내부에서 이러한 세계화의 트렌드를 받아들이느냐 받아들이지 못하느냐에 의해 결정이 될 것이다.

이러한 모든 사항들이 몇몇 우수한 연구자들에 의해서만 될 일은 아니다. 로컬 중심의 우리의 한의학은 앞으로 점차 기관 중심의 시스템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또 이러한 근거중심적 교육이 대학을 중심으로 전체 한의계의 표준으로 자리매김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의료일원화 논의 등 우리는 지금 중요한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위험과 기회는 동시에 온다는 말처럼 우리가 힘을 합쳐 현실적 난국을 극복할 때 한국 한의학의 영광이 뒤따를 것이며 이를 통해 한국한의학의 세계화는 반드시 이루어질 것으로 필자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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