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만의 티베트 이야기(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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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만의 티베트 이야기(12)
  • 승인 2008.05.02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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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위험한 국가주의, 과격한 중국인

어느 나라건 國家主義가 기승을 부리면 그에 대한 소수의 反 국가주의적 Protestant가 등장한다. 중국이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을 할 때 세계 각지에서 중국의 티베트 탄압에 대한 반대시위가 잇달았다.
시위의 선진국 대한민국 또한 예외일 수 없다. 한국 시위대의 높은 수준의 ‘창’은 진압과 저지라는 ‘방패’의 높은 수준을 그대로 말해준다. 이렇게 창과 방패가 만나서 矛盾을 만들어 나간다. 우리나라는 시위와 진압의 수준이 매우 높은 선진국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중국의 성화 봉송은 경찰 마라톤 동호인들이 대거 참여하여 일사불란하게 입체 경호를 하면서 함께 뛰어 깔끔한 방패의 수준(?)을 보여주었다.

이런 일각에서 반시위대의 선봉에 선 중국 유학생들의 시위는 수준 높은 한국시위대와 진압전경들을 부끄럽게 했다. 필자가 예상한대로 과격일로였다. 커터기와 스패너와 보도블럭이 날아다녔다. 그들은 소수 약자의 억울함을 풀어주거나 정당성을 대표하기 위해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55개의 식민지를 거느린 ‘10억의 한족’들과 ‘위대한 중화인민공화국’의 영광을 더하기 위해서 나온 것이었다.
자유로운 학문의 장에서 공부하는 젊은 학생들이 보인 국가주의는 너무 위험해 보였고, 그들의 중화주의는 강한 거부감을 느끼게 했다. 적어도 선택받은 유학생으로서 약자나 Minority에 대한 배려나 관용 같은 것은 전혀 안보이고 오직 붉은 오성기 깃발을 높이 든 홍위병식 세뇌된 국가주의만 있어 보였다. 그들은 易地思之할 여유가 없었던가?

1949년 건국 초기엔 사회주의의 국제주의 노선에 따라 55개 소수민족에 대해 다소 유화적이었다. 그러나 1986년 개혁·개방으로 자신감을 얻은 중국 정부는 ‘프로레타리아에게 조국은 없다’는 국제주의 노선을 파기하고 소수민족들에 대한 邊疆工程(변경지역 중국역사화 작업)을 시작했다. 이들 역시 ‘모든 이데올로기의 이면에는 반드시 利權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준 것이다.
중국은 인도,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몽골, 러시아, 북조선,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부탄, 네팔 등 14개의 국가와 국경이 인접해 있다. 인접한 국경 지대에는 국경너머의 사람들이나 소외된 소수민족들이 살고 있다. 그래서 중국은 소수민족 경제를 발전시킨다는 명분을 세워 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중국의 것으로 통합하는 작업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항상 민족주의냐, 국가주의냐 사이에 갈등하고 있는 소수민족들이 있는 한 중국의 국경선은 그리 안전하지 못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베이징 정치가들은 中華人民共和國의 聖骨이라는 자부심이 강한 漢族이란 시멘트를 가져다가 변방의 소수민족들을 모래, 자갈 삼아 튼튼한 長城을 쌓으려고 한 것이다.
완벽한 中華主義 정체성을 가진 국가를 건설하려는 이들의 선동적, 급진적 욕구가 지나쳐 55개 소수 민족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漢族化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날은 저물어 새들도 이제 집으로 돌아간다. Bike의 속도를 줄이고 넓은 마당이 있는 주막집으로 들어섰다. 이 집은 고개를 오르내리는 대형화물차들이 쉬어갈 수 있게 마당이 시멘트로 포장되어 있었다. 그 과열된 차량의 제동장치를 물로 식히고 식사를 할 수 있는 말 그대로 주막집이었다.
마당 구석에 에델바이스에서 기증받은 텐트 2동을 쳤다. 티베트에서 첫 캠핑으로 널찍하게 4명씩 자기로 했다. 텐트 속은 언제나 아늑하고 편하다. 취사는 오인환 선배가 주도하고 김병수, 이경주 씨가 보조가 되었다. 이경주 여사는 티베트에 와서 먹고, 마시고, 말하는 것 외에는 요리에 대해 너무 꽝이었다. 식성이 좋은 사람에게서 음식 솜씨를 기대하는 것은 죄악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그러나 오랫동안 야외활동을 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이런 Wild Cooking은 단조로운 Expedition에서 활력소가 된다. 그냥 객쩍게 앉아있거나 이리 뒹굴 저리 뒹굴 요령을 피우고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훨씬 정신 건강에 좋고 활력을 선사한다. 밥도 설고 돼지두루치기는 너무 맛이 없지만 시장을 반찬삼아서 맛있게 먹기로 했다. 오인환 선배는 왜 그렇게 밥은 자주 태우는지!
텐트에 누우니 밤새 폭포처럼 떨어지는 물소리가 들린다. 지도를 보니 해발 4천m에 가깝다. 불면증은 고소증세 중의 초기 증상이다. 몸은 피곤하지만 잠이 오지 않는 번뇌의 밤이 시작된다. 가슴이 답답해서 텐트의 문을 여니 수많은 별이 쏟아져 들어왔다. 물소리인 줄 알았는데 별이 쏟아지는 소리였던 것이다.

日照香爐生紫煙 향로봉에 햇살 들어 안개 피어나는데
遙看瀑布掛長川 멀리 폭포에 냇물이 걸려 있네.
飛流直下三千尺 물줄기 내리 쏟아 삼천 척을 떨어지니
疑是銀河落九天 하늘에서 은하수가 쏟아지는가. <李白의 望廬山瀑布 >

바로 이 말이네! 하하^^ <계속>

김규만
서울 은평구 굿모닝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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