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만의 티베트 이야기(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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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만의 티베트 이야기(10)
  • 승인 2008.04.1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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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큰 것만이 아름다운가?

아름다움을 말할 때 ‘美’자의 語源을 이야기 한다. 美의 어원은 ‘羊+大=美’라고 한다. 배고픈 사람 앞에 큰 양요리가 있는 것보다 더 절실한 아름다움은 없을 것이다. 이 아름다움에는 큰 것이라는 의미가 함유되어 있다.
중국은 거대하고 대단하며 위대하다는 사실에 전혀 이의가 없다. 동물적으로 큰 것을 선호하는 것은 ‘큰 것은 강하다’는 본능적인 전제이기도 하다. 남성들이 운동을 하고나서 같이 샤워를 할 때 유난히 상대방과 자신의 물건을 비교하면서 사이즈에 신경을 쓰는 것도 큰 것은 강한 것, 아름다운 것이란 잠재의식의 발로이다.

그래서 남성들은 수류탄 2개와 대포 1문으로 습관적으로 뻥(?)을 치기도 한다. 우리 조상들은 영토가 작은 소국(특히 신라와 조선)이 되면서 큰 나라 대국, 중국에 대한 지극한 事大主義를 보였다.
四書(대학 논어 맹자 중용)를 註한 朱子學的 性理學을 주장하며 朱子의 글을 한 자라도 바꾸면 안 된다는 북조선 정권을 생각케 하는 유일신적 事大主義에 빠져서 斯文亂賊이라는 가공할 사건을 만들었다. 학문이 信仰이 되어 버린 것이다.
오늘날 美國은 우리에게 가장 아름다운 나라(美國)로 American dream을 꿈꾸는 것도 우리 작은 나라 소국 사람들의 인지상정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라가 너무 커서 관할할 곳이 너무 많은 중국에서 뇌의 역할을 하는 베이징 정권은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이 늘 바쁘고 복잡하며 골치 아픈 일만 많이 생겨서 잠시도 긴장을 늦추기 어려울 것이다.
易地思之해본다면 그 나라 정치가들도 몹시 고달플 것 같다. 이 큰 나라를 중앙에서 모두 다 관리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필자는 베이징 정권의 패권주의에 대해 많이 언급했다.
중국의 전지역은 베이징 타임으로 통일 되어있다. 예컨대 베이징에서 중국 서쪽 변방 카슈가르(喀什)를 갈 때 시차를 바꾸지 않고 그냥가면 된다.

티베트 원정에서 발견한 것이지만 도로 표지석은 베이징을 기준한 총 누적거리를 5km간격으로 표시해 놓은 것을 보았다. 이것은 중국인들에게 모든 행동과 사고의 중심이 베이징이어야 한다는 말과 비슷하다.
공룡에 대한 이야기나 시조새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이들은 너무 커서 適者生存에 실패하고 멸종의 길을 걸었다. 그렇다치면 가장 好時節, 美時節에 가능한 것이 아름다움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시대는 점점 더 암울해질 수 있다. 빙하가 녹으면 해수면이 올라가고 세계 3대 미항은 물에 잠길 것이다. 베니스가 물에 잠기면 산타루치아는 베니스의 콘돌라 사공들이 아니라 머리 좋은 돌고래들이 부르게 될 날이 머지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사막은 늘어나고 빙하지대는 계속 줄고 있다. 이런 시대에는 큰 것보다는 작은 것들의 덕성이 더욱 빛날 것이다.
그렇다면 너무 커서 늘 힘들고 말썽인 중국, 러시아, 인도, 미국 등은 분리 독립하여 작은 국가를 지향하는 것이 ‘국가의 건강도’나 ‘세계의 평화’나 ‘국가경영의 효율성’에 비추어 지금보다 훨씬 더 안전하고 경제적일 것 같다. 10만 평방km도 안되는 나라에 사는 열등감 때문일까?

사실 대한민국은 너무 작다. 웬만큼 자전거를 타는 라이더들은 서울에서 속초까지는 12시간 이내에, 서울에서 부산까지 24시간 이내에 달린다. 19세기 미국 남부에는 아프리카 노예들을 거느린 남한 정도 크기의 목장이나 농장도 여럿 있었다.
우리나라는 그 중에 70%가 산지라서 대략 3만 평방km에 옹기종기 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고려해보면 우리나라가 이 정도 잘 사는 것은 기적 같은 일이라고 생각된다. 대한민국은 작기 때문에 아름답다고 해야 할까?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말은 경제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슈마허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실 라이딩은 고상하지 못한 스포츠이다. 종일 내내 근육은 내연기관처럼 운동을 해야 하고 폐에서는 탁한 배기가스를 배출시키면서 가는 길은 그리 우아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라이딩은 계속 공간이 바뀌어 가기 때문에 그렇게 지옥 같지는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라이딩을 할 수 있다. 장거리는 단거리에 비해서 느긋하게 힘을 안배하므로 약간의 괴로움도 승화시킬 수 있다. 두 바퀴를 통해서 바라보는 세상이 전개된다.

오후에는 길 바닥에 떨어진 수많은 초본식물의 가시가 타이어를 찔러서 마치 지뢰밭에 들어온 느낌이 든다. 권오상 빵, 서성준 빵, 김연수 빵, 김규만 빵 이렇게 2~3회에서 5~6회 정도 펑크가 계속난다.
펑크가 안 나게 타는 것도 실력이라는데 가시는 도무지 잘 안보일 정도로 작다. 이 가시의 이름을 쓰마라고 한다. 티벳트의 ‘쓰마’는 우리에게 진정 ‘쓴 맛’을 보여주었다. 이런 학위 과정을 거치고 대원 모두 펑크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지역은 해발 3천5,6백m 지대로 농지가 많고 초본 목본 식물들이 많이 있는 곳이다. 이 가시는 MTB의 바퀴만 골라서 펑크를 냈다. 펑크예방을 위해서는 케블라로 된 라이너를 집어넣고 타든 튜브에 펑크 방지제를 집어넣고 타도된다.
아주 작은 가시하나가 이렇게 그냥 달리는 것을 방해한다. 작은 것은 강하다. 가시보다 수백 배 더 크고 강한 돌멩이는 MTB에 아무런 장애가 안 된다.
이 글의 제목 ‘큰 것만이 아름다운 것인가?’에 대한 화답을 한다. 작은 것은 강하다. 아니 작은 것은 아름답다! <계속>

김규만
서울 은평구 굿모닝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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