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수록 밑지는 신비의 한방 보험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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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수록 밑지는 신비의 한방 보험약
  • 승인 2008.02.29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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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형제 감소=획기적 품질향상 기대’는 무리
건강보험 급여방식 개선·제형 다양화 필요

건강보험 급여 한약제제에 대한 관심이 최근 들어 크게 늘어나고 있다. 1987년 이래 20년간 꿈적도 하지 않았던 부형제(유당·전분)의 양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지난해 12월 ‘하루 투여량’으로 규정된 한약제제 급여를 ‘g당 상한금액’으로 바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양을 조절해 투약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이어 1월 27일 부형제가 포함된 한약제제의 양을 기준으로 하던 것을 ‘주성분의 건조엑스량’으로 바꿔 부형제를 줄일 수 있도록 했다. <650호 주요뉴스란 약재 참조>

정부의 ‘한약제제 급여목록 및 상한금액표 개정안’은 의견조회를 거쳐 오는 5월 1일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조치에 대해 한의계에서는 ‘당연한 일’이라며 대체로 환영한다는 분위기다.
대한한의사협회는 보험제제가 동네 한의원의 경기를 활성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활용을 확대하기 위한 대국민 홍보에 들어간다는 방침까지 마련해 놓고 있다. 이제까지 약의 양만 늘려 복용하기 불편하게 만들고, 소화 장해까지 일으킨 부형제를 줄이면 복용의 편리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품질의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부형제를 줄일 수 있게 된 것을 품질향상과 직결해 생각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첫 번째 가격이 문제다. 약재 가격은 계속 올랐는데 20년 동안 보험제제의 상한금액은 한 번도 인상된 적이 없다는 것은 보험제제용 한약재의 질이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 업체 관계자는 한방의료기관으로 공급되는 길경을 제조할 때 뇌두 부분만 모아 한약제제를 만드는 회사에 납품했다고 말해 보험제제의 현실이 어떤가를 잘 드러내고 있다.

이번 개정고시안에도 상한 금액을 g당으로 나누었을 뿐 가격 자체가 오르지는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부형제가 줄어든 만큼 원가가 절감돼 원료 약재의 질을 조금이나마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는 것이다. 부형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크고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유당은 4년 전 1kg에 1300원 하던 것이 현재 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일부 한약재 가격보다 높은 금액으로 원료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두 번째는 수요가 별로 많지 않다는 것이다. 한의사가 기대하는 것만큼 약 효능이 따라주지 않는 원인도 있겠지만 환자 본인부담금 때문에 처방을 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제일 큰 요인이다. 특히 지난해 8월 정률제가 시행됨에 따라 보험제제를 투약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대다수의 한의원이 보험환자에게 3000원 이상 받는 게 부담스러운 현실이다. 마진이 전혀 없는 보험제제를 투약하면 그만큼 다른 진료를 할 수 없게 된다는 말이다. 본인부담금은 적게 받았지만, 공단에는 제대로 신고해 보험급여나마 다 받아 내려했다가는 처벌을 받는다.

결국 보험제제를 투약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다른 진료를 하지 말든지, 한의사가 환자를 위해 그냥 부담하는 수밖에 없다는 말이 될 수도 있다. 오적산 하루치를 투약하면 한의사는 1700원 가량이 손해라는 얘기가 된다.
과거 전체 한방의료보험 급여 2 ~3%대에 달했던 보험제제의 비중이 1.7%로 떨어진 원인도 정률제 때문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수요가 있을 때 업체는 투자를 할 수 있다. 구조적으로 수요가 늘 가능성이 별로 없는데 부형제만 줄였다고 약효능이 갑자기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인 셈이다.

현재 보험제제 생산을 신고한 곳은 정우약품 등 20곳이 있으나 실제 가동 중인 곳은 6~7군데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업체도 대부분 약국에 납품되는 OTC 한약제제에 주력하고 있고, 한방 보험제제에는 크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 않다. 한때 보험제제 생산량 수위를 차지했던 한 업체는 최근 보험제제 생산을 그만두고 OTC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에만 주력할지를 고민 중에 있다.

하지만 부형제를 줄이려면 신약을 만드는 것과 같이 안전성·유효성 심사부터 다시 해야 한다던 정부가 ‘주성분의 건조엑스량’으로 기준을 바꾼 것은 한약보험제제 변화의 물꼬를 튼 것으로 볼 수 있다. 한방건강보험 도입 당시 한의계와 약사 측의 반대로 급여대상이 되지는 못했지만 복합제제의 급여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이상 이번 개선안은 장기적인 차원에서 높게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신약 변병학 이사는 “복합제제로 가면 양을 훨씬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혼합제제에 비해 한의학의 원리에도 충실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먹기가 편한 캡슐이나 정제 등의 형태로 제형을 다양화해 소비자인 한의사에게 선택권을 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족의학신문 이제민 기자 jemin@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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