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국제 동양의학 학술대회(ICOM) 참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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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국제 동양의학 학술대회(ICOM) 참관기
  • 승인 2007.12.1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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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학의 세계화를 위한 당면 과제는 ‘표준화’와 ‘객관화’”

지구를 통틀어 이 학문을 나 혼자만 하고 있다면 얼마나 외롭고 서글픈 일일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이 학문에 대한 열정과 믿음이 오직 나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지구 다른 편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게 고민하고 공부하고 생각하고 있다면 얼마나 든든할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제 14회 국제 동양의학 학술대회’는 우리에게 때론 선의의 경쟁자이기도 하고 때론 듬직한 어깨를 마주 걸고 나아가는 동반자이기도 할 우리의 언어를 함께 사용하고 있는 그들과의 만남의 시간이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동양의학의 세계화’를 주제로 300여 편의 논문들이 발표되었는데 침, 한약, 진단, 기공 및 스포츠의학 등에 관련한 기초와 임상을 아우른 연구들이 포함되었다. 특히 진단 및 치료에 관련되어 물리적 접근이 가미되어 ‘보여줄 수 있는’ 한의학에 대한 연구들이 다수 있었으며, 대사체학을 포함, 분자생물학적 방법론을 사용한 다양한 접근들이 이루어졌다.
한약 연구 분야의 경우 용량과 시간 등 많은 요소들에 의존적인 점을 고려하여 앞으로도 많은 연구들이 지속되어야 할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침 연구 분야에서는 기능적자기공명영상(fMRI), 결합조직, 분자생물학적 접근을 통한 연구 및 다양한 임상시험 등을 아우르며 침에 관련된 동양의학 관계자들의 고민과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동양의학 전체를 포괄하는 넓은 주제였음을 감안하면 각 분야에 관한 심도 깊은 논의는 부족할 수 있다 여겨지지만 현 시점에서 동양의학의 세계화를 위한 가장 큰 당면 과제가 바로 ‘표준화’와 ‘객관화’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내용들이었다.
한편 한 세션을 통해 한국을 비롯한 호주, 영국, 미국 등의 의료현황에 대해 논의하며 현재의 흐름과 미래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개막식에 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이 참석할 정도로 ‘동양의학’에 대한 국가적 관심까지 표현되었던 이번 학회에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동양의학의 세계화’를 표방한 이번 학회의 목적과는 달리 ‘Chinese Medicine’이라는 통일되지 않은 용어가 발제 내내 사용된 것이다.

발표된 논문의 절반이 넘는 대만 논문들 뿐 만 아니라 일부 서양 국가에서조차 ‘Chinese Medicine’이라는 용어를 사용했고, 심지어 ‘Oriental Medicine’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데 대해 의구심을 표현한 질문자도 있었다.
세계화를 추구하는 동양의학 속에서 한의학이 어떤 위치에서 어떠한 의학을 선도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자리매김이 앞으로 더욱 요구될 것이다.
4일간의 학회일정을 마친 후 이번 학회의 주최 기관 가운데 하나인 중국의약대학을 방문했다. 이곳은 타이베이(臺北)에서 자동차로 2시간 남짓 걸리는 타이중(臺中)에 위치하고 있다. 중국의약대학 실험실과 병원을 돌아보고 대학원생들과 한의학 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가졌다.

비록 한의사 제도도, 연구 환경도 다르지만 지금 우리가 고민하고 노력하는 현재의 이 자리가 바로 앞으로 한의학이 나아가게 될 ‘길’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다르지 않았다. 이후로도 지속적인 교류를 약속하며 대만에서의 짧지만 긴 여정을 마쳤다.
진료실에서 혹은 학교에서 혹은 연구실에서 그저 내 우물만 판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내 우물이 맑은지, 이 우물을 퍼내어 널리 사람들과 더불어 쓸 수 있는지, 그리고 더 좋은 다른 수원은 없는지, 아니면 탁한 물이 고여 들지는 않았는지 알기 위해서는 때로는 주위도 살피며 내 것을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전 세계에는 한 달에도 수 십 편씩 한의학 관련 논문들이 쏟아져 나온다. 아직 수적으로 적지만, 적다고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니다. 이 몇 십 편들의 논문들이 지금 세계 한의학계를 움직이고 있다.
한의학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는 것, 그리고 그 흐름 속에서 주도적으로 우리의 역할을 수행하고 그 몫을 해내는 것, 이것들이 우리가 지금 바쁘고 어려워서 간과하고 있는 일들이라는 것을 깊게 느끼고 온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좀 더 많은 한의사들의 관심이 지도 밖으로 기울여지기를 바라며 이번 자리에 참가할 기회를 마련해주신 경희대 침구경락과학연구센터와 BK21 한의과학사업단에 감사드린다.

김송이
경희대 한의대 석사과정, 경희대 침구경락과학연구센터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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