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적 진단기기 사용 없이 과실입증 불가능
상태바
현대적 진단기기 사용 없이 과실입증 불가능
  • 승인 2007.09.21 15: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한의사 피해 가중 … 의료기사법 개정 선행돼야

의료사고 입증책임을 의료인에게 지운 ‘의료사고 피해 구제에 관한 법률안’이 한의사에게 특히 가혹하다는 주장이 나와 선행조치가 요구된다.
이 법을 발의한 이기우 의원안에 따르면, ‘보건의료기관개설자나 보건의료인이 의료사고에 관해 주의의무를 다하고 보건의료기관의 시설·장비 및 인력의 흠이 없음을 증명한 때’가 아니면 보건의료기관개설자가 환자가 입은 생명·신체 및 재산에 관한 피해를 배상하도록 규정(안 제4조)했다.

의료사고의 입증책임을 환자에게 지운 현재의 법률과 달리 보건의료기관 개설자와 보건의료인에 전가한 것이다.
더욱이 이 법안은 분쟁조정을 언급하면서도 ‘조정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의료분쟁에 관한 소를 제기할 수 있다(안 33조)’고 명시해 현행법에서 필수적인 의료분쟁조정절차를 임의화시킴으로서 소송의 남발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의료계는 의료사고피해구제법안대로 입증책임을 의사에 지울 경우 의료의 복잡성과 예측 불가능한 특성상 방어진료, 소극적 진료 등 진료가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법 제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과실 없음을 입증할 책임을 의료인에게 지우면 의료인의 부담이 증가돼 진료 기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사고피해구제법안은 의료인 중에서도 한의사에게 더욱 부담이 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양의사는 의료사고를 모두 입증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현대적 진단기기와 검사장비가 있어 대부분의 의료사고 여부를 스스로 입증할 장치를 갖추고 있지만 한의사는 입증할 아무런 수단이 없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한의계의 한 관계자는 한약을 예로 들어 의료사고 입증이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그는 “한약을 먹고 간에 이상이 생겨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원래 간이 나빴는지 한약을 먹고 나빠졌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의사 스스로 과실이 없다는 사실을 어떻게 입증하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과실을 입증할 수단이 없는 상태에서는 의료사고의 대부분이 한의사의 책임으로 귀착되면서 한의사는 매 사건마다 피해보상을 해야 하고, 가입한 책임보험료의 상승으로 이어져 엄청난 짐이 된다는 주장이다.
박용신 한의협 기획이사는 “한의사에 의료기사지도권을 부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소송에 들어가면 한의사는 약자 입장에 서고, 심판관은 양의사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한 마디로 한의사만 봉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실제로 한의사의료배상책임보험 가입자 4천여 명 중 의료분쟁 신고접수건수가 200건이며, 미신고건까지 합하면 연간 의료분쟁건수는 10% 가까이 된다. 분쟁접수건 중 보상비율은 약 90%로 매우 높은 실정이다. 납입보험료도 초기 18만원에서 현재 70만6천원으로 증가됐다.

결국 한의사는 소송의 남발로 정신적, 물질적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진료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 예상되고, 한의사직능은 양방에 종속돼 한방의료기관의 마비로 비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에 따라 한의협은 의료사고피해구제법 제정을 논의하기에 앞서 의료기사법의 개정을 선행하는 것이 순서라는 요지의 의견서를 국회보건복지상임위원회에 제출했다.

참고로 현재 국회보건복지상임위에는 한의사에게 의료기사지도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의료기사법 개정안이 2006년 9월 장복심 의원(대통합민주신당·비례대표)의 발의로 제출된 바 있다. 한의계는 양의사와 한의사가 현대 의료기기 사용의 형평을 맞출 수 있도록 장 의원의 발의안과 의료사고피해구제법을 병합처리해줄 것을 촉구했다.

한편, 현재 국회보건복지위는 10월 12일 전체회의에서 가부간에 결론을 내린다는 방침을 정하고 그 이전에 논의를 끝낸다는 데 합의한 상태다. 그러나 다른 법안에 밀려 9월 18일 열린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되지 못했다. 따라서 10월 4일이나 8일 열리는 법안심사소위에서 최종 향방이 가려질 전망이다.

민족의학신문 김승진 기자 sjkim@mjmedi.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