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경혈학교실팀 중국 상하이 방문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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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경혈학교실팀 중국 상하이 방문기(1)
  • 승인 2007.07.20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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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의 여정 - 고전을 되살려낸 「鍼灸學釋難」 저자 李鼎 교수와의 만남

지난 7월 2~3일 경희대 경혈학교실 박히준 교수팀은 중국 상하이중의약대학 부속 서광의원과 상하이 침구경락연구소를 방문, 공동연구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상하이중의약대학 李鼎 교수와 상하이침구경락연구소 丁光宏 소장과의 만남의 시간도 가졌다. 방문팀의 일원인 경희대 침구경락과학연구센터 김송이 전임연구원과 채윤병 전임연구원의 방문기를 2회로 나누어 싣는다. <편집자 주>

한 철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과거가 필름에 담겨 있는 이미지라면, 미래는 그 필름을 가장 잘 현상시킬 수 있는 방법이 된다. 과거의 책들에는 그 저자의 동시대 독자들은 완전히 해독할 수 없었던 의미가 많이 담겨있다.”

몇 천년 넘는 고전들을 수액 삼아 현재의 한의학이 싹을 틔우고 무성해졌다면, 우리는 과거의 것들이 현재 그리고 미래에 주는 의미에 대해 늘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고전을 현재의 관점에서 가장 유효한 수단으로 만드는 것은 가장 필요한 과정이다. 동시에 이것은 문헌연구와 임상연구가 같은 선상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복합적인 능력이 요구되는 일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鍼灸學釋難」은 침구학 기초 및 임상연구 분야의 갈증을 일정 부분 해소해 주는 책이다.

이 책에 관해 중국중의과학원 침구연구소 黃龍祥 교수의 말을 빌리자면 현재 침구학과 관련된 책은 많으나 이치를 설명하거나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을 만한 관점과 견해를 담은 책은 실제로 많지 않다고 한다. 「鍼灸學釋難」은 침구학 기초이론에서 임상치료, 경락, 수혈, 자구법, 치료학 각 방면을 포괄하고 있으며 그 논거가 매우 논리적이라고 평하고 있다.

지난 2일 상해중의약대학에서 바로 이 책의 저자인 이정 교수와의 만남은 동시대의 명사가 쓴 책의 의미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즐거운 기회였다.
이정 교수는 지금은 퇴직하였으나 상해중의약대학 창립 당시부터 교수로서 일을 해왔었고 침구학 부분이 한의학에 있어서 가장 근간이라 생각되어 경락과 침구 분야를 전공하게 되었다고 한다. 책의 이름에 ‘학’, ‘석난’ 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요법’에 대비되는 이론적 중요성 및 그 어려움에 대해 표현하였으며, 가장 본질적이고 중요한 문헌 연구를 기본으로 다뤄 학문으로서 침구학의 가치를 높이고자 하였다.

이 책은 각 장이 하나의 질문으로 이루어져 있고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기혈과 혈기의 개념 차이에서부터 이 책의 첫 장이 시작되는데, 혈기라는 개념을 설정하여 기혈의 통로인 경락 또한 관념화된 개념이지 실질적인 구조물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각 장의 질문들에 대해 답하는 방식은 개별적인 듯 보이지만 실제 이정 교수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양방처럼 분석하고 세분화하는 것이 아니다.

고전 문헌에 대한 이해는 그 목적이 분석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고전을 발취하여 이해하는 것에 있다. 독자적인 분야로서 침구학 영역을 확대하여야 하며 이를 위해 공자의 언급을 비롯하여 티벳, 인도, 불교문화 등 관련 부분들을 포괄하여 거시적인 방식으로 설명하였다. 이러한 설명방식은 문헌도 문화의 한 부분이라는 생각에 기초한 것이다.

예를 들어 확성기의 말하는 부분이 문자(text)라면, 말이 확대되어 나가는 부분은 문화(culture)로 볼 수 있다. 문화를 이끌어가는 주된 도구는 문자이므로 문헌고증을 통한 연구는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경락이 경혈간의 연관성을 이야기하는 것이며 양방에서 말하는 내분비, 신경계통 등을 더 광범위하게 포괄하는 개념이므로 그 실체에 대한 실험적 연구보다는 그것을 있게끔 만드는 것 즉 효과를 입증해 내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

이정 교수는 “‘크지만 적당치 않다(大而無當)’는 말 대신에 ‘크면서도 적당하게 한다(大而有當)’로 대신하는 것이 바로 현재 중의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어떤 과학자가 큰 고양이는 큰 문으로 드나들고 작은 고양이는 작은 문으로 드나들 것이라고 추측하여 문을 두 개 만들더라도, 실제로는 두 마리 모두 큰 문으로 드나든다는 예를들면서 결국 거시적인 것이 미시적인 것을 포함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중의학은 양의학 및 현대과학과 적절한 조화를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야 하지만 거시적인 것이 미시적인 것을 포괄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일본이 명치유신으로 서양 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보고 중국도 처음에는 일본처럼 중의학을 버리고, 혹은 중의학은 유지하더라도 일본의 황한의학처럼 변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일본이 오히려 중의학을 배우러 중국에 온다고 이야기 한다.

이번 탐방을 통해 그 동안 침구경락과학연구센터에서 기초 연구를 하면서 느꼈던 한의학 근원적인 문제를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아직 이 책이 한국에는 출간되지 않아 그 내용과 의미에 대하여 많은 한의사들이 함께 고민하기는 힘들지만, 침의 ‘술(術)’적인 측면이 조명 받는 요즘 이 책이 계기가 되어 침구분야의 ‘학(學)’으로서 관심도 함께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계속>

김송이
경희대 침구경락과학연구센터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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