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특집] 고온·다습 계절의 한약재 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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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특집] 고온·다습 계절의 한약재 보관
  • 승인 2007.06.2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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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재실에 에어컨 가동이 최선
변질 우려 약재는 별도 보관해야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됐다. 기상청은 올해 여름은 어느 해 보다 무덥고, 길 것으로 예고하고 있어 한방의료기관은 한약재 보관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내 약장 속의 약들이 무더운 여름을 잘 보낼 수 있도록 준비돼 있는지 확인해 보자.

누구나 공감하듯이 한약재의 품질은 과거에 비해 매우 향상됐다. 건조 상태도 양호한데다가 포장기술도 발전해 오랫동안 보관해도 변질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정유 성분이나 습기를 머금고 있어 변질의 우려가 높은 약재는 진공이나 질소충진 포장돼 출시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약재도 한의원에서 환자에게 투약하기 위해 개봉되면 지금까지의 노력은 빛을 잃게 되고 그 다음부터의 책임은 한의사에게 맡겨진다.

■ 품질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치는 요인

△온도 : 보관 장소의 온도가 높으면 한약재는 모양·맛·색·냄새가 변한다. 특히,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 약재는 향이 손실돼 약효를 감소시키며, 정유성분이 있는 약재는 변패된다. 해충의 활동도 급격히 증가돼 약효가 손실된다.

△습도 : 높은 습도에서는 한약재 안에 있는 효소들이 활성화 돼 유효성분들이 분해된다. 곰팡이나 세균, 해충들이 활동하기에 적합하다. 수분이 있는 약재를 빽빽이 쌓아 놓으면 자체에서 열이 발생해 부패될 수 있다. 공기 중의 수분은 차가운 벽이나 바닥과 접촉할 때 물방울이 맺힐 수 있으므로 한약재는 벽이나 바닥으로부터 약 30cm 정도 간격을 두고 보관해야 한다. 개봉하지 않은 약재도 찬 부분과 직접 접촉하면 변질될 우려가 있다.

■ 최대의 적 곰팡이

아무리 깨끗이 세척한 약재도 곰팡이와 세균의 포자가 붙어 있다. 이들은 습도와 온도 등 적당한 환경이 조성되면 생장을 시작한다. 한의사들이 가장 애를 먹는 것은 곰팡이다. 세균은 약재 자체에 수분이 많아야만 번식을 하지만 곰팡이는 공기 중 수분만 많아도 잘 자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6월 말부터 8월까지 상대습도가 70% 이상이므로 곰팡이가 잘 성장할 수 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곰팡이의 한 종류인 아플라톡신은 발암물질로 아무리 끓여도 사라지지 않는다. 또 곰팡이를 털어 내거나 물로 씻고, 불로 태워도 곰팡이 생성균은 이미 물체 내부로 침입해 있기 때문에 곰팡이가 조금이라도 보이면 그 안에 있는 약재 전체를 폐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끝이 없는 저격수 ‘해충’

이산화황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부터는 해충의 침해가 더 우려되고 있다.
해충은 외부에서 침입할 수도 있고, 약재 자체에 알이 부착돼 있는 경우도 있다. 해충의 대부분은 인사목에 속한 창고명충나비이다. 이 해충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고 까지 말할 수 있다. 잡아도 잡아도 계속 나오고, 건율이나 황정 같은 약재는 초토화되기 십상이다. 그래도 피해를 조금이나마 줄이려면 벌레가 보이는 대로 잡고, 어느 약재가 손상됐는지를 매일 확인해 폐기하는 수밖에 없다.

해충의 피해가 우려되는 약재는 따로 보관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일 것이다.
해충 중 가장 지독한 것은 바구미로 약장에 구멍을 뚫고 생활을 한다. 만약 바구미가 하나라도 발견되면 아쉬워하지 말고 약장을 통째로 버리는 게 나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이야기다.
해충의 피해를 입은 약재는 벌레와 그의 배설물에 위점막을 자극하는 유기산 등 유독 물질이 있기 때문에 그대로 사용하면 안 된다.

■ 약재 보관은?

저온 창고시설이나 약재를 진공으로 보관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면 이 같은 피해를 막을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할 만큼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중앙약사심의위원회 한약분과위원으로 있는 윤성중 원장(서울 강남구 장수한의원)은 여름철 약재관리 요령으로 접수실 옆에 ‘조제 및 약재실’을 두고 밀폐시킬 것을 제안했다. 그리고 에어콘을 설치해 늦봄부터 초가을까지 항상 켜두라는 것이다. 에어컨은 온도뿐만 아니라 습도까지 낮추어 주므로 제습기도 필요 없다.

다른 계절을 위해 환풍기를 설치해 놓으면 약재실로 손색이 없다.
이러한 공간이나 여건이 되지 못할 때는 냉장고를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 편의점에서 음료수 등을 넣어 진열해 놓는 대형 냉장고를 활용하는 것을 고려해볼만하다. 일반 냉장고에 비해 가격도 저렴하고, 경우에 따라 대기실에서 환자들이 볼 수 있도록 하면 한의원 신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민족의학신문 이제민 기자 jemin@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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