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열 칼럼] 한의학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을 심어주는 교육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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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열 칼럼] 한의학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을 심어주는 교육이 돼야 한다
  • 승인 2007.06.15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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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산대 한의전 교육과정 초안 공개를 계기로 한의대 교육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어떻게 보면 부산대 한의전이 어떤 교육과정을 만들든 그것은 그 대학의 일이기 때문에 우리가 일희일비(一喜一悲)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하지만 국립대에서는 최초로 세워지는 한의학 교육기관이라는 점에서, 또 앞으로 기존의 사립 한의대도 전문대학원 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 다른 한의대의 교육과정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산대 한의전 교육과정에 관심을 가졌고, 또 잘 만들어 주기를 기대했었다.

2003년쯤으로 기억된다. 제3의학회 월례연구모임에서는 한의학 교육 문제를 시리즈로 다룬 적이 있었다. 한 번은 두 명의 개원 한의사들에게 수요자 입장에서 한의대 교육이 어땠는지, 지금 개원의로서 업무를 수행하는데 자신이 받았던 한의대 교육이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는지 평가를 부탁했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한의대 교육의 중요한 문제점 중 하나가 학생들에게 한의학에 대한 뚜렷한 확신과 자신감을 심어주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초에서는 한의사로서 가져야할 한의학적인 관(觀)을 확실하게 심어주지 못했고, 임상에서도 진료 현장에서 바로 응용할 수 있는 실제적인 한의학 진단과 치료기술을 가르치지 못해 한의대 학생들 대부분이 한의학에 대한 자신감을 갖지 못한 채 한의대를 졸업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자리에서 만났던 어떤 한의사는 임상 과목에서 일부 교수들이 수업시간에 어떤 질병의 치료가능성이나 치료방법에 대해 서양의학적 가이드라인을 과도하게 강조함으로써 학생들이 한의사가 되어서도 아예 그 질병에 대해서는 한의학적 치료를 시도해 볼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우리 스스로 교육을 통해 한의학을 서양의학에 종속적인 것으로 만들고 또 한의학의 영역을 축소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만일 이들의 평가대로 한의대 교육을 통해 배출되는 한의사들이 대부분 이런 무기력과 상대적인 열등의식을 마음속에 안고 졸업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다.
우리가 한의학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우리는 한의대 교육에 좀 더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교육 문제를 바로 잡는 첫 걸음은 한의대 교육의 평가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정확한 평가가 없는 교육과정 개혁은 사상누각이다. 재학생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졸업생을 대상으로 한의대 교육의 질과 결과에 대한 광범위한 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이들이 받았던 교육이 한의사로서 직무 수행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 조사해야 한다.

한의학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을 심어 주지 못하는 한의대 교육의 흔적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한의학에 대한 자신감 결여는 양방 따라하기로 귀결된다. 한방병원은 물론이고 한의원들도 점차 양방 클리닉을 닮아가고 있다. 불과 십수년 전 나라를 뒤흔들었던 한약분쟁의 원인이자 한의원의 상징이었던 재래식 한약장은 이제 한의원의 후미진 곳으로 밀려나 버렸다. 한의원은 언뜻 보아서는 의원인지 한의원인지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공간이 되고 있다. 한의사들이 사용하는 용어나 진료행태 또한 점차 의사와 구별이 없어지고 있다.

진맥을 통해 환자들과 인격적인 교감을 나누던, 그리고 그것이 장점으로 회자되던 한의원 진료가 점차 사무적인 양방 병의원 진료를 닮아가고 있다. 한의학의 변증논치를 앞세워 질병 치료에 힘쓰기 보다는 비만, 성장, 미용, 보약짓기에 한의사들이 매진하고 있다. 모두 한의학에 대한 확신 부족으로, 정공법으로 어려움을 돌파하지 못하고 다른 길을 찾은 탓이다.
부산대 한의전을 포함해서 한의대 교육은 학생들에게 한의학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을 심어주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이것은 교육과정 개혁에서 그 어떤 것보다도 우선되어야할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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