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成都, 銀川, 內夢古 본초 답사기(3·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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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成都, 銀川, 內夢古 본초 답사기(3·끝)
  • 승인 2007.06.0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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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몽고 사막 한가운데서 만난 육종용과 쇄양

드디어 이번 답사여행의 하이라이트인 내몽고 육종용과 쇄양을 만나러 가는 날이다. 재작년에 같은 곳을 답사하고 오신 원광대 송호준 교수께서는 차로 왕복 14시간을 끝이 없는 사막 길을 달리셨다는데, 지금은 도로 사정이 좀 나아져서 왕복 10시간이면 족할 거라는 가이드의 설명이다.

■ 영하(寧夏) 구기자(枸杞子)

빨리 사막으로 달려가고픈 마음이었지만, 가는 길에 영하 구기자<사진>를 보러 가자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옛 본초서에 ‘영하의 구기자를 약으로 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 쪽 영하 지방의 구기자가 유명하단다.

과연 구기자 재배지에 가 보니, 허명(虛名)은 아니었다. 구기자나무가 끝도 없이 심어져 있었다. 9년 정도 된 것이라는데, 나무의 지름이 약 5cm 정도로 꽤 굵었다. 빨갛게 구기자 열매가 달리면 아주 장관이겠다. 마침 구기자 꽃이 예쁘게 피어 있었다. 보라색꽃잎과 노란꽃술이 무척 잘 어울린다.

입구에는 재배지에서 운영하는 큰 상점이 있는데, 정말 구기자 천국이다. 구기자로 못 만드는 게 없다. 구기차, 구기주는 기본이고, 구기과자, 구기사탕, 구기껌, 구기커피까지…… 시식해보라고 여러 가지를 주는데, 구기자 자체의 맛과 향 때문인지, 하나같이 입에 맞다. 구기자 잎으로 만든 차는 맛이 깔끔하면서도 구수했는데, 안신(安神)작용이 있다고 한다. 며칠의 강행군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주는 듯 했다.

■ 신비한 매력 감도는 사막

우리는 구기자 재배지를 나와 곧장 내몽고 사막으로 달렸다. 사실 사막 여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어쩜 산도 없이 이렇게 평지만 계속 될 수 있을까? 변변한 나무도 거의 없지만, 황폐하다는 느낌 보다는 이상한 평화로움이 느껴졌다. 사막에는 계속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신비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왕복 10시간이라는 말이 쉽지, 2시간 여를 고속도로를 달려온 이후에는 아예 포장도 안 된 도로를 계속 덜컹거리고 가고 있다. 그러더니, 인제 드디어 도로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 사막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가는 것이 아닌가? 과연 길은 제대로 가는 걸까? 잘못 왔다고 돌아가야 한다고 할 것만 같다. 그렇지만 길도 없는데, 또 어디로 돌아간단 말인가!

겨우겨우 사막을 힘겹게 달려가던 버스가 모래언덕을 넘지 못하고 그만 모래 속에 빠져버렸다. 우리는 모두 내려서 버스를 밀어야 했다. 여기서 못 빠져나가면 육종용 보러가기는 틀린 게 아닐까? 세찬 모래바람이 뺨을 때린다. 30분 정도 애를 썼을까, 겨우 버스가 모래 구덩이를 빠져나왔다.

그런데! 저쪽에서 전대균 원장님이 소리를 치신다! 사막에서 산삼이라도 발견하신 걸까? 아! 야생 육종용(肉종蓉)이다! 정말 육종용의 흰 꽃이 청초한 자태로 피어 있었다. 사막 한 가운데에 있어 더욱 그래 보였다. 뿌리를 캐어보니, 정말 성질이 윤(潤)한 것이 사막에서 어떻게 이런 것이 자랄까 싶다.
서둘러 육종용 재배기지로 가고 싶은 마음에, 안내자의 지프차에 열 명이 끼워 타고 계속 가기로 했다. 역시 지프차는 훨씬 빨라서 20분여를 더 달려 재배기지에 도착했다.

■ 육종용의 바다에 갇히다

아! 사막 한가운데서 본 것이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귀한 것이었다면, 이곳에선 아예 육종용에 둘러싸여 버렸다. 사방에서 육종용의 꽃들이 우리를 유혹한다. 흰 색 통꽃의 끝부분은 보랏빛인데, 빙 둘러서 무리지어 피어 있다.

여기서 사막인삼이라 불리는 육종용은 정말 신기한 한약재임에 틀림없다. 잘 보면 어린 것은 배아의 모습과 닮았고, 다 자란 것은 길이가 1미터도 넘는데, 용의 비늘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그냥 보기만 해도 그 힘이 느껴진다. 부드러우면서 강한 힘! 이시진(李時珍)은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 육종용에 대해 ‘이것은 보(補)하되 맹준하지 않으므로, 종용이라고 부른다. 종용은 온화하고 완만한 모양이다.’라고 하였는데, 틀림없는 진술인 것 같다.

더위와 배고픔에 지쳐 있을 때 육종용으로 담근 술을 한 잔 먹었는데, 그렇게 힘이 날 수가 없었다. 한국에서 단 한 번도 육종용을 써본 일이 없고, 사실 쓸 생각도 못 해봤는데, 역시 견문이라는 것이 이런 것인가 보다. 육종용이 괜히 친숙하게 느껴지고 자꾸 써보고 싶으니 말이다.

육종용은 보았으나, 쇄양(鎖陽)을 보지 못해 안타까웠는데, 운 좋게도 돌아가는 길에 사막 한가운데서 야생 쇄양을 발견 할 수가 있었다. 쇄양은 사막에서 자라는 길쭉한 녀석이라는 점에선 육종용과 같은데, 전체적으로 붉은 기운이 도는 것이 다르다. 그리고 좀 더 거칠다고 할까? 본초강목에서는 ‘그 공력이 육종용의 백배나 된다’고 하는데, 확실히 더 강해보이긴 하다.
쇄양을 보는 것을 마지막으로 사막을 빠져나왔다. 온 몸이 모래투성이였지만, 마음은 뿌듯하고 즐거웠다. 정말 살아 숨쉬는 공부를 한 것 같다.

차창 밖 풍경이 사막의 모래바람 탓인지 뿌옇게 흐려 보인다. 갑자기 아련해진다. 온 몸을 던져 사막을 헤집고 다녔던 우리 답사단의 모습이 마치 불로초를 구하러 다니는 진시황의 사자(使者)같다.
그렇다면 다음에 구하러 갈 영약(靈藥)은 무엇인가. 다음 우리의 걸음은 올 여름 동충하초(冬蟲夏草)를 찾아서 청해성(靑海省)으로 향할 것 같다. 올 여름 다시 한번 뭉칠 그날을 기다린다. <끝>

이세나(세명대 한의대 본초학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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