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成都, 銀川, 內夢古 본초 답사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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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成都, 銀川, 內夢古 본초 답사기(2)
  • 승인 2007.05.2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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四川대학 약용식물원과 甘草之鄕 鹽池를 가다

중국 전역에서 美人이 많기로 유명한 成都에서 하룻밤을 보낸 우리는 아침 일찍 시내에 위치한 사천대학 약용식물원으로 향했다. 애당초 잠깐 둘러볼 예정이었으나, 식물원의 규모가 상당하여 차근차근 보고 가기로 했다. 사천대학 약용식물원은 1천여 종의 식물을 보유하고 있으며 실내 표본실도 둘러볼 수 있었다.

역시 눈은 우리나라에서 쉽게 보지 못한 식물에게로 간다. 補陽藥의 하나인 선모(仙茅, Curculigo orchioides Gaertn·사진)는 그 잎과 꽃이 아주 커서 마치 공룡시대에나 어울릴 것 같다. 화담지해평천약(化痰止咳平喘藥)에 속하는 백부(百部)에는 몇가지 종류가 있는데, 우리가 본 것은 만생백부(蔓生百部, Stemona japonica Miq.)로 잎은 하수오 등과 비슷하며, 무언가를 감고 올라가는 것이 특징이다.

안덕균 교수께서 기왕 사천성에 왔으니, ‘천’자 붙은 식물은 다 보고 가자고 하신다. 과연 천우슬(川牛膝), 천황련(川黃連), 천황백(川黃柏) 등 ‘천’자 붙은 것이 꽤 많다.
초보 본초학 전공자로서 이번 여행에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된 것은 기원의 문제이다. 흔히 기원을 따지지 않고 약을 쓰는 경우가 많다. 물론 대부분의 약에서는 큰 문제가 없을 수 있다.
그렇지만 몇몇에서 식물의 모습이 판이하게 다른 것을 직접 보고 나니, 그 약성(藥性)도 다를 수밖에 없음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표본실에는 서각(犀角), 우각(牛角), 여러 종류의 마황(麻黃), 천산갑(穿山甲) 등 흔히 보지 못했던 약재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었다. 약재를 그린 그림을 전시해 놓은 것도 인상적이었다. 좀 더 둘러보고 싶었지만, 시간 관계상 다음 답사지로 향해야 했다.

성도 공항으로 가는 길에 잠깐 휴게소에 들렀다. 각종 과일을 좌판에 놓고 파는데, 살구 비슷한 먹음직스런 과일이 눈에 띈다. 비파(枇杷) 열매라고 한다. 알고 보니, 여기 성도의 특산물이었다. 공항에 가 보니, 제주도에서 선물용 귤을 사가듯 너도 나도 선물용 비파 박스를 들고 있었다. 비파 열매는 덤덤한 맛인데, 약간 달고 끝 맛은 약간 쓴 듯하다. 비파엽(枇杷葉)은 지해(止咳), 지구(止嘔) 등을 목적으로 쓰이는데, 열매 맛을 보니 누그러뜨리고 진정시켜주는 작용이 정말 있을 것 같다.

■ 감초, 마황, 황금을 만나다

성도 공항에서 국내선을 타고 은천으로 이동했다. 은천은 성도보다 더 쌀쌀했다. 도착하자마자 은천(銀川)과 청도(靑島)를 잇는 1692km 길이의 靑銀 고속도로를 타고 계속 달렸다. 초원 중간 중간에 무너진 명나라 대장성의 흔적들이 보였다. 정말 세월이 무상하다. 2시간 여를 달렸을까. 중국감초지향(中國甘草之鄕)이라는 푯말이 보인다. 드디어 염지(鹽池)에 도착한 것이다. 이곳은 예전에는 바다였다고 한다. 그래서 육지로 변한 지금도 흰 소금의 흔적을 군데군데 볼 수 있었다.

이곳 甘草 재배지에서 1년근부터 5년근까지 다 볼 수 있었다. 과연 1년근, 2년근, 3년근……그 길이와 크기가 다르다. 보통 1년을 키운 후 옮겨 심는데, 옮겨 심은 다음 1년 정도 지난 것을 주로 판매한다고 한다. 감초 시세가 너무 낮을 경우에는 다음해까지 기다린다고 한다. 5년근<사진> 정도 되면, 길이가 사람 키만하고 굵기도 어린아이 팔뚝만 하다. ‘약방의 감초’가 그리 시시한 약 같지는 않아 보인다.

은시호(銀柴胡·사진)와 황금(黃芩·사진)도 직접 캐보았다. 은시호의 뿌리는 색깔은 생지황과 비슷한데, 매끈한 속살을 연상케 하는 것이 특징이고, 황금은 정말 뿌리 속이 샛노랑색인 것이 인상적이었다.

마황(麻黃) 재배지<사진>도 둘러보았는데, 마침 예쁜 노란꽃이 핀 마황을 만나볼 수 있었다. 마황의 그 쭉쭉 뻗어나가는 기개란, 정말 당할 자가 없을 듯 했다. 뿌리도 캐보았는데, 역시 좀 매서운 느낌이다. 마황의 줄기를 꺾어서 반을 갈라보니 주황색의 가루가 들어있다. 이게 바로 마황소(麻黃素, ephedrine)라고 한다. 조금 떼어내어 맛을 보는데 별 맛은 못 느끼겠다.

버스를 타고 다시 은천 시내를 향해 달렸다. 차창 밖으로 은빛 호수가 자주 보인다. 이렇게 은빛의 맑은 호수가 많다고 해서 은천이라는 지명이 붙었다고 한다. 지명 뿐 아니라 본초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아닐까? 우리 조상들이 심혈을 기울여 지은 이름이라면, 하나하나가 자기 자신에게 꼭 맞는 이름을 가진 게 아닐까?

내일이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육종용과 쇄양을 만나러 가는 날이다. 차를 타고 왕복 14시간 사막을 가로질러 보러간다. 책에서밖에 본적이 없는 이 약재들이 과연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정말 궁금하다. <계속>

이세나(세명대 한의대 본초학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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