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成都, 銀川, 內夢古 본초 답사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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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成都, 銀川, 內夢古 본초 답사기(1)
  • 승인 2007.05.18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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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목향, 천우슬, 천속단과 만나다

간절히 원하는 것은 정말 다 이루어지는 것일까. 지난 5월 8~12일 대한본초학회에서 주최한 중국 본초 답사 여행에 또 한 번 참가하는 행운을 얻게 되었다.
중국 성도(成都;청두), 은천(銀川;인촨), 내몽고(內夢古;네이멍구) 등지를 돌아보는 이번 여행은 지난 1월 중국 해남도(海南島)에 이어, 올 들어 두 번째 해외 본초 답사다.
처음의 여행이 설레고 신기한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정말 많은 것을 담아온 알찬 여행이었던 것 같다. 10명이 참가한 이번 여행에서도 여러 교수님과 선배들, 연구원들, 임상 한의사들과 정겨운 시간을 많이 보냈다. 동고동락하면서 울고 웃었던 그 시간이 벌써 그리워진다. <필자 주>

첫날 늦은 밤 성도(成都) 공항에 도착한 우리는 버스로 두 시간여를 더 달려 아안시(雅安市)로 이동했다. 다음날 아침 일찍 보흥현(寶興縣)에 있는 약초들을 보러 가기 위해서다.
아침 일찍 호텔을 나서서 한 시간 정도 달리니, 버스가 산길로 접어들었다. 병풍을 두른 듯한 바위절벽과 폭포, 그리고 그 옆에 호수까지 있으니, 갑자기 딴 세상에 온 것 같았다. 그것도 잠시, 포장 안 된 길로 들어서자, 버스가 마구 흔들려서 몸을 가누기도 힘들 정도였다. 한참을 가도 가도 산길…… 얼마나 더 갔을까. 보흥현 약업국에서 직접 안내를 해주시겠다고 나오셨다. 우리는 약업국에서 준비한 지프차에 옮겨 타고 계속 이동했다.

산으로, 산으로…… 고산지대에서 재배된다는 천우슬, 운목향을 만나러 길을 재촉하는데, 매혹적인 흰 꽃이 피어있는 후박나무가 우리의 시선을 멈추게 했다. 흔히 당후박이라고도 부르는 이 나무는 목련과에 속하는데, 꽃의 자태에 기품이 넘치는 게 목련과도 유사했다.
서둘러 위로 올라가는 우리를 약업국 사람들이 불러 세운다. 아주 귀한 나무가 있다는 것이다. 마침 흰 꽃이 예쁘게 핀 이 나무의 이름은 공동수(珙桐樹). 팬더곰 만큼이나 귀하게 여겨진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나무나 풀이 여기서는 귀한 약재로 쓰이는 경우가 많았다. 역시 본초의 영역은 무궁무진하다.

드디어 운목향(雲木香, Aucklandia lappa Decne.·사진) 재배지에 도착했다. 그런데 잎이 아욱과 너무 비슷해서 그냥 지나칠 뻔 했다. 우석대 주영승 교수께서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셨다. 운목향의 잎은 아욱의 잎과 유사한데, 큰 잎 아래로 작은 잎이 계속 달려 있으면 운목향이고, 큰 잎 하나만 있다면 아욱이란다. 운목향은 또 엽병에 골이 있고 잎맥에 털이 나 있으니 찾아보라고 하셨다. 과연 모두 찾을 수 있었다. 2년 된 운목향을 캐어보니, 제법 큰 뿌리가 달려 있다. 약업국 사람들이 운목향은 위장에 좋고 화장품으로도 많이 쓴다고 했다. 뿌리를 조금 떼어내어 맛을 보니, 톡 쏘면서 강한 향이 나는 게 과연 막힌 속을 시원하게 뚫어 줄 것 같다.

다시 한참을 올라가니, 이제 거의 산의 정상이다. 고산지대의 맑은 공기가 몸 전체를 맑게 해주는 듯하다. 산 아래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데, 정말 말 그대로 첩첩산중에 보이는 것은 잘 정돈된 약초밭들뿐이다. 중국의 약초 재배 규모가 상상을 초월했다.
마침내 기다리던 천우슬<사진>을 만났다. 우슬(牛膝)은 식물의 마디가 부풀어 오른 것이 마치 소의 무릎 형태와 같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신농본초경에 상품(上品)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예로부터 보간신(補肝腎) 강근골(强筋骨)하는 약재로 많이 사용해 왔다. 그렇지만 천우슬(川牛膝, Cyathula officinalis Kuan.)은 활혈거어(活血祛瘀)하는 약재로,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인 우슬로 쓰이지 않는다. 실제로 식물체의 모양이나 느낌이 많이 달랐다. 뭔가 더 날렵하다고 할까.

내려오는데, 우석대 김홍준 교수께서 천속단이 있다며 캐오자고 하셨다. 아니, 이렇게 덜컹거리는 차안에서 보고 어떻게 한눈에 알까. 정말 아는 만큼 보이는 모양이다. 천속단(川續斷, Dipsacus asper Wall.·사진)은 힘차보이는 긴 뿌리가 인상적이다. 절단된 것을 이어줄만큼 강한 효능이 여기서 나오나 보다.
골짜기 안쪽에 자리잡은 백출(白朮)을 보는 것을 마지막으로 우리는 보흥현을 빠져나와 성도로 향했다. 이번 여행, 시작부터 잘 풀려나가는 것이 왠지 좋은 일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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