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332] 晉寓神方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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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332] 晉寓神方②
  • 승인 2007.04.1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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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형제 명의 楚客, 楚三

전호에 미처 다 하지 못한 산청의 형제 명의 초객, 초삼의 구전설화에 대해 소개해 보기로 한다.
두 사람은 지금의 산청군 단성면 자양리에서 허존의 아들로 태어났는데, 형인 許영(허영)은 1751년(영조27)에 태어났고 동생인 許언(허언)은 3년 뒤인 1754년에 태어났다고 한다.
두 형제는 어려서부터 나란히 앉아 공부하기를 즐겨했는데, 의술을 익힌 뒤로 그 명성이 자못 온 나라에 퍼졌다. 하지만 성격이 느긋한 초객은 약제로 치료하기를 즐겨했고 동생인 초삼은 기질이 활달해서 약보다는 침술에 능했다.

이들 형제는 전국을 떠돌면서 병자를 돌보았는데, 초삼이 먼저 침으로 응급처치를 하고나면 초객은 약을 써서 병의 뿌리를 뽑아 치료하곤 하였다.
그들이 젊었던 때의 일화 한토막이다. 초객은 동생과 의술을 토론하면서 가끔 침술의 효과를 가볍게 여기곤 하였다. 초삼은 내심 이러한 형의 생각에 불만을 품고 있었지만 아우된 도리에 대놓고 반발하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언젠가는 형에게 침의 위력을 보여주리라 벼르고 지냈다.

어느 날 두 형제가 한적한 시골길을 지나다가 부잣집 평상에 어린아이가 배를 드러내놓고 낮잠에 빠져 있는 것을 보았다. 초객이 집안으로 들어간 뒤 아이를 유심히 바라보던 초삼이 허리춤의 침통을 꺼내 아이의 배에 침을 찔러 넣어 혼수가 되었다.
얼마 후 삼대 독자인 아들이 죽었다고 온 집안이 발칵 뒤집혔고 아이의 아버지는 초객을 붙들고 살려달라고 통사정을 하였다.

그러나 아무리 명의라지만 갑자기 죽은 아이를 보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초객은 파랗게 굳어버린 아이를 진맥해 보고 더욱 참담해 했다. 간에 鐵毒이 들었는데, 당장 시골에서 처방할 약재가 없어 난감해 했던 것이다.
이때 가만히 지켜보던 초삼이 급한 병증에는 침이 효과가 크다면서 치료를 자청하고 나섰다. 경황 중에 다른 방법이 없던 아이의 가족들은 초삼을 붙들고 아이를 살려달라고 애원하였다. 초삼은 짐짓 아이의 온몸을 여기저기 주무르는 척하다가 침통을 꺼내들고 아까 건드려 놓은 곳에 침을 질러 넣었다.

그러자 마치 잠들어 있다가 깨어난 것처럼 아이가 아무 탈 없이 잠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 이날 형제는 그 집안에서 아들을 살려낸 고마움에 대한 융숭한 대접을 받았고 그 일이 있은 이후로 초객은 대단치 않게 여겼던 동생의 침술 솜씨를 인정하게 되었다는 얘기이다.
그리하여 1780년에 초객이 지은 『진양신방』에는 침구편이 곁들여져 있으며, 대대로 후손에게 가보로 전해지고 있다고 산청문화원의 자료에 소개되어 있다.

하지만 현전 『진양신방』의 다른 사본에는 침구편이 보이지 않으며, 이 책 『진우신방』에도 역시 침구편은 따로 보이지 않는다. 다만 원문 주석 여기저기에서 ‘舊本’이란 표현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이 책이 『진양신방』과 같은 모본을 중심으로 수정 보완된 이종 사본임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이 책에는 많은 상용방제들에 대해 약재를 가감하여 변방을 만들어 수록하고 있는데, 예컨대 氣門의 沈香降氣湯, 夢門의 加味溫膽湯, 痰飮門의 加味二陳湯, 五飮湯, 胞門의 千金調經湯, 淸熱調血湯, 蟲門의 烏梅丸, 大便門의 實腸散 등이다.

대략 이들 방제의 기준이 되는 방서는 醫鑑(동의보감), 入門(의학입문) 등이다. 또 이 책의 전반적인 수록내용도 역시 『동의보감』을 기본으로 가감활용한 변용방이 근간을 이루어 이들 허씨 형제의 의술행적과 어우러져 산청지역 한의학의 뿌리를 이루고 있다.
또 이 지역에는 허준의 의학스승이었다는 柳義泰와 청나라 고종황제의 두창을 치료해 중국 땅에 조선의학의 위상을 드높인 劉爾泰 등 전설적인 명의 설화가 많아 가히 소설 『동의보감』의 무대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아울러 조선 중기 산림처사로 유명한 南冥 曺植 역시 의약에 능통했던 유학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을 수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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