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기] 채한 교수의 SYMPOSIAC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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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기] 채한 교수의 SYMPOSIAC⑦
  • 승인 2007.03.3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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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야마(富山)와 일본 전통의학 캄포(漢方)(3)

■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전통의학 교육

도야마(富山)는 오랜 기간 동안 전통의학 산업이 발전했던 곳으로 전통의약에 대한 많은 볼거리들을 지니고 있다. 뜨내기 관광객들이 찾아드는 전통 약재 상점 등 시내의 번잡함을 벗어나면 도야마켄이 설립한 국제전통의학센터(International Research Center for Traditional medicine)를 찾아볼 수 있다.

이곳은 세계 전통의학에 대한 연구 및 교육, 지역사회를 위한 스포츠센터 및 건강 교육센터 등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데, 전시물 및 시설들은 웬만한 대학의 학생 교육시설, 박물관보다 충실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한다.

전통의학에 대한 관심은 단순히 지역의 기존 유물이나 기념품 한두 점을 모아놓은 피상적인 수준을 넘어서게 한다. 기실 일본 전통의학만의 새로운 이론이라고 한다면 기혈수(氣血水)와 복진(腹診) 정도일 것이며, 변증(辨證)이나 침구(鍼灸)에 있어서는 한국에 비해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 세계전통의학센터는 각 문명권에서 발전해온 고유한 전통의학-인도의학, 중동의학, 동양의학, 남미(南美)의학 등에 대한 관련 자료들을 깊은 수준에서 상세하고도 이해하기 쉽도록 정리해 놓고 있으며, 이에 대한 연구 또한 일본의 높은 과학기술을 통해 새롭게 시도하고 있다. 인도의학의 의학적 가치와 새로운 기기의 개발이 일본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신선하게 다가오는 곳이다.

■ 쯔무라와 일본의 한방 산업

한국의 전통의약산업은 그 발전가능성 만큼이나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으며, 이에 관련된 이익 단체들에 의해 상당부분 왜곡되어 있는 현실이다. 산업자원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한의약을 활용한 지역산업 개발을 추구하고 있으나, 정작 관련 기업들은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한 수준이거나 투자 개발을 위한 의지가 부족하고, 중요 핵심기술과 노하우를 지닌 한의계는 경시당하는 실정이다.

한국 한의약 산업의 발전을 위한 참고로서 한약 산업의 초대형 기업인 쯔무라 제약은 많은 개선점을 시사한다.
쯔무라 제약은 2006년 현재 11.5억 달러의 자산과 7.7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데, 대건중탕(TJ-100) 55억엔, 보중익기탕(TJ-41) 51억엔의 매출을 보였다. 1983년부터 제품을 생산한 (동경 부근의) 쯔무라 제약 이바라키 공장은 세계 최대의 추출 한약(Kampo extract medicine) 공장으로서, 한국 한의계가 필요로 하는 최고 수준의 한방의약품을 생산하고 있다.

쯔무라 제약은 한국 한의약산업의 발전에 있어 몇 가지 중요한 점을 시사하는데, 첫째 원료 약재의 품질관리에 있다. 원료를 합성하여 만들어내는 양방 의약품과는 달리 한방의약품은 재배된 원료를 사용하기에 재배 토양, 재배 방법, 원료의 관리 방법 등에 따라 품질 및 안전성이 크게 좌우된다.

이러한 점을 해결하여 생산되는 한방의약품의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쯔무라 제약은 중국 현지의 합작회사를 통해 재배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직·간접적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원료의 선별과 중금속·농약 등 안전성과 관련된 검사를 조직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약재의 수집 단계에서부터 최종 추출 한방의약품에 이르기까지 각 공정 단계마다 매번 HPLC를 이용한 성분 분포의 변화와 함께 (일본 정부의 규정을 넘어서는) 농약 및 중금속 농도 검사를 시행하고 있는데, ‘의약품’이라는 측면에서 이러한 검사를 당연시하고 있다.

한국 한의약 산업계는 가격만을 위해 품질과 안전성이 희생된 측면이 강하다. 한의약과 한의약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가격 이전에 의약품에 걸맞은 관리 체계를 세우는 것이 시급하며, 일본처럼 lot별로 성분 분포와 품질, 농약과 중금속 등 안전성에 대한 각종 자료가 첨부된 한약재, 추출한약만 유통되도록 하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둘째 쯔무라 제약은 한방 의약품을 단순히 생산만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 데이터를 관리하면서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의약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아스트라제네카, 바이엘, 로슈, 화이자 등의 제약회사에게는 당연한 것이지만, 한국처럼 판매만 할 뿐 제품에 대한 관련 정보는 제공하지 않는 무책임한 현실과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쯔무라 제약은 추출 한방의약품 뿐만 아니라 초제 또한 판매하고 있는 한방 제약회사이다. 일본 한방(漢方) 임상가들은 임상에서 필요로 하는 한의약에 관련된 모든(!!) 정보들을 쯔무라 제약에 부탁함으로써 (무상으로) 손쉽게 구할 수 있으며, 쯔무라 또한 한의약 임상을 위한 각종 임상 데이터들을 직접 구축하며 연구 사업들을 지원한다.

몇 만 원 짜리 제품 하나에도 각종 상품 정보들이 따라오고 사용설명서가 하나의 책을 이루는 현실에서 본다면, 한국 한방 제약사와 정부 부처들은 너무도 무책임하고 세계화에 뒤떨어져 있다. 의약품(한약재)의 중간 소비자에 불과한 의료인(한의사)에게 사용되는 의약품의 생산, 유통, 의학적 연구, 안전성 등에 대한 모든 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선후가 맞지 않는 이야기로, 이러한 제품을 공급하는 제약 회사가 보증하는 것이 의약계의 세계 기준이다.

한국의 몇몇 한방의약품 제조회사들이 이러한 세계 기준에 맞도록 추진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의약품 수준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초제와 추출 한약 제품들을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것은 한국 한의계의 엄정한 소임(所任)이다. <계속>

채한
現 : 대구한의대학교 교수, 대구한의대의료원, 한방임상시험센터
前 :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 하버드메디컬 스쿨, 한국한의학연구원
연락처 : www.chaelab.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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