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은 나의 삶56話] 배형섭 경희대 한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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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은 나의 삶56話] 배형섭 경희대 한의대 교수
  • 승인 2007.02.1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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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계내과학의 발전적 기틀 마련

■ 한의계 입문

한방중풍치료의 명의로 잘 알려진 경희대 한의대 배형섭 교수(58)는 대나무로 유명한 전남 담양이 고향이다.
어려서부터 워낙 몸이 약했던 그는 의사가 되어서라도 건강을 되찾기를 바라는 평소 부모님의 소원대로 의대를 지원했으나 실패하면서 건강이 더욱 악화됐다. 그러다 우연히 친척의 소개로 한약을 먹고 건강을 회복한 그는 건강에 자신감을 되찾으면서 남이 잘 안하는 한의학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바꾸고 재수 끝에 1968년 경희대 한의대에 입학했다.

■ 과학적인 학문, 한의학

한의대에 입학은 했지만 막상 공부에 흥미를 갖기는 어려웠다. 당시에는 대학재정이 어려운 탓인지 편입생들을 많이 뽑았는데, 한의과도 예외는 아니어서 큰형님이나 삼촌뻘되는 편입생들과 공부하려니 왠지 모를 거리감도 있고, 학문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으로 방황했다.
그러다 우연히 피닉스라는 의료봉사 동아리에 들어갔는데, 무의촌 의료봉사를 따라다니면서 조금은 낯설지만 가슴 따뜻한 경험을 하게 됐다.

생활고로 힘들어 하는 이들이 치료를 받고 무척이나 고마워하는 모습들이 그에겐 자극이 됐다.
무엇보다 학문에 매진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동의방제학’의 저자인 윤길영 교수의 영향이 컸다. 그 시절 교수들이 대개 고전에 충실하고 중시했던 것에 반해 윤 교수는 한의학이 얼마나 합리적이고 객관적인지, 또 얼마나 과학적인 학문인지를 명쾌하게 설명해 주었다. 이러한 강의내용은 그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 수련의로 사회첫발

대부분의 한의대 졸업생들이 졸업 후 개원의로 나섰지만 1974년 대학을 졸업하게 된 배 교수는 임상에 경험도 없고 자신이 없던 터라 개원가로 나설 엄두를 못 냈다. 하지만 운이 좋았던지 졸업하기 바로 전 해에 경희의료원이 개원, 한방 수련의를 모집하면서 대학 병원에 남을 수 있었다.
배 교수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한방 입원환자 중에는 중풍환자가 많은 편이라고 했다. 당시의 병원은 시설이나 의료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시절이어서 낮에 환자가 입원하면 수련의들은 남아서 밤새껏 환자들을 돌봐야 했다.

몸이 고달픈 생활이었지만, 병원에 실려왔던 환자들이 치료를 받고 말도 하고 걸어서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신기하기도 하고, 환자들한테 뭔가 도움이 됐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수련의 과정에서 조금씩 임상에 눈을 뜬 배 교수는 수련의를 마친 77년부터 심계내과 강의를 시작했다.
중풍을 중점적으로 하면서 심장·혈관 등의 임상분야를 주로 강의했는데, 그는 특히 중풍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고혈압을 한의학적 이론에 맞는 용어로 정립하는 데에도 기여했다.

■ 심계내과 ‘연구업적집’ 발간

1994년에는 전공분야와 관련이 있는 성인병학회 이사로 활동했다. 이후 2000년엔 한방내과학회 학회장을 맡으면서 한방내과학회 관련 제도를 확립하는데 기여, 이를 근간으로 2001년부터 한방내과전문의가 배출되기 시작했다.
2002년에는 심계내과 주임교수를 맡으면서 1년 동안의 연구성과물들을 한 데 모은 경희대 한의대 2내과학교실 ‘연구업적집’을 발간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 지금까지 모두 6권의 연구업적집이 발간됐다.

학술대회가 대체로 형식적인 논문발표에 그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배 교수는 2004년에 대한중풍학회장을 맡으면서 1년에 두 차례 연수강좌 위주의 학술대회를 개최, 학회 회원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아울러 그는 같은 해 편집위원장을 맡아 심계내과학교실의 발전된 모습과 지나온 발자취를 한권의 책으로 담은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심계내과학교실 30년사’를 발간한 일도 큰 자랑으로 꼽았다.
그의 대표적인 연구업적으로는 1995년 제약협회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아 수행한 ‘우황청심원의 원방과 변방의 임상비교실험’에 대한 연구가 있다.

■ “덕과 겸손 갖춘 한의사 돼야”

배 교수는 지난 33년의 세월을 두고 “그동안 한의학으로부터 혜택받았던 것을 후배나 제자들한테 가르치고 물려준 것에 대한 보람이 첫째지, 그 이상 뭐가 또 있겠냐”고 했다.
한의학을 선택한 것에 후회는 없다고 말하는 배 교수는 “후학들한테 지식보다는 지혜가 더 필요하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고 했다. 지식은 단기간에 습득하고 쌓아 올릴 수 있지만 지혜는 긴 시간이 필요하고, 그만큼 경험에서 우러나와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요즘 인기위주의 외형적인 것에 집착하고, 비방만 찾아다니는 젊은 한의사들의 모습을 우려하면서 질병치료에 있어서는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방식의 치료를 추구해 한의학을 보는 시각을 넓혀가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한의사라면 환자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사는 환자가 궁금한 것을 잘 이해시켜줘야 신뢰받을 수 있다면서 자기분야 외에도 지식을 습득하는 게 중요하고, 무엇보다 덕망과 겸손을 갖춰야 진정한 한의사로 거듭날 수 있다고 했다.

■ 의료선교로 여생 보내고 싶어

배 교수는 중풍은 예방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 쓴 중풍 관련 책이 빠르면 올 봄께 발간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앞으로 어느 정도 시기가 되면 기업인이 자기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듯이 의료선교에 적극 나서고 싶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운동예찬론자인 배 교수는 환자들에게 늘 운동을 권하고 있고, 그 자신도 일주일에 4~5회 씩 가까운 헬스클럽에 가서 꾸준히 운동을 하며 건강을 지키고 있다.

‘최고보다는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자’는 좌우명을 갖고 있는 배 교수는 부인 김혜경 씨(58)와의 사이에 2남1녀가 있으며, 셋째인 아들 기정 씨(28·의사)가 의업을 잇고 있다.
대표저서로는 ▲동의심계내과학(서울 서원당, 1995) ▲황소바람 잠재우기(성현출판사, 1996) 등이 있다.

민족의학신문 강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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