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기] 중국 해남도 약초 탐방기(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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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기] 중국 해남도 약초 탐방기(下)
  • 승인 2007.02.1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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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셋째날

우리는 먼저 중국의학과학원약용식물연구소 해남분소를 돌아보았다. 1960년 1월에 문을 연 이곳에는 국내외에서 들여와 재배하고 있는 약용식물이 202科 1606種이나 된다. 식물원에는 50~60년이 되었다는 아름드리 침향나무가 있는데, 그 앞에는 침향왕(沈香王)이라는 칭호가 붙어있었다.
인도에서 들여온 마전(馬錢)나무 군락도 볼 수 있었는데, 주먹만한 크기의 주황색 둥근 열매가 달려 있었다. 열매를 직접 따서 잘라 속을 보니, 흰색의 미끈거리는 과육 안에 까맣고 납작한 씨앗 즉, 마전자(馬錢子)가 보인다. <사진>

계피(桂皮)나무도 있었는데, 수피를 조금 떼어내어 맛을 보니 달콤하면서도 향기로웠다. 잎에서도 은은한 계피 고유의 향이 났다.
우리는 한국에서 공기 정화작용이 있다고 해서 인기가 많은 산사베리아가 연녹색의 예쁜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산사베리아는 호미란(虎尾蘭)이라고 하는데, 이것 또한 약으로 쓰인단다. 역시 약 아닌 식물이 없나 보다.

견학을 마치고는 답사단과 연구소 소장이신 마錦東 님과의 대담시간이 마련되었다. 한약재의 산지와 기원, 중국의 의료실정 등을 주제로 많은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해남도의 주요 생산 품목으로는 익지(益智), 빈랑(檳랑) 등을 꼽을 수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잘 쓰지 않는 강향(降香)이 이곳에서는 최고의 보약(補藥)으로 꼽힌다는 것 등 많은 유용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다.

그 다음에는 완닝(萬寧)으로 이동해 광곽향(廣藿香) 재배지를 둘러보았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광곽향은 약용 외에 공업용으로도 사용되는데, 주로 방향제 등의 원료가 된다고 한다. 광곽향 재배지 옆으로는 끝없는 들판이 펼쳐져 있었다. 억새는 바람에 나부끼고, 물소들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참으로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이었다.

■ 마지막날

벌써 마지막 날이다. 우리는 하이커우(海口)로 이동하는 길에 해남야생동식물원을 방문했다. 그곳의 사파리 공원에서 매화록과 엘크, 곰, 호랑이 등 한약재로 쓰는 야생동물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동식물원 안에는 고무나무가 많았는데, 끈적끈적한 까만 진액(고무)이 흘러나와 수간(樹幹)에 붙어있어 쉽게 식별할 수가 있었다.
근처의 사탕수수 밭과 공장도 견학했다. 사탕수수를 산처럼 싣고 와서 공장에서 기계에 넣고 즙을 짜내어 즉석에서 굳혀서 벽돌처럼 찍어내는 모습이 무척 신기했다. 고무와 사탕수수는 야자, 커피 등과 더불어 해남도의 주요 경제 작물이란다.

오후에는 열대 과일 시장을 구경했다. 망고, 바나나, 용안, 여지, 과일의 왕이라는 두리안과 여왕이라는 망고스틴까지 신선한 열대과일이 보는 이를 유혹한다. 10위안을 주고 용안(龍眼)을 좀 샀다. 껍질을 까서 입 안에 넣었다. 달콤한 과육을 다 먹고 나니, 과연 용안(龍眼)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까맣고 둥근 씨앗이 나온다.
누가 농담처럼, 용안(龍眼) 씨앗의 약성을 연구해서 약으로 쓰게 되면, 이 곳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을 한다. 용안자(龍眼子)라…. 재미있겠다.

海口 시내의 한 차 가게에서 커피와 더불어, 해남도 2대 특산품 중 하나라는 고정차(苦丁茶)를 맛 볼 수 있었다. 첫 맛은 쓰지만 계속 마시다보면 은은하게 단 맛이 난다. 이것이 이 차만의 독특한 매력인가 보다.
역시 해남도 특산인 난귀인차(蘭貴人茶)도 맛보았다. 서태후가 젊은 시절 즐겨마셨던 차라서, ‘귀인’자가 붙었단다. 향기로운 단맛이 입안을 감돈다. 과연 이름처럼 단아하면서도 기품이 있다.

저녁엔 서로 자기소개를 하고 여행에 대한 소감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각자가 하는 일은 서로 다르지만 같은 한의학의 영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다.
이번 해남도 여행에서는 약초 답사도 좋았지만, 여러분들과 정보도 공유하고, 한의학 발전에 대해 함께 진지하게 고민했던 시간들도 참 소중했다. 그러기에 헤어지기가 못내 아쉬웠다.

이런 우리의 마음이 통한 걸까. 육종용의 꽃이 피는 오는 5월에 내몽고 쪽으로 다시 한 번 답사여행을 가자는 제안이 나왔다. 내몽고는 육종용, 쇄양 등의 주산지로, 사막지대에서 나오는 약재들을 볼 수 있다니, 다시 한 번 새로운 약재들과, 그리고 좋은 사람들과 귀한 만남을 가질 수 있으리라.

늦은 밤 공항으로 향했다. 소설 연금술사에서 말한 ‘초심자의 행운’이었을까. 아무것도 모르고 호기심만으로 길을 떠난 나에게, 남방약재들이 어느덧 너무나 친근하게 다가와 있었다. 직접 눈으로 보고, 캐어보고, 만져보고 한 순간들을 잊지 못할 것 같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들이 많이 있기를 바라면서 아쉬움을 뒤로 한 채 해남도를 떠났다. 5월의 내몽고 여행을 기약하며. <끝>

이세나(세명대 한의대 석사과정·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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