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식품, 국산 한약재 둔갑 늘어
상태바
수입식품, 국산 한약재 둔갑 늘어
  • 승인 2006.12.28 16: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토매지’ 근절 대책 마련해야

한약재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가 부실한 관련 규정으로 인해 거꾸로 식품으로 수입해 원료의약품으로 판매하는 불법 행위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잔류 농약과 이산화황 등 유해물질에 대한 통관 기준이 까다로워지자 아예 식품으로 들여와 국산 한약재로 둔갑시켜 판매하는 것이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약재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식품으로 수입해 원료의약품으로 파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지금은 해도 너무하는 것 같다”며 “회사 이름이 알려져 차마 그 짓을 못하는 우리만 바보 꼴이 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식품원료로 수입해 원료의약품으로 판매되는 한약재의 안전성 여부다. 제조업소에서 수입한 한약재는 자가 검사를 하도록 돼있으나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과, 국내산 한약재의 경우 농민의 자가규격 허용으로 검사를 하지 않아도 약업사 명의로 판매하면 된다는 허점이 존재하지만 농산물의 경우 아예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경로를 거치면 잔류 농약·중금속·이산화황 검사를 거쳐야 되지만 식품으로 통관하면 식품위생법상 이산화황과 식품검역만 마치면 되고 그것도 같은 업체에서 같은 품목을 수입할 경우 연 1회만 검사를 받으면 되기 때문에 사실상 무풍지대라고 까지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대구약령시 경매장에 국산이라고 가지고 나온 한약재가 중국산임이 밝혀져 파동을 겪기까지 했다.
이렇게 된 이유는 ‘토매지’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토매지’라는 신조어는 국내산은 아니지만 국내산과 생김새가 같아 국산으로 팔 수 있는 한약재를 뜻하는 말이다.

최근 심각하게 문제가 되는 토매지로는 구기자, 당귀, 맥문동, 백수오, 산수유, 시호, 오미자, 작약, 지황, 천궁, 천마, 택사, 황금, 황기 등이다. 주로 가격이 높고 사용량이 많은 약재들이다.
특히, 당귀와 천궁은 국내 생산량으로는 수요를 충당할 수 없는데도 이제까지 한 번도 공식적으로 수입된 적이 없으며, 산수유와 오미자는 대형 할인매장에서 식품으로 판매되는 가격이 한약재로 유통되는 것보다 훨씬 비싸다는 것에서 나타나듯 식품으로 수입된 것이 섞였다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토매지’라는 단어 자체가 태생부터 수입 후 국산으로 둔갑할 것임을 나타내듯 중국과는 종이 전혀 다른 우리나라의 토당귀가 중국에서 재배되고 있다. 그리고 약효 등 품질과는 상관없이 우리나라 구기자와 크기나 모양이 같은 것이 더 비싸다는 것은 국산으로 둔갑하는 한약재의 실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잘 나타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이런한 불법행위가 단순히 유통질서만 어지럽히는데 끝나지 않는데 있다는 지적이다.

한약제조업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재배농가는 땀 흘려 수확해도 정상가격에 사가는 수집상이 없고, 수집상 입장에서는 토매지와 가격경쟁을 할 수 없어 섣불리 약재를 사지 못하는 형편”이라며 “토매지가 국산행세를 하고 있는 이상 공급이 아무리 부족해도 산지가격은 오르지 않고 농가는 더 이상 한약재를 재배할 수 없게 돼 결국 농가, 상인, 소비자 모두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따라서 단순히 수입을 막는 데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국산은 국산으로, 수입은 수입품으로 유통될 수 있도록 서둘러 규정을 정비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민족의학신문 이제민 기자 jemin@mjmedi.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