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덕 칼럼] 정책과 파벌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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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덕 칼럼] 정책과 파벌①
  • 승인 2006.10.27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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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류, 특히 국민의 건강 증진이 한의학의 존재이유이며 발전의 합목적성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의계 구성원들의 힘을 집결하고 국민적인 지지를 받아서 한의학의 공익적 대중성을 확립하는 것이 정책개발의 전략 전술이라고 보며 졸고도 이에 맞추고 싶다.

5.16 군사쿠데타 이후 계속된 군사독재가 종식을 고하게 될 80년대 말, 국가로부터 받아 온 차별과 소외가 대대로 쌓여 내려와 박탈감과 무력감이 극심했던 한의계에도 협회의 민주화운동이 가시적 성취를 맺게 되어 변화의 흐름이 생기기 시작했다.
젊은 회원들을 중심으로 하여, 한의계 발전의 고질적인 장애요인에 대해 진지한 모색이 이루어진 결과 3 대 요인이 제시 되었는데, 한의계가 갖고 있는 로비지상주의, 파벌 상, 폐쇄성이 바로 결정적 주범들로 인식되었다.

돌이켜 보면 어떤 문제가 터졌을 때 “협회가 힘이 없어서 그래.” “국회의원 하나 없어서 그래.” “돈이 없어서 그래.” 라는 자조와 절망감이 이미 만성화 되어 있었다. 그래서 협회장을 비롯한 지도자 ‘선택’의 기준은 늘 “힘 있는 정 관계의 누구와 친분이 있느냐, 누구를 움직일 수 있는가”와 이 일을 하려면 돈이 필요한데 “얼마나 돈을 갖고 있느냐”가 가장 일반화된 것이었다. 그리하여, 정·관계의 실력자의 고향, 학벌에 따라 인맥을 동원하는 것은 당연한 상식에 속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인맥과 돈이 상대 단체들에 비해 확연하게 열세인 한의계로선 로비지상주의와 금권우선 사고는 여전히 “수세적”인 인자들에 불과하다. 즉, 필요조건은 되지만, 결코 충분조건이 될 수 없음과 함께, 이것이 협회 회무의 폐쇄적 비밀주의로 바로 연결되며 그 폐쇄성을 지키려면 지도자와 친분이 두터워야 하는 파벌의 형성을 자연스럽게 하고 있음도 인식했다.

더욱이 한의계의 파벌들은 ‘선택’, 즉 ‘협회장 선거’ 시에 결정적으로 기동이 됨으로써 그 끈끈함과 퇴행성이 더 심각하다. 한의계 내에 회자되던 대표적 파벌들로써 80년대까지 O 사단, S 사단, P 사단, 배우회 등, 90년대부터는 소위 H 사단과 K 대, W 대, D 대 동문회들을 꼽을 수 있다.

기존의 사단들은 지역 세력- 예를 들어 부산·대구 한의사사회의 단합 전통-과 결합하여 파벌의 속성인 ‘폐쇄적 단결력’에 의한 영향을 발휘했다. 사실 파벌의 속성상 자유롭고 심도 있는 토론이란 거의 생략되며 보스의 인식과 정보, 리더십에 따라 회무가 잘 나가느냐의 여부가 결정됨으로써 회무의 연속성은 거의 담보되지 않은 채, 로비는 다음 집행부의 새로운 선과 능력으로 넘어간다.

보스가 획득한 정보의 질적 가치나 진위 여부의 검증 절차 없이 보스의 판단에 의해 ‘한의계에 지각변동을 가져 올 정책’ 들이 추진되기 일쑤였고 결국 합목적적 공익성을 가진 정책개발로 연결되지 못해 ‘한의학의 대중성’의 제도화에 실패하고, 내적으로는 효율적인 회무역량의 축적을 저해하고 마는 것이다.
단적인 예를 들자면, 전문의제도, 한약학과의 약대 내 설치 허용, 한의학의 세계화 거품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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