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학의 유용성 세계에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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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학의 유용성 세계에 알렸다"
  • 승인 2003.03.17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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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옥같은 논문 300여편 발표, 정부포럼도 개최

동서의학의 조화, 세계의학 체계 구축 계기마련

지난 2년간 1만여 한의사의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 제11차 국제동양의학학술대회(ICOM)가 11일 드디어 개막되었다.

COEX 3층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개회식은 姜聲吉 제11차 ICOM 집행위원장의 경과보고에 이어 전날 열린 김대중 대통령의 환영리셉션 치사를 재상영하고 내빈을 소개함으로써 행사분위기를 고조시키면서 시작되었다.

ICOM 대회장인 최환영 대한한의사협회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21세기 지구촌 최고의 화두는 산업사회의 비약적 발전과 삶의 질 제고를 위한 노력이라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이번 대회를 통해 동양의학의 뛰어난 임상결과와 치료의 잠재력을 널리 알려 서구에서 일고 있는 동양의학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킴으로써 세계인들이 우리의 동양의학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대회의 의의를 그려주었다.

김원길 보건복지장관은 이경호 차관이 대독한 치사에서 “서양의학이 치료하기 어려운 난치성 질환의 치료영역에서 전통의학이 무한한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는 추세에 있음은 대단히 반가운 일”이라고 반기고 “이번 대회를 통해 새로운 세계의학 체계를 구축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뜻깊은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고 격려했다.

이밖에도 배원식 국제동양의학회 회장, 전용원 국회보건복지위원장과 오미 시게루 WHO 서태평양지역 사무처장 등이 축하의 인사를 했다. 특히 오미 시게루 사무처장은 “전통의학과 현대의학의 조화가 중요하다”면서 “전통의학이 제 역할을 하면 서양의학도 혜택을 입어 조화를 이루게 될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내 WHO의 전통의학 정책방향을 가늠할 수 있게 했다.

개막식에서는 배원식 ISOM 회장이 1980년부터 88년까지 국제동양의학회 회장을 역임했던 사카구치 히로세 전 회장에게 공로패를 증정했다. 히로세 전 회장은 동양의학의 발전과 회원 상호간 유대 강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개막식 행사가 끝난 직후 고병희 한국한의학연구원장과 오미시게루 WHO 서태평양 지역본부 사무처장이 각각 ‘21세기 의학혁명과 동양의학’과 ‘21세기의 전통의학’이라는 주제의 기조연설을 하였다. 고병희 원장은 21세기 동양의학의 전환점을 사상의학에서 찾고 동양의학의 특징을 품수의학, 심신의학, 체질의학, 사회의학이라고 규정짓고 이런 분야의 발전을 촉진하는 당면과제로서 진단의 객관화, 동양사상 및 의철학과의 상관성 연구, 현대과학과의 교류 확대, 생활의학으로 확대, 기초학문과의 학제간 연구 등을 제시하고 21세기 의학이 지향해야 할 과제로는 사람이 주인되는 의학, 맞춤의학, 건강한 사회를 꼽았다.

이날 오후부터 시작된 300여 편의 논문발표는 암, 정책·현황·방법론, 임상, 약물기초·원전, 침구, 진단, 체질분야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아울러 이날 오후 2시 2층 아셈홀에서는 ‘21세기 전통의학의 발전을 위한 정부역할’이라는 주제의 정부포럼이 비공개로 열렸으며, 저녁 7시에는 인터컨티넨탈호텔 하모니볼룸에서 보건복지부장관 주최의 만찬인 ‘Korean Night’가 열렸고, 13일에는 오디토리움 로비에서 ‘Farewell Party’가 열려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김대통령 내외 참석, 대회 분위기 절정

전세계 동양의학자 성공적인 대회 다짐

ICOM환영 리셉션

제11차 국제동양의학학술대회에 참석하는 국내외 동양의학자를 환영하는 리셉션이 COEX 그랜드볼룸에서 열려 화기에 넘친 한마당이 되었다.

국내외 동양의학자 1000여명이 참석한 환영 리셉션은 이례적으로 김대중 대통령 내외분이 참석하여 대회의 위상을 한껏 높여주어 과거 그 어느 대회보다도 돋보인 행사였다.

MBC 유명 아나운서인 신동진씨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본 행사가 시작되
기 전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상징하는 국악신동 윤태평양군의 ‘희망’을 비롯한 퍼포먼스 공연을 통해 대회의 목표가 어디에 있는지 짐작케 해주었다.

최환영 회장은 공연이 끝난 뒤 주요 참석자들을 소개해 참석자들의 면면을 알 수 있게 했다. 주요 참석자들은 배원식 ISOM 회장을 비롯하여 오미 시게루 WHO 서태평양지역 사무처장과 첸켄 사무차장, 중국·일본·미국·베트남·몽골 등 30여개국 참가자, ISOM 구로가와 이사, 김원길 보건복지부장관, 김태홍·손희정·최영희 국회보건복지위원, 이성림 예총 회장, 김정수 제약협회 회장, 안영기·변정환·조용안·송장헌·한요욱·차봉오·문준전·허창회 한의협 명예회장, 김성환 한국민족문화사랑협의회 회장, 김영석 대한한의학회장, 이형구 전국한의과대학교육협의회 회장, 신현대 임상교수협의회 회장, 고병희 한국한의학연구원장, 박상동 한방병원협회장, 손숙영 대한여한의사회 회장, 송천은 원광대학교 총장, 순천대학교 총장 등이었다. 그리고 각시도지부장과 한의과대학 학장, 중앙회와 시도지부, 분회 임원, 한의사회 회원과 관련단체 내외빈 다수가 자리를 함께 하였다.

환영리셉션은 정각 7시에 김대중 대통령 내외분이 입장하면서 최고조로 무르익었다. 김 대통령이 입장하자 참석자 모두 일어나 박수로 환영하였다. 바야흐로 한국이 세계 한의학의 종주국이자 발전을 선도하는 국가임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순간이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치사를 통해 “동양의학이 세계의학으로 자리잡은 것은 동양의학의 빛나는 전통과 참석자들의 투철한 정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으면서 “전문가 사이에 더욱 활발한 교류를 통해 세계의학의 한 축으로 확고하게 정립시켜 달라”고 주문했다.

김대통령은 또 “정부가 의학기술의 발전과 저소득층의 의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도적 발전과 사회복지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시점에서 의학혁명과 동양의학이라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한 것은 더욱 뜻깊고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하고 마지막으로 학술대회의 성공을 기원했다.

각계 인사의 축하인사에 이어 열린 만찬에서는 한상태 전 WHO 서태평양지역 사무처장이 “대회의 성공과 참석자의 건강을 위하여” 건배를 제의하자 일제히 잔을 들어 화합과 우정을 다짐하기도 했다.

김승진 기자


기조연설문 요약-21세기 의학혁명과 동양의학

사람 중심의 의학으로 대전환 시점

고병희(한국한의학연구원 원장)

동양의학은 동아시아 대륙 고대문명의 태동과 함께 시작되어 수천 년의 역사를 간직하며 발전해온 전통의학이었으나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기계 문명이 인류 문명을 주도하기 시작하면서부터 환경이 파괴되고 인간집단간의 갈등과 문명간의 충돌이 발생하면서 동양의학을 비롯한 전통의학은 서구 자연과학 일변도의 기계문명의 흐름 속에 뒷전으로 밀리기 시작했다.

이러한 문명사적 전환기에 전통적 동양의학을 기반으로 原始儒學의 개념적 기틀을 도입하여 ‘四象體質醫學’이 창안되었다. 이는 陰陽五行만으로 만사만물을 해석하려고 고집하는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일면을 탈피하여 생리, 병리, 진단, 치료에 이르기까지 실용적 임상의학으로 탈바꿈하고자 한 것이다. 당시로선 수 천년 이어져 내려오던 고정관념을 뒤엎는 醫學革命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서구에서는 기계문명의 흐름을 의학에 대입시켜 성리된 서양의학의 문제점을 동양의학으로 보완할 수 있다는 시각에서 동양의학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21세기 초입에 들어선 의학은 서양의학에 의해 쪼개지고 분열된 물질과 정신을 전체성과 전일 개념을 토대로 새로운 해석을 모색해야 할 시점에 도달하였다.

동양의학의 특징

한의학은 稟受醫學의학이다. 稟受는 곧 체질이다. 부모와 자식간에 혈액형이 일정한 규칙을 갖는다거나 부모가 혈압이 높거나 중풍을 앓으면 자식도 그러한 경우가 많고, 소화기능이 약한 부모를 모신 사람은 다른 사람에 비하여 위장질환의 발병빈도가 높은 것도 현대의학이 품수를 충분히 고려해야 할 가치가 있음을 말해준다.

한의학은 心身醫學이다. 사람이란 눈으로 식별이 가능한 몸으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고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이 늘 같이 하는 존재이다. 그러므로 의사는 단지 육신의 질병을 다루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되며, 사람의 몸과 마음의 병을 함께 다스려야 한다. 서양의학에서는 심신상관론(mind-body interaction)을 비롯하여 육체와 정신의 상호관계를 염두에 둔 이론이 태동되어 각광을 받고 있다.

한의학은 體質醫學이다.

한의학은 같은 질병이라 하더라도 체질에 따라 치료방법을 다르게 적용한다. 똑같은 약을 먹어도 낫는 사람과 낫지 않는 사람이 있다. 약 뿐만 아니라 늘 먹는 음식물이나 기호식품의 선호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한의학은 社會醫學이다.

한의학은 오늘날 생존경쟁에 시달리며 인간성을 상실해 가는 현대인들에게 좋은 처세법으로 활용될 수 있다. 사람을 접할 때에 체질에 대한 특성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다면 인간관계에 있어 많은 신상정보를 미리 인지한 것과 같은 처신을 행동에 옮길 수 있다.

동양의학의 당면과제

동양의학에서는 전통적으로 의료행위자의 오감에 의존하는 四診과 腹診이나 經診 등 다양한 진단법을 개발해 왔으나 이와 같은 자기수련적 진찰법은 고도의 숙련된 경험이 요구되는 반면에 피진찰자나 제3자를 납득시키기 위한 가시적 지표가 없음으로 현대 사회의 진료여건에서는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하나인 치료 경험들을 다른 의사들에게 전달하는데 장애가 많았다. 따라서 현대의학계에 동양의학의 축적된 경험지식을 정보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객관적 진단지표를 마련하는 것이 전제되어야만 한다.

또한 동양의학은 유가사상과 노장사상, 불교 의학 및 선가사상 등 복잡다단한 철학적 배경을 갖고 있는 만큼 동양학을 이해하는 데는 철학적인 배경의 이해가 전제되어야 하고 의학적인 면에 있어서도 실용적 응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초 연구가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초학문과의 학제간 연구와 현대의학과의 교류를 확대하는 일도 주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아울러 최근에는 생활의학까지 포괄할 것이 요구되고 있다. 한의학은 인간의 행위양태와 연관된 모든 병적 요소를 의학적 치료범주로 여겨왔음을 볼 때 未病상태를 치유하는 것이 사회의학적 측면에서 가장 고급스런 의학으로 강조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21세기 의학의 지향점

새 천년 밀레니엄에 한의학이 가야 할 길이 많지만 동양의학은 무엇보다 사람이 주인되는 의학을 지향해야 한다. 인간과 자연, 사회와 개인, 몸과 마음의 조화를 추구함으로써 건전한 사회의식 위에서 스스로를 책임지고 관리해 나가는 의학이론이며, 미래의학의 건전한 모델로서 그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한의학은 모자보건, 영유아보건, 학교보건, 지역사회보건, 성인병 관리, 노인보건 등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한 예방의학으로 자리매김되어야 한다. 특히 사상의학의 정신을 예방의학 분야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보다 실질적인 국민보건향상을 가져올 것이다.

둘째, 동양의학은 맞춤의학일 때 더욱 빛난다. 100년 전 동무는 개체의 특성에 따른 환자 관리를 설파했다. 예컨대 체질별 맞춤치료에서부터 맞춤식단을 통한 체질별 식단 문화 정착, 체질별 치료 환경이나 질병의 치료 후 관리, 건강검진 등에 맞춤 건강관리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가장 도덕적인 사람이 가장 건강할 수 있는 사회를 건설하는데 동양의학이 일익을 담당해야 한다. 이제마 선생의 좬東醫壽世保元좭과 좬格致藁좭에 담겨져 있는 酒色財權에 대한 경계, 存心養性의 정신, 好賢樂善 하는 자세는 우리의 미래를 밝고 건전한 사회로 전환시켜 나가는데 있어서 중요한 기틀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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