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채한 교수의 SYMPOSIAC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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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채한 교수의 SYMPOSIAC①
  • 승인 2006.09.22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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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중의약대학에서 바라본 한국 한의학 교육의 미래
외화벌이에 나서는 중의학, 안방에서 수모당하는 한의학

이제 한국으로 돌아와 학생들을 대한 지 두 번째 학기를 맞이하였습니다.
미국으로 건너가 있던 시간 동안 많은 것들이 바뀐 것 같습니다. 학생들의 행동이나 말투도 예상했던 것보다 더 자유(!)스러워 졌고, 수업 중에 컴퓨터를 사용하는 방식, 한의학 연구에 대한 태도 또한 많이 변한 것 같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한의학의 세계화나 학문의 깊이에 대한 고민보다, 당장 졸업 후에 개업해서 돈 벌이할 준비에만 급급한 현실로 바뀌어버린 것이 아닌가 안타까워집니다. 멀리 보고 길게 준비할 줄 아는 학문의 미래세대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가에 대한 걱정이 앞서게 됩니다.

며칠 전, 북경중의약대학(Beijing University of Chinese Medicine) 개교 50주년 기념행사로 열린 ‘2006년 국제 중의학, 전통의학 교육 포럼(2006 International Forum on Education of TCM and Traditional Medicine, 2006. 9. 15~17)’<사진>에 다녀왔습니다. 한국 한의학 교육의 현재와 중국 중의학 교육의 세계화를 비교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으며, 참가한 연사의 면면과 발표 내용에서 중국 중의학 세계화 전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영국/홍콩에서의 중의학 현황과 주류의학으로의 진입을 이야기한 Man Fong Mei (Chinese Medical Institute & Register, Chinese Medicine Council, UK) 교수의 언급은 흥미로웠습니다. 요즘 한국에서 강조되고 있는 EBM(Evidence Based Medicine)을 ‘循症醫學’이라고 설명하면서 그 반대개념으로서 한의학의 고유한 ‘辨證醫學’(Dialectical based Medicine; DBM)을 잘 살려야 한다고 제시한 점은 참신한 접근이라 보였습니다.

Mei 교수와 여러 연사들은 홍콩에서의 중의학이 1997년을 중심으로 크게 변화되면서 정식 대학 교육에 편입되었으나, 현재로서는 교재, 교육 과정, 면허 제도 등에 있어서 안정적이지 못한 점을 아쉬워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수요가 많기 때문에 힘써 준비해야 한다고 강변했습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영국 런던 Middlesex 대학의 Dr. Celia Bell의 발표에서도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영국에서는 1998년에서 2003년 사이에 중의학 치료 경험이 있는 인구가 1/6에서 1/2로 증가했지만, 아직 확립된 전통의학 교육과정이 없으며, 교수 및 교재 또한 마땅치 않고, 임상 교육을 위한 부속병원도 없으며, 법적/제도적 인정도 마련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Middlesex 대학은 현재 침구술과 한약물에 대한 교육 과정을 통째로 북경중의약대학에서 컨설팅 받고 있으며, 임상 실습을 위해서는 북경에 5개월간 체류한다고 합니다. 참 대단한 중국인들이었습니다. 이제 50년을 맞이한 교과 과정과 교수, 교재를 사가겠다는 외국인들, 외국 학생들의 임상 교육을 대신해줌으로써 벌어들이는 수많은 달러들, 그러면서도 중국의 구미에 맞도록 건설해나가는 외국의 교육 체계와 법적 제도들.

한국의 한의학은 58년의 현대적 교육 역사, 11개 대학, 400여명의 대학교수, 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에 의해 표준화된 교육 과정, 30여개의 부속병원, 3000여 침상을 통해 50여 년 전부터 인정받은 의료인으로서의 법적/제도적 지위를 지닌 한의사를 매년 750명씩 배출하고 있으며, 8개 과에 걸쳐서 전문의 제도까지 있습니다. 1997년부터는 국가 의료보험 체계에 포함되었고, 850여명의 공보의가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 의료인의 13%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이처럼 멋지게 짜여진 전통의학 체계가 뭐가 부족해서 이 커다란 국제 시장에서 소외당하고 있을까요.
이번 포럼에 참가한 이은주 박사(서울 대화당한의원)박사는 한국 한의학에 대하여, “In reality of education, we lack time to absorb and teach everything. After graduation, each student must study and learn by themselves (한국 한의학 교육의 현실은, 모든 것을 교육하고 배우기에는 부족합니다. 한국에서는 한의대를 졸업한 다음에, 각자 알아서 배워나갈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자평하였습니다.

중의학 교육 과정의 우월성을 찬양하는 중국인들과 중의학을 비싼 돈에 수입해가는 외국인들 앞에, 한국 한의학 교육에서는 배울 것이 없다는 해설 - 한국 한의학 교육은 왜 중국 중의학의 안방에서 이런 수모를 당해야 하는지 서글픔이 앞섰습니다.
북경중의약대학은 지금 ‘중의학(TCM)’을 세계에 팔기 위한 세일즈맨을 집중적으로 양성하고 있습니다. 중의학을 몸으로 이해하면서도 외국어를 본토인처럼 구사할 수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매년 한 달씩 외국 유학을 보내는 투자를 통해서 매년 수백 명의 전문 세일즈맨을 양성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모든 교육을 마치고 세계 각국으로 보내지는 것은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안타깝습니다, 우리는 자만심은 고사하고 자존심마저 지키기 못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작금의 교육 현실은, 퍼주기 식 ‘지방대 한의학 전문대학원’이 한의학 발전을 위한 ‘국립 한의과대학’을 밀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도 연구나 한의학 발전보다는 정치적 결탁에 의한 내정(內定)의 수순을 따르는 것 같습니다. 6년도 부족하다는데 정말 4년제로 될까요?
많은 단상들이 오가는 ‘2006년 국제 중의학, 전통의학 교육 포럼’이었습니다. 빤히 보이는 바깥 세상을 외면하고 있는 것인지, 진짜 모르는 것인지 곱씹게 됩니다. <계속>

채한(대구한의대학교 한의대 교수)

약력 : 경희대 한의대 졸(한의학박사), 미국 Cleveland Clinic Foundation, Harvard Medical School, 한국한의학연구원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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