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자산관리 이렇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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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자산관리 이렇게 하라
  • 승인 2003.03.1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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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방법 창의적이면 특허로 인정

사진설명-황종환 한국지적재산관리재단 이사장이 KIOM에서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강의하는 모습.

이 글은 한국지적재산관리재단 이사장인 황종환 선생이 9월 6일, 13일, 27일 3일에 걸쳐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세미나로 발표한 내용을 추린 것이다. 전통자산을 많이 갖고 있는 한의계 기술보유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 전통자산의 특허 및 산업화와 관련된 내용을 요약 게재한다. (편집자 주)

실패사례와 성공사례

“옻나무 산지로 유명한 강원도 W시는 옻을 채취하여 일본으로 팔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날 평시 수입량보다 훨씬 많은 양을 요구받고 공급량을 감당하지 못하자 옻나무를 통째로 캐서 팔아 지금은 씨가 거의 말랐다.”

이는 황종환 이사장의 경험담이다. 국내에서도 W시 産 옻나무 질이 최고로 알려져 있는데 정작 이 지자체는 옻이 어디에 쓰이는지 몰라 원료만 수출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후 옻이 자동차 도료와 해저케이블 부식방지제로 쓰인다는 사실을 알고 부랴부랴 옻의 가치 홍보에 나섰으나 박물관을 짓는 것이 고작이었다. 전형적인 전시행정으로 고유 옻의 활용 기회를 잃었던 사례다.

이에 반해 성공한 사례도 있다. (주)파낙스골드 정순태 씨는 우리나라 남해도서와 해안지역에서 자생하는 고유 토종식물인 황칠나무의 신육묘 기법과 황칠의 대량생산 기반을 갖추어 도료, 염료, 향료, 음료, 신약, 전자파흡수제, 황칠나무 묘목 분양사업을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하여 2000년 6월 회사를 설립하고 황칠을 활용한 가공제품을 개발, 연간 270억원의 매출액을 올리고 있다. 특히 이 회사는 황칠에 함유된 β-cubebene, β-elemene 등 생약성분을 정밀히 분석하여 항암제, 강장제, 노화방지체, 우울증, 편두통, 전립선비대증 등의 치료제를 생산, 의약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무엇이 전통지적재산인가?

전통지적재산은 식생활·의생활·주거생활·놀이 여가생활·민간의료분야가 있으며, 무형의 지적재산은 전래풍속·민간설화·민요·춤·지역축제, 그리고 지적재산의 소재에 따라 토종식물·토종동물·자연경관으로 나뉘어지며, 기타 향토유적·유물과 도서관·박물관·공원·예술기념관이 포함된다.

한의학과 관련해서는 침·구·부항 등 치료기기와 한약, 그리고 규명은 안되지만 효과가 입증되는 치료법 등이 있다. 한의학과 관련된 각종 스토리도 지적재산으로 간주된다. 이중 치료행위는 특허법상 보호되는 기술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전문가들은 보호돼야 할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미공개된 기술은 당연히 보호되지만 공개된 기술(가령 책에 게재)은 보호되지 않는다. 또 문자로는 쓰여지지 않았지만 누구나 다 만드는 기술도 국내에서는 보호되지 않지만 해외에서는 보호된다. 가령 순창고추장이나 코냑포도주는 지역명이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사용하지 못한다. 쉽게 말해 같은 우황청심원이라도 생산하는 지역의 브랜드명에 따라 가치가 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에서 프랑스가 중심이 돼서 ‘지리적표시’ 제도를 쟁취했기 때문이다. 지리적표시를 인정받으려면 WIPO에 신고하면 된다.

관련 법률 적용 매우 복잡

특허관련법은 매우 다양할 뿐만 아니라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보호받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다. 한산모시를 예로 들면 모시의 특성을 잃지 않은 대체소재를 개발하거나 새로운 날염법을 개발하면 특허권(품종보호법)의 적용을 받고, 모시에 새로운 전통문양을 이용한 복주머니 또는 개량한복을 만든 경우에는 실용신안권, 모시의 색상을 다양하게 하고 제품의 디자인을 개발한 경우에는 의장권, 모시의 특징을 나타내는 심볼마크와 브랜드를 만들었을 경우에는 상표권, 모시재배법·채취법·기공법에 대한 기록 및 영상화는 저작권, 모시생산품의 품질·생산·제조과정이 특정화된 경우에는 지리적 표시 등의 적용을 받는다.

종자의 경우에도 무성변종식물을 개발하면 특허법의 적용을 받지만 유성변종식물은 종자산업법으로 보호된다.

최종물질뿐만 아니라 제조방법도 보호를 받는다. 전통적으로 고온발효로 제조해온 백세주를 저온발효하여 만들거나 새로운 첨가물을 넣어 만들면 농산물품질가공법 등의 적용을 받는다.

대행기구 최대한 이용하라

우리 전통지적재산은 비록 주인은 없지만 값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가 있다. 한의학 지적재산도 이런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전통적으로 누구나 사용해왔기 때문에 주인이 없고 따라서 권리의식이 부재한 경우가 많다.

또 자신이 독창성을 발휘하여 새로운 제조방법과 최종결과물을 산출하고도 비밀이 보장되지 않을까 혹은 법적 절차가 복잡해서, 신고해봤자 인정되지 않을까봐, 혹은 대리인수수료가 너무 많을까봐 등 여러 가지 우려 때문에 기술이 사장되고 겨우 家傳에 그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 서울 용산에서 한의원을 하는 C 원장이 나이도 들고 해서 더 늦기 전에 쑥뜸제조법을 한의계에 알리고 싶다는 제보를 받은 적이 있으나 이 원장이 워낙 고령인데다가 조사전담기관의 부재로 진전되지 못한 채로 있다.

다행히 비밀을 보장받은 상태에서 보호가치 여부를 검증받은 뒤 특허등록에서 생산까지 일체를 협조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향토지적재산본부((02-3452-4386)가 이런 일을 담당하고 있다.

정리=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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