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한의대 논의 여전히 평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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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한의대 논의 여전히 평행선
  • 승인 2006.05.12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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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적 논의 실종 속 피상적 의견만 분분
일선한의사와 한의협 간 대화채널 시급

국립 한의대 설립을 둘러싼 한의계의 찬반논란이 가열되고 있으나 본질적인 논의가 실종돼 자칫 한의계의 분열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562호 기고란 참조>
국립 한의대 설립의 중심의제가 돼야 할 한의학교육의 목표와 방법, 설립기준의 명확한 제시 등 국립대한의대를 설립해야 하는 근거에 대한 논의는 거의 실종된 대신 막연히 서울대냐 지방대냐, 이사회 결의를 위배했느냐, 혹은 배출인원 축소냐 확대냐 하는 지극히 표피적인 주장만이 분위기를 압도하고 있다. 심지어는 이 세 가지 문제가 중첩되면서 논의가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한의계의 논의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수렁에 빠져드는 양상이다.

한의협은 이미 지방 5개 국립대 중 한 곳에 한의대 설립을 양해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정부에 전달하고 정부도 한의대 학장 상대의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추진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조만간 국립한의대 설치 여부에 대한 정부 차원의 선언이 나오고 이어 대학 선정 위원회를 구성해 설치 대학과 예산규모를 확정해 나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국립 한의대 설립이 가시권에 들어옴에 따라 일선 한의사들의 논쟁도 가열되고 있다. 한의대학장협의회가 서울대 외에는 한의대 설립을 동의할 수 없다는 성명서를 발표한 이래 수원시한의사회가 반대의 기치를 내걸었다. 지부에서도 강원도한의사회를 중심으로 반대운동이 조직화되고 있는 중이다.
분위기가 심상찮게 돌아가자 한의협은 서울대 측에 한의대 설립 신청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하는가 하면 부회장과 이사를 각 지부에 파견해 토론회를 열고 일선한의사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그러나 한의협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론을 등에 업지 못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국립 한의대 설립의 기본 조건으로 내세운 ▲의대가 설치된 대학 ▲500병상 이상 한방병원 운용 ▲임상연구센터 확보 등의 주장이 현실성이 없음은 물론 국립 한의대의 효과로 내세운 ▲정부의 R&D 지원 ▲의료일원화 저지 ▲교육의 질 향상을 통한 한의학의 경쟁력 강화 등의 논리들도 일선한의사들의 비판적인 목소리를 잠재우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렸다.

국립 한의대 설립에 관심이 많은 한 한의사는 “국립 한의대를 의대가 있는 대학에 세울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한의학을 발전시키고자 한다면 의대보다는 차라리 이공계가 있는 대학에 설립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500병상 이상의 한방병원이 지방에서 흑자를 유지하기도 어렵고, 임상연구센터도 민간에 이양하는 추세여서 국립 한의대 설립조건이 구속력을 가질 수 없다”고 반박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서울대에 한의대가 설립되지 않는 이유를 이해하고 내일을 도모하자는 현실론도 만만찮다. 서울에 개원한 한 한의사는 “서울대내에서 의대교수의 영향력이 크고 전국 의대교수 중 서울의대 출신 교수의 비율이 높은 현실에 비추어 서울의대 교수들의 영향력을 인정하고 대신 한의계가 컨텐츠를 갖춰 훗날 서울대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실력을 갖추는 길을 찾는 것도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그는 또한 “국립대가 분야별로 특화되는 수순으로 나아가고 있으므로 지방 국립대라고 해서 교육과 연구의 질이 떨어진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런 찬반논란에도 불구하고 한의계 내에는 국립 한의대의 신입생 모집, 학사운영, 교과과정, 교수방법, 연구 인력의 육성과 관리 시스템 구축, 나아가서 한의대의 교육철학, 미래지향적 전략 수립 등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는 전무한 실정이다. 이런 문제에 대한 한의계 내부의 공식적인 논의는 미미했으며 보건사회연구원과 상지대 이선동 교수가 수행한 연구보고서(국립대 한의학과 설치기준 및 육성방안 연구)마저도 논의과정에서 인용되거나 논의의 의제로 등장한 사례가 거의 없었다.

국립 한의대 문제라는 복잡한 문제를 회원간의 갈등 소재로 방치한 한의협도 잘못이지만 협상권한을 정확하게 위임하지 않은 일선한의사들에게도 비판의 화살이 날아갔다. 회원들은 한의협집행부에게 협상의 가이드라인을 정해줌으로써 잘못될 때 책임을 묻고, 반대로 집행부는 TF팀을 구성해 정밀한 자료를 생산해 회원에게 적절하게 제공하는 상호관계가 작동될 때 협상력이 배가된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이렇듯 국립 한의대 설립을 둘러싼 일선한의사와 한의협, 한의사와 한의사 사이에 의견 차가 예상외로 커짐에 따라 양자 간의 거리를 좁힐 방안으로 합리적인 대화채널 구축이 시급한 실정이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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