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생각하는 정책결정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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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생각하는 정책결정시스템
  • 승인 2003.03.18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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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의 재정이 위기에 처하자 정치권과 정부, 시민, 의료계 등 사회 전 분야가 저마다 재정파탄의 원인과 재정절감책을 제안하는 등 묘안이 백출하고 있으나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기보다는 자신의 변명이나 주장을 뱉아내기에 급급한 인상을 주고 있다.

신문지상에 드러난 원인과 재정절감책은 사람마다 다를 정도로 수도 없이 많다.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언론은 언론대로, 시민단체는 그들대로 각양각색이다.

심지어는 보험자통합에서 의약분업 실시를 전면백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내각의 총사퇴를 요구하는 주장이 나오고, 재정건전화방안에서는 의료인의 부당·허위 청구 근절책부터 보험료 인상, 건강증진세 부과, 보험료 징수 강화 등 생각할 수 있는 방안은 모조리 제출된 상황이다.

이런 주장들은 나름대로 문제해결에 도움을 줄 수는 있다. 어느 한 주장이 전부 옳고 나머지 주장은 전부 그르다고 보면 잘못이다. 한 정책을 놓고 두 가지 상반된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될 때 상대방의 주장을 경청하면 보다 올바른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그런데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도 그렇고, 지금의 문제를 낳은 이전에도 똑같이 편향된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발견할 수 있다. 먼 미래를 내다보고 정책의 장단점을 면밀히 분석한 것을 토대로 오랜 숙고를 거쳐 조심스럽게 시행해도 잘 될까 말까 한데 우리나라 보건정책결정자는 너무도 쉽게 제도를 시행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작년 의약분업을 실시하기 전에도 보건복지부는 넉놓고 있다가 약사법 부칙 조항에 명시된 '99년 7월1일 이내에 의약분업을 시행해야 한다'는 조항을 의식하여 막판에 서두르다가 1년을 연기하더니 급기야는 오늘의 사태를 초래한 것이다.

이 시점에서 보건복지부를 탓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책임이 있다고 사태를 수습하기도 전에 장관과 실·국장을 교체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문제는 정책결정시스템을 정비하는 일이다. 예측력 부재, 의약분업의 주체인 의료인 설득에 실패한 대신 시민단체를 앞세운 일, 여건정지작업에 소홀한 것, 정책결정과정에서 보건전문가를 소외시킨 일, 통계적 분석에 입각한 보건경제학적 접근방식의 소중함을 간과한 일 등은 현행 정책결정과정이 조악하다는 사실과 정책결정시스템을 시급히 보완할 필요성이 있음을 웅변해 준다.

보건복지정책의 총 사령탑은 아무래도 보건복지부일 수밖에 없다. 복지부가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려면 적어도 전문가의 의견을 판별할 정도의 지식은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알아야 정치권의 정치논리에 끌려다니지 않는다. 적어도 보건의료의 특수성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 보건의료는 특성상 일반적인 경제법칙이 들어맞지 않는 몇 안 되는 분야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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