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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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 승인 2005.12.09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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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한국형 블록버스터

본격적인 겨울의 시작을 알리듯 첫 눈이 엄청 내리고, 덩달아 내려간 기온으로 인해 전국은 꽁꽁 얼게 되었다. 그 덕에 필자는 두터운 겨울옷을 꺼내 입고, 행여나 빙판길에 넘어질까 장갑 낀 손으로 살살 걸음을 걸으면서 갑작스레 찾아든 감기로 인해 기침과 콧물로 고생하게 되었다.

이렇게 감기, 추위와 함께 시작한 12월은 한 해의 결실을 맺는 중요한 달이기도 하다. 2005년을 시작하면서 생각했던 일들이 어떻게 마무리를 되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하듯이 영화계 역시 각종 영화제들을 통해 2005년 한국 영화계들을 되돌아보았다. 올 한 해도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으며 대박 영화들을 많이 생산해 낸 한국 영화계는 관객들의 사랑을 지속하고자 내년도에도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감독이하 많은 스탭들이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2005년을 아직 정리하기에는 이르다. 왜냐하면 한국 영화 역사상 최고의 제작비인 150억원 이상이 들어간 <태풍>이 관객들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태풍>은 2005년 최대의 화제작으로 2004년도 천만 영화 관객의 신화를 다시 한 번 이을 수 있을까 기대되는 초대형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이다.

가족들과 탈북을 했지만 남한에서 중국과의 외교문제로 망명을 받아주지 않자 다시 북한군의 손에 넘어가게 된 씬(장동건)의 가족들은 저항을 하다가 무참하게 살해 된다. 아비규환 속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씬과 누나 최명주(이미연)는 중국을 전전하다가 헤어지게 되고, 결국 씬은 해적이 되어 각종 범죄를 일으키면서 중요한 물건을 싣고 가던 미국의 선박을 공격하게 된다. 이로 인해 남한의 해군장교 강세종(이정재)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투입이 되고, 씬과 격돌을 하게 된다.

2001년 <친구>로 당시 최고의 관객을 동원했던 곽경택 감독이 연출한 영화로 선 굵은 남성들의 액션을 남북한의 관계와 절묘하게 연결시켜 표현했다. 예전 한국영화에서는 볼 수 없던 스펙터클한 화면을 앞세우며 다양한 촬영 기법들과 한국, 태국, 러시아 3개국의 로케이션 등을 통해 블록버스터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하지만 볼거리에 비해 드라마는 진부함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현실성을 잃어버리며 구태의연한 자세를 보여준다. 또한 3개 국어가 섞이는 혼란스러움 속에서 관객들은 자막을 읽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며 피와 폭력이 난무하는 영상 속에서 소스라칠 관객들도 있을 것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클 수 있다는 말을 여실히 증명해 주고 있는 <태풍>은 장동건과 이정재의 열연을 통해 그나마 위안을 삼으며, 최고의 제작비가 들어간 최고의 영화가 될지 아니면 최악의 영화가 될지 관객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12월 14일 개봉 예정)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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