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한방의료기관에서 묵묵히 진료에 매진하고 있는 한의사들 모두는 올해에는 지난해와는 뭔가 다른 좋은 일만 일어났으면 하는 바램을 갖고 있을 것이다.
한의사로서는 무엇보다 고착화된 불법․무면허 한방의료행위가 종식되는 그날이 하루속히 왔으면 하는 바램 간절하다. 대체의학이라는 이름으로 한방의료행위를 무분별하게 밀고들어오는 양의약계 일부의 시도도 자제되길 바라마지 않는다.
한의학을 위협하는 또 하나의 집단으로서 중국유학생 문제는 WTO 협상이 진행될수록 한의계에 태풍의 눈으로 다가오고 있다. 한의계는 지난 해부터 꾸준히 대책을 모색해 잘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지만 행여나 예기치 않은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책임있는 단체와 관계자들이 부지런히 지혜를 모아줄 것을 기대해본다.
한의계의 시련은 비단 법과 제도의 미비 등 외부요인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을 가슴에 새겨야 할 것 같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현상적 문제의 원인은 내부에서 찾는 법이다. 나에게 주어진 과제를 얼마나 충실히 수행했는지 뒤돌아보고 그래도 해결이 안되면 법과 제도를 탓하는 게 순서다. 내부적 자성의 기운이 더욱 고양되는 한해가 되길 염원해본다.
새해에는 우리 한의계 성원들끼리 얼굴 붉히는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의학을 공유하는 한의사들이 사소한 문제에 얽매여 하나가 되지 못한다면 어찌 환자 앞에서 마음의 병을 치료하라고 조언할 수 있겠는가? 환자를 치료하기에 앞서 한의계에 내재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자세가 새삼 요구된다 하겠다.
한의계 안팎으로 제기되는 과제들은 하루 아침에 해결될 성질들이 결코 아니라는 데 어려움이 가로놓여 있다. 목표와 전략을 정해놓은 상태에서 한의계 구성원 각자가 오직 묵묵히 자기몫을 다하다 보면 우리 사회의 변화와 같이 한의계에도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마침 계미년 양띠 해를 맞이해서 우리 한의계는 보다 안정되고 평화로운 한해가 될 수 있도록 주변 상황에서 눈을 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마냥 한가롭게 풀만 뜯는다고 평화가 오는 것은 않는다. 더욱 부지런히 뛰고 살피고, 반성하는 가운데 평화는 찾아온다.
이런 점에서 2003년에는 우리 한의인들이 앉아서 평화를 기다리기보다 평화를 일구어가는 집단으로 성숙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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