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대 6년제 겨냥한 수업거부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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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 6년제 겨냥한 수업거부 유감
  • 승인 2003.03.18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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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를 보름 앞두고 약대생이 6년제를 요구하는 수업거부에 들어갔다는 소식이다. 이에 대해 한의계가 반대성명을 발표하자 일간지에는 벌써부터 ‘제2의 한약분쟁으로 번질 조짐’ 등을 언급하며 사태추이에 비상한 관심을 모으는 모습이다.

93년부터 3년간 지속된 한약분쟁의 경험이 있어 한의계가 나서는 게 거북살스러운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자신의 학문을 발전시키겠다는데 누가 뭐라고 할 것인가? 한의계가 반대하는 것은 단지 학제연장으로 남는 과목을 한약관련과목으로 채워서 행여나 97학번 이후 입학생들에게 한약사시험 응시자격을 주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약학대학내에 설치된 한약학과의 정체성이 손상되어 학과 통폐합의 빌미가 되고 이어서 한약사제도 존립을 위협하는 데까지 이르는 연쇄반응을 생각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하면 이해 못할 게 하나도 없는데 양약계가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아니면 자신의 의도를 너무 적확하게 찔렀기 때문에 흥분하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사실 약대 6년제의 가장 강력한 반대자는 한의계라기보다 오히려 양의계다. 양의계는 6년제 반대이유를 8가지로 조목조목 반박하지 않았는가? 이때 양의계는 8번째 반대이유로 불법․임의조제의 조장을 거론했다. 양약사의 가장 긴밀한 파트너인 양의사가 반대하는 사실에는 무딘 반응을 보이면서 6년제로 이해가 침해당할 것이 예상되는 한의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어딘지 좀 어색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장애물은 약사 자신들에게 있다. 그렇게 배워야 할 과목이 많다면 굳이 6년제를 할 게 아니라 약학과와 제약학과의 기능을 분리해서 학과의 명칭에 걸맞는 실질적인 교육을 하면 된다고 약사 스스로 주장한다. 지난 9월 18일에 열렸던 공청회에서도 이런 류의 주장이 압도적으로 많았는데도 약대학장이 위원장으로 있는 약사제도발전 및 보건산업발전특별위원회는 6년제 연장안을 위원회 안으로 확정하는 무리수를 감행했다.

내부적으로나 의-약 직능 상호간에 이견이 상존하는 데도 스스로의 결함을 고치기는 커녕 오히려 선거국면을 이용하여 약대생들의 수업거부를 방조함으로써 제2의 한약분쟁으로 몰고가 승기를 잡으려는 음모를 연상케 한다. 아무리 정치권이 표에 약하다 하지만 대통령 후보들의 판단력을 흐려서야 되겠는가?

아울러 약대생들은 대통령 자문 약발특위가 가동되고 있는 시점에서 수업거부를 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수업을 거부할 만큼 절박한 상황이 아닌데도 대선국면에서 그런 행위를 지속한다면 저질 쇼로 비춰질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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