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거장의 자서전
상태바
[영화읽기] 거장의 자서전
  • 승인 2023.06.02 02: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배효원

배효원

mjmedi@mjmedi.com


영화읽기┃파벨만스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출연: 미셸 윌리엄스, 폴 다노, 세스 로건, 가브리엘 라벨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미셸 윌리엄스, 폴 다노, 세스 로건, 가브리엘 라벨

몇 달 전 리뷰했던 ‘바빌론’이 ‘영화’ 자체를 소재로 하여 감독의 영화에 대한 애정을 보여줬다면, ‘파벨만스’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고함으로써 보여주는 영화와의 필연이다. 어떤 분야든 해당 분야의 대가가 되면 자서전, 회고록 등을 통해 자신의 발자취를 남기곤 하는데, 영화감독들은 영화를 통해 그런 작업을 하는 경우들이 많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화려한 업적을 생각해 보면 꽤 늦게 자전적 영화를 만들었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내게 자서전을 쓰라고 한다면 어쩔 수 없는 미화와 숨기고 싶은 이야기들의 각색이 이루어질 것 같은데, 대가는 대가인지라 스티븐 스필버그는 우울할 수 있는 가족의 이야기까지도 덤덤하게 풀어내었다.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관람한 영화의 기차 충돌 장면이 뇌리에 남아 떠나가지 않던 새미는 선물 받은 장난감으로 해당 장면을 재현한다. 새미의 행동을 본 가족들은 놀라게 되고, 엄마는 카메라를 통해 해당 장면을 찍고 반복해서 보여 줌으로써 충격을 잊게 해주려 한다. 이 경험을 통해 새미는 영상 촬영의 매력을 느끼게 되고 어린 여동생들과 친구들을 동원하여 짧은 영상들을 계속 촬영하며 점차 섬세함을 더해간다. 새미는 영상 촬영을 위해 집을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야외 촬영을 하며 다른 사람의 차를 흙더미로 만드는데 이 모든 활동에 온 가족이 적극 지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피아노 연주에 특출난 소질이 있고 춤추는 것을 좋아하며 예술적 감성이 풍부한 엄마와 IT 분야에서 인정받는 천재적인 아버지는 아들의 흥미 활동을 이유 없이 지지해 준다.

하지만 새미의 어린 시절이 행복하지만은 못했던 여러 이유가 속속 등장하는데, 감성적이고 섬세한 엄마는 똑똑하고 착하기만 한 아빠에게서 행복을 느끼지 못했고, 아빠의 이직으로 인해 전학 간 학교에서 겪은 유대인에 대한 인종차별은 또 다른 상처가 되었다. 그런 과정에서 영화를 포기하고 싶기도 한 새미였지만 뛰어난 재능을 알아챈 주변인들 덕분에 포기마저도 쉽지 않았고, 새미의 진심은 지속적으로 영화를 향하고 있었기에 결국 다시 돌아왔다.

대학에 진학해 다른 전공을 공부하면서도 영화를 포기하지 않았지만, 제작사의 인정을 받지 못해 괴롭던 새미가 지쳐가던 순간 긍정적인 회신을 받게 되고, 그렇게 찾아간 제작사에서 거장 감독에게 인상적인 조언을 받는 장면으로 영화는 마무리된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확실히 타고난 재능이 있었지만, 그가 거장 감독이 되기까지 겪어야 했던 상처들이 작지만은 않았고 그도 많은 혼란의 과정들을 겪어 왔다는 점이 인간적으로 다가온다. 내용의 전달 외에 장면의 구성이나 배우들의 연기력도 뛰어난데 특히 엄마 역 미셸 윌리엄스의 표정 연기와 새미 역 가브리엘 라벨의 섬세한 감정 표현이 몰입도를 높여준다.

아카데미 시상식 무관이라는 점이 아쉽지만, 흔치 않게 대부분의 평론가들에게 높은 평점을 받은영화 파벨만스. 스티븐 스필버그의 작품을 사랑하는 분들이라면 더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을 듯하다.

 

배효원 / 제주경희미르애한의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