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1060> - 『婦人病證治大要』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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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1060> - 『婦人病證治大要』①
  • 승인 2023.06.03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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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여성의 사회적 처우와 부인과학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고 국회에서 한의사제도가 법제화되면서 전통방식의 교육으로부터 근현대 한의학교육으로 전환하는 시기, 과도기 한의교육 상황을 살펴볼 수 있는 임상교재를 살펴보기로 하자. ‘부인병증치대요’란 서명 앞에 ‘漢方’이란 수식어가 붙여져 있지만, 그보다는 소장자가 표지에 적어놓은 ‘産婦人科’란 제목에서 이 책이 어떤 용도로 쓰였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 『부인병증치대강』
 ◇ 『부인병증치대강』

  취약한 원래 표지에 두터운 마분지를 덧입혀 감쌌고 그 위를 다시 유산지로 감싸서 마치 비닐커버를 씌운 것처럼 몹시 공들여 간수한 품이 여간 소중하게 다룬 것이 아니다. 대상 자료는 동시대 다른 책에 비해 비교적 보존상태가 좋은 편이지만 종이가 산화되어 누렇게 변색된 채이다. 국한문혼용에 세로쓰기로 편집했기에 젊은 세대들에겐 고전소설 못지않게 읽어내기 어려울 것이다.

  표지 한 구석에는 ‘서울한의학전문학관’이란 명칭이 기재되어 있어 과도기 한의학교육단체에서 교재로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함께 뒤표지와 본문의 권미에는 ‘裡里市和善洞 壽世醫院’이라고 쓴 구주소와 의원 명칭 그리고 ‘羅○○’라는 소장자 성명이 적혀 있어, 대략 이 책이 전해진 내력을 짐작해 볼 수 있다.

  1949년에 작성된 저자 서문에는 ‘하고싶은말’이란 담박한 제목이 붙여져 있다. 글 안에는 당시 여성들이 사회적으로 불평등한 대우를 받으며, 열악한 조건 아래서 지병이 위중해지기 이전에는 설혹 아픈 곳이 있다 하여도 제대로 의료적 처치조차 받지 못하는 가슴 아픈 정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어 돌이켜 볼만하다.

  “…부과전반은 인류의 존망을 좌우하는 것인 만큼 특별히 潛心詳察하야 치료에 지도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부과병이라면 전래의 풍속에 의거한다느니 보다도 선천적으로 성질이 남자에 비하야 활발치 못 하야…”라며 부인병 진료에 장애가 많다고 했다.

  구체적인 원인으로 아래와 같이 3가지 이유를 들었는데, “첫째 진단에 있어서 솔직히 고백치 않는 것, 둘째 재래의 습성과 사회제도 결함에 의하야 사회적으로 동등의 대우를 못 받었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 자주권이 없는 관계로 일체사물의 영향으로 남모르는 鬱結로 병 됨이 태반인 것, 셋째 본시 음적 성격인 고로 병이 중태로 되기 전엔 醫治를 받으려 하지 않는 것 등등으로 婦科病이라면 치료상 두통날 때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한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저자는 과거의 惡風을 一掃하고 첫째 사춘기의 調養에 주의할 것, 둘째 胎敎와 婦道, 셋째 調經과 嗣育에 적극적인 훈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동시에 의업에 종사하는 諸位는 특히 부인병 전반에 걸쳐 전심전력을 다해 연구하여야만 인류의 진화에 生色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서문격인 ‘하고싶은말’에 뒤이어 저자가 쓴 ‘올닐말슴’이란 항목이 등장한다. 생각건대, 이 대목은 개조식으로 작성한 범례에 상당하는 짤막한 글이다. 본문은 한문투에 한글로 토씨만 붙인 정도로 난해한 전문서임에도 불구하고 애써 한글로 풀어 쓴 표현을 제목으로 삼은 것이 신선하고 재미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원문은 『醫宗金鑑』· 婦科를 위주하고 『醫學心悟』, 『漢方醫學指南』 등의 要文을 삽입하였음. 1. 釋義는 전래의 漢文懸吐 방식에 구애치 않고 本意만 위주함. 1. 句解는 難疑文句만을 간단히 해석함. 1. 附演은 諸書를 참고하야 간명한 것만을 취함.”

  위와 같이 본문에서는 原文, 釋疑, 句解, 附演의 차례로 구분하여 기술하였다. 한편 처방이 등장하는 부분에서는 方文과 方解, 그리고 證治 항목을 두어 한눈에 찾아볼 수 있도록 고안하였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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