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공포의 높이 60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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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공포의 높이 600m
  • 승인 2023.05.26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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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 폴: 600미터
감독 : 스콧 만출연 : 그레이스 펄튼, 버지니아 가드너
감독 : 스콧 만
출연 : 그레이스 펄튼, 버지니아 가드너

예쁘게 만발한 장미꽃을 보면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이 맞긴 한데 날씨는 더워도 너무 덥다. 물론 롤러코스터를 탄 듯 기온이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감기 환자들이 급증하기도 하지만 매일 5월 최고 기온을 찍어대는 것을 보면 지구온난화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것 같아 매우 씁쓸하기도 하다. 거기다가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해 너무 일찍 냉방기를 가동하는 것도 쉽지 않기에 시각적으로나마 시원한 영화나 공포 영화들을 선택해서 보면 좋을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공포영화는 그리 선호하지 않기에 지상 600m 위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고공액션 영화를 한 편 선택했다.

베키(그레이스 펄튼)는 남편인 댄과 암벽 등반을 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댄이 추락하는 것을 보게 된다. 그 후 베키는 남편을 잃은 슬픔으로 폐인으로 지내게 되다가 댄의 1주기를 앞두고 친구인 헌터(버지니아 가드너)를 만나게 된다. 헌터는 베키에게 미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건축물인 B67 타워에 올라가자는 제안을 하게 되고, 베키는 그곳에서 댄의 유골을 뿌려주겠다고 결심한 후 같이 타워에 오르게 된다. 하지만 정산에 오른 기쁨도 잠시, 타워의 사다리가 무너지면서 두 사람은 지상 600m 타워에 고립되고 만다.

한정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연극과 달리 영화는 비주얼이 중요하기 때문에 다양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스펙터클한 장면들이 주류를 이루어야 관객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다. 그러나 <폴:600미터>의 주된 공간은 지름 2m 정도 밖에 안 되는 타워 꼭대기에 불과하다. 매우 협소한 공간에 출연지도 2명 밖에 되지 않아 자칫 매우 단조롭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영화가 될 수 있었음에도 영화는 매우 영리하게 영상을 보여주면서 1시간 47분이라는 상영시간이 결코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손에 땀을 쥐게 하면서 그 어떤 영화보다 극한 긴장감으로 관객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고 있다. 또한 극 후반부에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반전은 <유주얼 서스펙트> 이후로 오랜만에 뒤통수가 찌릿해지는 느낌을 느끼게 하는 등 꽤나 흥미진진한 작품이다.

특히 타워에 매달리는 아찔한 장면이 나올 때마다 세트장에서 촬영한 후 배경을 합성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실제로는 사막에 있는 타워에서 거의 대부분의 장면을 스턴트 없이 배우들이 연기를 했다고 하니 영화 속 긴장감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출연진이 적기 때문에 모든 장면마다 감정이입이 되어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며, 요즘 조회수를 늘리겠다는 생각에 위험한 도전을 하는 수많은 크리에이터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단, 앞으로는 어떠한 곳에 있어도 통신이 연결되는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니 영화 속 상황이 닥친다 해도 결코 두려워하지 말고, 주인공처럼 살아있음을 인지하고 극한 상황에 내몰렸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너무 일찍 찾아온 무더위를 잠시나마 잊게 해줄 것이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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