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1058> - 『(監牧官)經驗方』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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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1058> - 『(監牧官)經驗方』②       
  • 승인 2023.05.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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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부부화합과 지역민 인구보전

  이번 회에서는 조선시대 지방관청에서 목장을 감독하던 監牧官이 관심을 두었던 질병과 그 치료법으로 어떤 것들이 있는지 본문에서 몇 가지 사례를 찾아 살펴보기로 하자. 이미 말했다시피 주로 외과창양 질환 및 부인과 소아의 구급질환이 대종을 이룬다.

◇『(감목관)경험방』
◇『(감목관)경험방』

  실제 치료효과와는 별개로 흥미로운 몇 가지 구절을 뽑아본다. 남녀(부부)가 화합하지 못하여 잉태가 되지 않는 경우, 정월 초순에 내리는 雨水를 각자 한 잔씩 마시고 곧바로 다시 합방하게 되면 자식을 얻을 수 있다고 적었다. 이에 관해 『동의보감』탕액편 春雨水조를 보면 ‘졍월처엄온빋믈’이니 곧 正月雨水라고 했고 그릇에 담아 두고 달인 약과 섞어 먹으면 양기가 상승한다고 했다.

  이어지는 조문에 “정월에 처음 내리는 빗물(雨水)을 받아 부부(夫妻)가 각기 1잔씩 마시고 합방하게 되면 곧장 아이가 생긴다.” 했으니, 이 방법은 여기서 유래되었음을 알 수 있다. 또 다음 구절에 춘우수는 약성이 봄의 生發하는 기운을 처음 얻은 까닭에 中氣不足이나 淸氣不升을 다스리는 약을 달이는데 쓴다고 하였다.

  한편 봄비 가운데도 청명에서 곡우 사이에 내리는 빗물은 맛이 달아 술을 담그면, 검고 푸른빛(紺色)을 띄면서 술맛이 강열해서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고 적혀 있다. 시기로 보아 이미 입하를 지나 초여름 날씨에 접어들었으니, 한발 늦은 아쉬움이 있으나 잘 기억해 두었다가 내년에는 시기를 놓치지 말고 챙겨보기 바란다.

  요즘에야 황사나 대기오염으로 빗물을 받아 음용하기 어려운 실정이지만, 납설수로부터 춘우수, 梅雨水, 秋露水 등 가정살림에서도 절기에 따르거나 시기에 맞춰 챙겨야만 할 일들이 있으니 잊지 않고 준비하게 하려는 조상들의 지혜가 숨겨져 있는 것이다.

  임신에 대한 얘기가 나왔으니 내쳐 求嗣조문을 읽어보자. “대개 임신하는 방법(種子之道)에 4가지 요건이 있다. 첫째는 擇地니, 어미의 혈분이 중요하고 둘째는 養種이니, 아비의 정이 충실해야 하고 셋째로는 乘時, 곧 서로 감응하여 교합하는 시점(交感之會)이고 넷째로는 投虛, 곧 去舊生新하는 시초이다.”라고 전제했다.

  남녀가 모두 심신이 건강하고 기혈이 충실해야 함은 두말할 것이 없으나 그 합궁하는 시점에 있어서는 월경이 처음 비친 뒤로 계산하여 30時辰(60시간), 곧 이틀반이 지난 뒤가 적시라고 보았다. 이 때가 오래 된 찌꺼기가 없어지고 새로운 기운이 생기는 시초이니 교구할 적기라고 여겼던 것이다. 목욕하고 교구하면 반드시 임신하게 될 것이며, 필요하다면 약의 힘을 보탠다고 하였다.

  흥미로운 것은 바로 옆 조문에 千金種子方이란 이름으로 제시된 대처법이다. “대개 자궁을 지나치게 되면(過宮) 안 된다. 깊으면 소음이 숙살하는 분야이고 얕은 곳이 바로 궐음이 융화되는 분야이니 발생하는 기운은 얕은 곳에 있고 깊은 곳에 있지 않다. 또한 월경이 그친 뒤가 아니면 합사해선 안 된다.”고 경고하였다.

 『동의보감』에서는 “부인은 월경을 고르게 하고 남자는 신기를 충실하게 해야 하니 색욕을 줄이고 마음을 맑게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욕망을 줄여 함부로 성교하지 않고 기와 정을 한데 모았다가 적합한 때를 맞춰 움직이면 자식을 가질 수 있다.”고 하였다.

  남자의 경우, 陽精이 부족하면 비록 여자의 血海가 충실하고 온전해도 자궁까지 이르지 못하고 흘러나가 잉태가 되지 않는다. 평소 기욕이 과해 양정이 너무 새나갔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정혈과 원기를 보하면서 고요히 수양하고 음화가 망동하지 않아야, 임신에 성공할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지역민의 의식을 충족시키고 인구를 보전하는 일은 지방관의 큰 책무가 아닐 수 없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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