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서주희의 도서비평] 사랑의 시작은 자기연민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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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서주희의 도서비평] 사랑의 시작은 자기연민부터
  • 승인 2023.05.05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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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주희

서주희

mjmedi@mjmedi.com


도서비평┃러브유어셀프

“Be kind, for everyone you meet is fighting a hard battle.”

고대 그리스의 격언 중에 이런 의미심장한 격언이 있습니다. 이 말은 필로가 한 것으로 추정되나, 더러는 플라톤이 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 문장의 뜻은 “친절하게 대하라. 네가 만나는 모든 이는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입니다.

크리스틴 네프 지음, 서광스님 옮김, 이너북스 펴냄
크리스틴 네프 지음,
서광스님 옮김, 이너북스 펴냄

이 주제는 영성이나 종교적인 메시지로 사용될 수 있겠지만, 이를 현대 심리학적인 개입법으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 문장에서 우리는 두 단어에 주목해야 합니다. 하나는 “친절”, 그리고 다른 하나는 “모든 이”입니다. 모든 이는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보통 이 문장을 처음 보았을 때 우리는 우리가 만나는 모든 이들을 생각하며 연민을 가지게 됩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들도 이 문장을 떠올리며 오늘이나 최근에 만났던 모든 이들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들이 했던 행동들, 말, 태도, 무심코 지나쳤던 그런 것들이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이들의 힘겨운 몸부림이었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비단 같은 상황도 다르게 보아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모든 이들 중 나는 포함되어 있나요? 나는 어떻습니까? 자기 자신과 어떻게 관계 맺고 있나요? 내가 가장 나의 든든한 지지자인가요? 아니면 가혹한 비판자인가요?

우리는 누구나 다 내면의 비판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고전적인 정신분석에서는 초자아라 부르기도 했고, 여타 다르게는 나쁜 대상이거나 내재화된 비판적 부모의 목소리, 부정적 내사, 처벌적 자아상태, 혹은 가해자 모방파트라고도 일컬어집니다. 스펙트럼의 연속선상에서 약하거나 세거나 할 뿐이지 우리 모두에게는 이러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있습니다.

이런 자기 비난은 일반적으로 사회적으로 더욱 수용받기 위하려는 노력에서 나옵니다. 예를 들면 ‘너는 못생겼고 뚱뚱해’라는 내면의 비판은 사람들이 너를 싫어할 수 있을테니 네가 좀 더 노력해서 더 날씬하고 더 예뻐져야 해 라는 의미일 수 있습니다. 혹은 실수하는 것에 대한 고통을 피하기 위한 ‘완벽해야만해 !’라는 목소리는 수치심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게 하기 위한 부적응적이지만 보호적인 기능을 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자기 비난은 우리가 사회적인 집단과 무리 내에서 인정을 받기 위한 일종의 ‘안전 행동’ 방식인 것이죠. 남들이 나를 더 좋아해주고 인정해주기 위함이거나, 자신의 취약성을 보호하기 위함이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셀프 디스를 하는 것도 거절당하거나 버림받지 않으려는 유기체의 자연스러운 본능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기본적인 생존 본능으로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목소리가 언제 활성화되는지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대부분 부모나 어릴 적 남들로부터 받았던 비판적인 메시지를 내면화하는데 이것이 때로는 대를 이어 전수되고 되풀이됩니다.

대개 남들이 고통 받는 것을 보면 연민을 느끼며 마음을 베풀 줄 알면서 정작 자기 스스로에게는 그렇게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크리스틴 네프와 크리스토퍼 거버는 이점에 착안하여 MSC(Mindful Self-Compassion)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결함이 있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데서부터 새롭게 시작해보는 것이고, 이것이 MSC 명상의 기본 출발점입니다.

​자기 연민이라는 것은 자기 동정이 아닙니다. 자기연민의 핵심적인 요소는 스스로를 가혹하게 비판하거나 판단하는 대신 깊은 이해심으로 온화하게 대하는 자기 친절, 고통으로 소외감을 느끼기보다 오히려 비슷한 경험이 있는 다른 사람들과의 공감을 통한 인간 경험의 보편성, 그리고 고통을 무시하거나 과장하기보다 균형 잡힌 지각으로 수용하는 마음챙김 이 세 가지가 중요한 축으로 작동합니다.

자기 연민은 자기의 세계 속에만 안주하거나 이기적인 것이 아닙니다. 타인을 향한 사랑의 시작은 자기 연민에서부터 나옵니다. 불교에서 자비명상은 ‘나 자신이 행복하고 평화롭기를’ 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나 자신의 행복과 평화에서 내 주변, 만났던 사람들, 모르는 사람들, 그리고 전 지구적 인류에게로 그 연민이 물결처럼 퍼져나갈 수 있습니다.

러브 유어셀프.

BTS가 먼저 떠오르셨을 수도 있겠습니다. 혹자는 이 문구가 BTS 만트라라고도 하던데요, BTS의 ‘러브 유어셀프’ 가사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어쩌면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보다 / 더 어려운 게 나 자신을 사랑하는 거야 (중략) 어제의 나 오늘의 나 내일의 나 / I‘m learning how to love myself / 빠짐없이 남김없이 모두 다 나.”

 

서주희 / 국립중앙의료원 한방신경정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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