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지영의 제주한 이야기](10) 타고난 몸치의 운동 극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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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영의 제주한 이야기](10) 타고난 몸치의 운동 극복기
  • 승인 2023.04.28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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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영

남지영

mjmedi@mjmedi.com


 

필자는 정말 운동을 안 좋아했다. 타고나기를 몸치였다 유치원 때 율동하는 사진을 보면 다른 이들과 좌우 방향이 꼭 다르게 찍혀 있다. 게다가 필자는 어릴 때 체구가 너무 작았는데 하필 만 5세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바람에 급우들과 신체격차가 너무 컸다. 당시 키 105cm 체중 17Kg이어서 급우들과 10cm(5Kg)이상 차이가 났다.

성장속도도 더디어 6학년이 되어서도 키는 130cm가 안 되었고 체중은 27Kg에 불과했다. 이때는 급우들보다 20cm가량 작았던 것이다. 늘상 신체조건이 불리한 것은 물론이었고 운동신경발달도 훨씬 부족한 상태라 체육시간은 항상 고문과 다름이 없었다.

중고등학교를 진학하면서 체구차이는 점차 줄어들게 되었지만 몸치라 그런지 체육시간을 점점 더 피하게 되었는데, 고등학교 2학년 때 운동이 꽤 괜찮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생겼다.

목과 허리가 불편해 찾은 병원에서 MRI까지 시행한 후 추간판 탈출증 진단을 내린 의사가 수영을 권유했다. 1주일에 2-3번 정도 수영을 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사의 말에 꽂힌 필자는 부모님께 “수영을 해야 한답니다”라고 주장을 했다.

부모님은 딸의 건강을 위해 근처 스포츠센터에 수강등록을 해 주셨다. 그 바람에 필자는 참으로 안타깝게도 야간자율학습(야자)을 한 주에 2번이나 빠지게 되고 말았다. 너무나 공부가 하고 싶었고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할 시기인데 건강상의 이유로 야자를 빠지게 되다니…이 얼마나 아쉽고 한탄스러운 사연인가!!!

하지만 이 안타까운 와중에 필자는 행복을 찾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교에 갇혀 있는 시간에 나 홀로 교문을 나와 버스를 타는 것은 무언가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 들었다. 흑석동에서 일원동까지 약 1시간 가까이 버스를 타고 오는 여정은 마치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그 시간에는 버스 좌석이 여유가 있어서 늘 앉아서 왔기에 휴식을 즐길 수도 있었다.

물을 가르며 호흡하는 것을 배우는 재미도 있었다. 한 명씩 순서대로 출발해서 레인 끝까지 다녀오는 점도 잘 맞았던 것 같다. 한 레인에 7-8명 정도 있었지만 단체운동이라기 보다는 개인운동 같은 느낌이 들었다.

늘 체구차이와 운동신경부족으로 스트레스 받던 사람에게 그런 느낌은 참으로 안정적인 정서를 만들어 주나 보다. 물 속에 들어가면 외부와 차단된 듯 하면서 들리는 소리들이 몽롱하다. 바깥 소리가 멀리서 들리고 내 숨소리는 한결 크게 느껴진다. 숨을 뱉을 때 들리는 보그르르~소리는 몽환적이기까지 하다.

고교시절의 행복한 수영은 6개월 정도 진행 후 마무리 되었다. 척추건강이 회복되기도 하였고 고3에 접어들면서 더 이상 지속하기에는 무리였던 듯 하다.

그리고 나서 당연히도 운동과 거리가 먼 나날을 보냈고 우연히 33세 때 제주 한의사 축구클럽(FC한의발)에 정회원으로 가입하게 되었다. 몸치인데다가 운동할 의지가 없었기 때문에 매니저로 활동을 했다. 물과 음료 챙기기, 부상 시 케어하기 등이 주요 임무였다. 아무도 의무를 주거나 하지 않았지만 팀의 일원으로서 내가 할 일을 찾아서 하고 싶었달까. “남원장 한 번은 뛰어 봐야지”하는 제안을 항상 고사했다. 내가 뛰면 분명히 민폐이기 때문이다.

여성과 남성의 신체적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유연성과 표현력 위주의 스포츠라면 여성의 신체적 특징이 더 유리할 수 있겠지만, 축구는 많이 다른 방향의 운동이다. 그리고 우리팀은 필자 제외하고 모두 남성이다. 내가 낀다면 내가 구멍이 된다. 게다가 매 주 함께 하는 상대팀은 막강한 전력을 자랑하며 거친 태클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 와중에 필자가 나도 한 번 뛰어보겠다고 하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으므로 늘 손사래를 쳤다.

이런 상황이므로 필자는 축구 연습을 할 필요도 압박도 느끼지 않았다. 그러다가 직접 달리고 차는 것을 시도하게 된 계기가 생겼는데, 바로 코로나 암흑시기가 그 계기이다. 암흑시기에 빛이 된 생각이었는지, 불현듯 나도 한 번 차보고 싶다는 마음이 올라왔다.

이제 키는 표준에 가깝고 체중은 표준 이상이므로 체격차이에 대한 염려는 없다. 하지만 몸치인 것은 변함없었기 때문에 많은 이들과 어울려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바로 단체운동에 뛰어들기 보다는 개인레슨을 받기 시작했고, 실제로 운동장에서 뛰는 느낌이 얼마나 희열을 주는지 조금씩 알게 되었다.

그 뒤 매니저로서의 참여방향도 조금씩 달라지게 되었는데…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말씀드리도록 하겠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mens sana in corpore sano)라는 격언과 함께 다음 글을 기다려주시기 바란다.

 

남지영 / 경희미르애한의원 대표원장, 대한여한의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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