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기억은 잊혀도 눈물은 잊히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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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기억은 잊혀도 눈물은 잊히지 않기를
  • 승인 2023.04.28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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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감독 : 미키 타카히로출연 : 미치에다 슌스케, 후쿠모투 리코, 후루카와 코토네, 마츠모토 호노카
감독 : 미키 타카히로
출연 : 미치에다 슌스케, 후쿠모투 리코, 후루카와 코토네, 마츠모토 호노카

2023년 상반기 우리 극장가의 특징이 있다면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스즈메의 문단속>이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1월부터 3월까지 흥행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특히 <스즈메의 문단속>은 기존 일본 애니메이션 중 최고 흥행작이었던 <너의 이름은>이 세웠던 382만명의 기록을 훌쩍 넘은 493만명의 관객수를 기록하고 있는 중으로 이 기간 100만 관객을 넘긴 한국영화가 2편 밖에 없었다는 것과 비교하면 여러모로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5천석의 야외 좌석을 매진 시키고, 입소문만으로 지난 겨울 개봉 후 11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던 일본 영화 한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선행성 기억상실증’에 걸린 마오리(후쿠모투 리코)는 자고 나면 기억이 리셋 된다. 어느 날 학교에서 마오리는 무미건조한 인생을 살고 있는 카미야 토루(미치에다 슌스케)에게 거짓고백을 받는다. 이 일을 계기로 두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 사귀는 것 같이 보일뿐 실제로는 연애를 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으로 만남을 갖게 된다. 그 후 우연히 토루는 마오리가 선행성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으로 그 둘의 만남은 계속 지속된다.

​예전 막장드라마에서 많이 봐왔던 기억상실증은 이제는 그다지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오지는 않는 흔하디 흔한 소재이기에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라는 영화에 대한 기대감도 그리 크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거기다가 영화는 마치 몸에다 자신의 기억을 적었던 <메멘토>가 떠오를 정도로 자신이 기억상실증에 걸려 있다는 것을 알리는 메모들이 가득한 방을 비롯하여 모든 기억이 리셋 되는 주인공 등 같은 소재의 영화들과 별반 차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등의 영화를 연출했던 미키 타카히로 감독은 일본 청춘 영화 특유의 밝은 감성으로 풋풋하고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자극적인 장면 하나 없이 표현하며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자칫 진부한 소재와 평이한 이야기 구조가 지루하게 다가 갈 수도 있지만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는 후반부에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사건과 이에 따른 반전을 단순히 신파로 표현하지 않고 영리하게 풀어내면서 많은 관객들에게 눈물과 잔잔한 감동을 전하며 색다른 이야기의 맛을 느끼게 하고 있다.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오늘 밤, 세계에서 이 눈물이 사라진다 해도>라는 스핀오프 소설도 출간이 되었다고 하니 함께 보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일본의 인기 보이그룹의 멤버인 미치에다 슌스케를 비롯 후쿠모투 리코와 후루카와 코토네 등의 라이징 스타들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연기력을 선보이며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만한 청춘의 기억을 보여주고 있다. 꽃이 만발한 화창한 봄날에 마음이나 옆구리가 허전한 사람들이 있다면 이 영화와 함께 그 빈자리를 채워나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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