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1054> - 『壁墻神方』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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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1054> - 『壁墻神方』③  
  • 승인 2023.04.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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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술이 거쳐 간 자리, 酒客病

  본문에서 전호에서 소개한 仙傳論에 이어 한열총론, 내상, 산후잡병총론, 그리고 痢疾總論을 지나 의론부 한 가운데로 진입해 들어가자 論酒客病, 四氣所傷論, 상한온병열병설이 차례로 나타난다. 또 뒤이어 醫師安瓚精通醫術, 本草引纂捷徑과 같이 흥미로운 주제들이 줄지어 등장함으로써 독자의 눈길을 한눈에 끌어당긴다.

 ◇ 『벽장신방』
 ◇ 『벽장신방』

  이 책은 외형의 크기만 해도 34.5×21.5cm에 달할 정도여서, 보통 필사본 의약류 초본으로서는 보기 힘든 대단히 큰 판형을 지니고 있다. 더욱이 상하 분단 없이 각 면 14행에다가 위아래 행당 34자, 거기다 간혹 주석까지 쌍행으로 기재했으니 이 책을 베껴 적은 등사자야 말로 대단한 필력의 소유자임에 틀림이 없다.

  술은 고래로 ‘百藥之長’이라 일컬어져 왔고 적당히 마시면 약이요, 과음하면 해가 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또 사회적으로는 성인이 된 사람에게 사교를 위해 적절한 음주문화가 당연시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요즘 건강관리 차원에서는 술에 적당량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소량이던 다량이던 모두 인체에 해악을 미치는 1급 발암물질로 간주하여 적극적으로 금주하기를 권장하고 있다.

  해서 이참에 여기에 실린 酒客病에 대한 논설에 어떤 생각이 펼쳐져 있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술이란 화열한 성질에 유독하다. 기미가 모두 양에 속한지라 형체가 없는 물질이다. 만약 술에 손상을 입으면, 반드시 발산시켜 땀을 내야만 나을 수 있으니 이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 다음으로는 소변으로 배설(利小便)시키는 것 만한 것이 없다. 이 2가지는 몸 안의 습을 상하로 분산시켜 없애는 것이니 술병이 생길 수 있겠는가.”라고 말하였다.

  또 이어 “요즘 술병에 걸린 사람들이 종종 酒癥丸을 먹고 화열한 약으로 사하시키거나 혹은 견우자(흑축)나 대황 같은 약재로 설사시키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사실 무형의 원기가 병을 얻은 것인데, 거꾸로 유형의 陰血을 사하시키는 셈이니 이치에 어긋나고 잘못됨이 매우 심각하다.”라고 하며 통렬하게 비판을 가했다.

  술의 성질이 大熱하여 이미 원기가 손상되었는데, 다시 거듭해 사하시키니 신수와 진음을 덜어내게 될 뿐만 아니라 하물며 유형의 음혈까지 모두 부족하게 되고 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즉 음혈은 더욱 허핍해지고 眞水는 갈수록 빈약해져, 양독의 열사가 크게 왕성해져 거꾸로 陰火를 증대시키니 이로써 원기가 자꾸만 사그라져 七神이 어디에 의지할 수 있겠는가라고 통탄해 마지않았다.

  이러한 술의 폐해는 본디 타고난 수명도 절단 나게 되거나 아니면 허손병을 얻게 된다고 한탄했다. 『금궤요략』에 말하기를 술병으로 얻은 황달(酒疸)에 사하시킨지 오래되면 黑疸이 되고 만다고 했으니, 이와 같은 경고를 범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는 것이다. (치료법으로는)술로 인한 습사를 上下分消시키는 것 만한 것이 없으니 갈화해정탕으로 주치해야한다고 결미를 맺고 있다.

  이어 四氣所傷論은 『소문』․ 생기통천론에서 입론하여 춘하추동 계절에 따라, 풍한서습 사기가 침해하여 병을 일으키는 機制에 대해 설명하였다. 상한온병열병설에서는 중경의 상한치법과 온병, 열병의 치료법을 비교해 논증하고 1~2가지 상한치방으로만 통치하려 하지 말고 시기에 따라 손익해서 다스려야 함을 강조하였다.

  또 말미에 수록한 ‘醫師安瓚, 精通醫術’조에는 경험의안이 실려 있는데, 이것은 이미 『기묘록보유』에 수록되어 알려진 것이다. 의사 안찬은 기묘사화에 스러진 사림학자들과 함께 교유한 죄목으로 희생당한 의학명현으로 자세한 사적은 거의 인멸되었으나 이 奇譚醫話만이 몇몇 저술이나 의서에 채록되어 전해지고 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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