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수용화 사향, 재도약하는 한의계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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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수용화 사향, 재도약하는 한의계를 위하여
  • 승인 2023.04.13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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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서

김민서

mjmedi@mjmedi.com


- 노화의 시계를 되돌리다 -
김민서​​​​​​​한의사
김민서
한의사

사향의 개규성신(開竅醒神) 효능은 수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오감(五感)의 센서를 종일 밝히고 있는 현대인의 피로 해소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다. 종일 책과 씨름하는 수험생, 이른 아침부터 밤 늦은 시간까지 방대한 육체적, 정신적 활동으로 지친 직장인, 근피로와 체력소모에 늘 대비해야 하는 운동선수들에게 공진단이 여전히 ‘고급’ 보약으로 그 입지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는 이유도 사향이 가지고 있는 효능을 누리기 위해서이다. 수용화 사향에서 찾아낸 단백 성분에서 체력회복, 항산화, 항노화의 효능을 입증할 근거를 조금 더 밝히고 본 기고를 마무리 하고자 한다.

 

1. 수용화 사향, 노화를 늦추는 열쇠를 지니다.

眞氣의 발전소, 미토콘드리아

미토콘드리아는 세포단위에서의 호흡을 통해 우리 몸의 에너지(ATP)를 만드는 발전소 같은 기관이다. 나이가 들면 전신의 세포에서 미토콘드리아 양과 기능이 저하되고 그에 따라 근육량 감소, 심장 기능의 저하, 치매와 같은 신경 세포의 퇴행과 세포사를 일으킨다. 손상을 받아 기능 이상을 일으킨 미토콘드리아는 스스로 제거 하는 시스템인 자가포식(autophagy)과 불필요한 부품들을 청소하는 미토파지(mitophagy)에 의해 분해, 복구되거나 새로운 미토콘드리아로 생합성 할 수 있는데 이 균형에 의해 미토콘드리아의 품질은 항상성을 가지게 된다.

조깅과 같은 유산소 운동은 노화에 따른 근육량의 감소나 심장 기능 저하를 예방하는데, 지속적이고 꾸준한 운동이 근육세포의 미토콘드리아를 양적으로 늘리기 때문이다. 미토콘드리아의 분열과 융합, 양방향의 조화를 돕는 미토콘드리아 조효소는 기능 회복의 측면에서 도움이 되는데 수용성 사향에 미토파지에 관여하는 다량의 조효소와 자가포식에 관여하는 BAG3 단백질이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황기, 인삼, 우황, 웅담 등 많은 약제에도 미토파지를 조절하는 성분이 포함되어 있으며, 그 기전에는 parkin, 샤페론 (HSP70.90), BAG3, P63 등 많은 단백질들이 관여 하는데 수용화 사향에서 만큼 다량의 조효소를 포함하는 천연물 약재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신경 퇴행성 질환의 치료에도 손상된 미토콘드리아의 구성요소를 제거, 교환하는 미토파지가 제 때 일어난다면 세포 소기관 (organelle) 전체가 세포사 당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결함이 생겨 손상된 미토콘드리아가 축적되어 운동뉴런의 세포사가 일어나 생기는 근위축성 측색경화증(ALS)에서, 세포호흡 활성화 효소인 시르투인(SIRT3)을 적용한 치료에 관한 연구가 이를 뒷받침 한다. 자생한방연구소에서도 공진단이 ‘시르투인1’ 유전자를 활성화하여 신경보호와 노화를 억제하는 연관성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는데 그 기전에 바로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을 활성화 하는 조효소가 관여한다. 젊었던 한 때처럼 근육과 심장기능의 활력을 되살리고, 노화의 진행과 신경의 퇴행을 늦출 수 있는 물질을 함유한 사향이 보약의 선두주자가 될 근거가 이렇게 확인된 것이다.

 

뇌 신경 퇴행으로부터의 회귀

성상세포는 뇌세포의 25-30%를 차지하며 뇌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고, 철분과 수소이온 농도를 조절하고 뇌세포의 신호전달 통로인 시냅스 형성에 관여하는 세포이다. 또한 혈액 내 이물질이 뇌의 실질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는 BBB(blood-brain barrier)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역할을 해 뇌의 살림살이와 지킴이 역할에 반드시 필요한 세포이다. 성상세포는 수면조절, 뇌 신경세포 손상의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뉴런의 전기 신호 대신 칼슘 신호를 이용하여 작용한다. 수용성 사향에서 발견된 시냅토타그민 XI(synaptotagmin XI) 은 신경전달물질로 채워진 작은 주머니인 시냅스 소포의 막에 위치하는 칼슘 센서 단백질이다. 활동 전위가 신경 말단에 도달하면 칼슘 이온의 유입을 유발하여 시냅토타그민에 결합하는데, 이 결합으로 인해 시냅스 소포가 원형질막과 융합되고 신경 전달 물질을 포함한 내용물이 시냅스 간극으로 방출된다. 따라서 뉴런이 서로 통신하는 과정의 필수 구성 요소이며 적절한 뇌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성상세포가 손상에서 회복되려면 유입된 칼슘을 세포 외로 방출해야 복구가 되는데, 시냅토타그민 XI이 칼슘을 세포 외로 방출하여 성상세포를 회복하여 뇌 손상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중추 신경계의 만성 염증성 질환으로 인한 신경 퇴행의 기전에서, 신경 수용체의 불균형이 뉴런에서 글루타메이트로 유발된 흥분 독성(excitotoxicity)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글루탐산의 과작용은 신경퇴행성 질환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수용화 사향에서 발견된 대사성 글루타메이트 수용체 8(GRM8)은 흥분 독성의 조절제 역할로서 중추신경계 염증에서 신경 보호의 역할 및 흥분 독성의 취약성을 극복하는 치료적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전에는 급성 중풍 환자에게 코로 사향가루를 흡입하게 해서 빠르게 회복을 유도했는데, 개규의 의미로 깨어난다는 개념이 신경세포 회복의 효능까지 포함하는 선현의 혜안은 현대적 의미의 뇌 손상 회복 기전을 통해 이해할 수 있었다.

 

2. 사향, 지속 가능한 치료제로 자리매김 할 때 까지

지금까지 사향의 다양한 약리활성은 주로 뇌신경 보호 효과와 함께 알츠하이머 치매, 허혈성 뇌 질환과 심장질환 등에서 효능 연구가 많이 이루어졌다. 또한 항염증 효과, 수면 유도 및 진통효과, 항염증 및 심근경색 억제효과, 당뇨병성 신증 개선효과, 골다공증 개선효과에 대해 수많은 실험과 임상을 통해 증명되었는데 이는 고서에서 밝힌 十二經脈의 순환을 도와 開竅醒神과 經絡을 通達시킨다는 사향의 의미를 잘 반증해주는 결과이다.

방향성 성분에만 집중하면 과거 인사불성의 중풍 환자에게 사향 가루를 콧구멍으로 흡수되도록 하는 치료법, 향을 날리지 않기 위해 금박을 씌우는 제환 방법에서 변화를 생각하기 힘들지만, 사향의 유효 물질이 무스콘이 아닌 단백 성분에 의한 것이라는 이번 연구 결과는 사향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과 범위를 대폭 늘릴 수 있게 하였다. 수용화 사향은 건기식 시장에도, 병원의 의약품에도 없는 한의학 고유의 약재로 그 위상을 잘 지켜왔으며, 이제 현대적 의미에서 그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수용화 사향은 사향 원물로부터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어 안전성이 높고 단가는 절반 이하이며, 리포좀화된 사향의 성분으로 약효의 지속 시간은 늘어나고, 효과는 배가 되었다. 또한 물에 잘 녹는 특성으로 사향을 탕제용으로도 사용 가능하니 한약으로 치료할 수 있는 영역을 더욱 풍부하게 할 것이다. 실제 수용화 사향을 2달간 일정량으로, 아주 뜨거운 물에 끓여 향을 날리고 복용한 결과 수면의 질이 좋아지고, 근지구력이 향상되며 짜증이 줄어들어 신경안정과 미토콘드리아 활성에 작용한다는 의미를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3. 유효성분 연구를 통해 소통의 장을 넓히다

물에 잘 용해된다는 장점은 사향 약침이나 공진단 약침의 조제를 가능하게 한다. 지난 대법원 판례에서 공진단 약침, 산삼 약침의 유효 성분에 대한 입증 자료가 충분치 않아 한의계의 신뢰를 잃은 사건들이 있었다. 사향의 의미를 제대로 입증해 줄 성분을 분명히 밝히고, 의미 있는 농도가 함유된 약침으로 환자와 소통 기회를 늘릴 수 있을 뿐 아니라, 당면한 현실의 벽을 허물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한약의 제형 변화는 단순한 형태의 변화에 국한하지 않고, 한약이 가지는 성분의 효능을 극대화시키는 것에 이르는 것이 근본적인 목적이며, 이것이 참된 의미의 수치와 법제이다. 이런 변화 과정 속에서 한약의 약리 효과에 대한 객관적 근거의 뒷받침이 가능해지고, 한의학 고유의 생명관을 잃지 않으면서도 치료 의학으로서 가치를 입증해 낼 연구 성과들도 창출 가능하다.

동서비교한의학회에서는 기존의 증류 추출 약침의 한계를 극복하고 탕제 수준의 효과가 나타나는 약침을 개발함과 동시에 유효성분을 증폭시킨 약제 연구의 노력을 쉬지 않았다. 한의약을 안전하게 흡수하고 빠른 효과를 나타내도록 하는 방법의 변화는 한의계에서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며, 통용되는 방식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시도는 국민들에게 한의 치료의 신뢰를 높일 수 있는 해결책이 된다. 이번 연구가 일차의료 영역에서 사향을 비롯한 한의약의 가치를 공고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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