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과 한의학 서적 두 권에서 ‘드루이드 한의사’ 인생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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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과 한의학 서적 두 권에서 ‘드루이드 한의사’ 인생 시작됐다”
  • 승인 2023.03.09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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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책 사람을 읽다(24) 이상훈 한의사

인생의 책, ‘골든아워’-‘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칼의 노래’

글도 모르던 어린 시절부터 즐겨 찾던 서점…인스타그램에 독후감 남기기도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부산대 한의전에 입학하기 전에 생물학을 전공했다는 이상훈 한의사는 “지금도 동‧식물을 좋아하여 관련 책도 종종 읽고, 한의전 재학 당시에는 기숙사 베란다에서 식물을 기르기도 했다. 그래서 동기들이 나를 ‘드루이드’라고 불렀다”며 “언젠가는 다양한 동물이 찾아오는 나만의 생태 정원을 만들어야겠다는 상상을 하며 살고 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러나 ‘드루이드’ 이상훈 한의사의 현재 상황은 생태정원의 삶과는 거리가 멀었다. 책을 좋아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인터뷰 요청을 하자 “가능은 하지만 내일 모레부터 인턴으로 일하기 때문에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는 급박한 답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에 다독가 이상훈 한의사는 지난 3월 1일부터 대구한의대 부속 포항 한방병원에서 수련의로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인터뷰가 게재될 시점에는 책도 책이지만 신문도 읽기 힘들 가능성이 높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의 영향으로 도서관이나 서점에 자주 놀러갔다고 했다. 글을 알지 못하는 나이라 그림만 보고 넘기는데도 시간을 잘 보내는 어린이였다고 한다. 관심이 있는 책은 표지가 너덜너덜해질 때 까지 읽는 열정의 소유자인 그는 지금도 한 달에 2~3회는 서점에서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고 했다.

이상훈 한의사는 “인터넷 서점이 편하긴 하지만, 직접 책을 보면서 책이 읽기 편하게 디자인되어있는지, 가독성이 좋은지 살펴보곤 한다”며 “책을 고를 때에는 책을 올려놓은 매대를 둘러보며 어떤 주제의 책이 인기 있는지 파악하고, 사람들이 많이 보는 트렌드에서 책을 고른다. 그 다음에 내가 좋아하는 분야로 가서 새롭게 나온 책이 무엇이 있는지 살펴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주로 역사, 생물, 종교 그리고 취미 생활과 관련된 책에 관심이 많고, 아무래도 직업이 한의사이다 보니 건강·의학 분야의 책 역시 살펴보는 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인스타그램과 블로그에 자신이 읽은 책의 내용과 느낀 점을 정리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9년부터였다. 평소 일기를 쓰던 습관이 책으로도 이어진 것이다.

이상훈 한의사는 “20대 중반부터 사흘에 한 번 정도 일기를 쓰고 있었는데, 책도 읽은 다음에 조금이라도 글을 써두는 것이 무언가 남을 것 같다는 생각에 시작했다”며 “처음에는 단 몇 줄이었고, 인스타에 최대로 쓸 수 있는 글자 수가 2200자로 정해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에는 여기에 맞춰서 글을 남기고 있다”고 전했다.

책은 동물과 식물을 좋아하던 그가 생물학과에 진학할 때, 그리고 부산대 한의전에 입학해 한의학도로 두 번째 길을 걷게 될 때, 진로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

그는 “어릴 적부터 동‧식물을 좋아해서 생물학자가 되고 싶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여러 TV 다큐멘터리와 생물 관련 책을 본 것이 큰 영향을 줬던 것 같다. 특히 최재천 교수와 권오길 교수의 생물 관련 책이 많은 영향을 줬다”며 “두 사람의 책은 생물 이야기를 딱딱한 백과사전 속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주변의 이웃에 관하여 이야기하듯 생물들의 이야기를 풀어내어 생물에 관심을 두게 했다”고 고백했다.

또한 “또한 군대 병영문고에서 병장 때 읽었던 ‘고미숙의 몸과 인문학 동의보감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 와 부산대 한의전 윤영주 교수님의 ‘한의학 탐사여행’은 내가 한의학으로 진로를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며 “물론 두 책의 성격은 판이하다. 전자는 동의보감의 내용을 삶의 지침서처럼 풀어내어 설명한 인문학책이라면, 후자는 한의학이 의학이라고 설명하는 책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둘 다 내가 한의학을 공부하는 진로를 생각하게 만들어주었다”고 전했다.

이렇듯 생물학과 의학은 이상훈 한의사의 인생의 책에도 굵직한 키워드로 남아있었다. 그는 기억에 남는 의학서적으로는 이국종 교수의 ‘골든아워’를, 일반서적으로는 최재천 교수의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와 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를 언급했다.

중증외상외과 전문의인 이국종 교수의 ‘골든아워’는 아주대 중증외상센터의 약 10년간의 기록을 다루고 있는 에세이다. 이에 대해 이상훈 한의사는 “의학적인 지식을 설명하는 책은 아니지만, 사람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버텨 가는 삶이 담담히 서술된 의학서적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화려한 묘사나 미사여구 없이 그저 담담하게 쓰여 마치 무채색의 회색빛 세상을 읽는 느낌이라 오히려 그 현실이 와 닿았다. 또한 의료인이라면 어떤 마음으로 환자를 봐야 하는지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며 “사람을 살리기 위한, 사람을 위한 일도 이익에 반하고 시스템이 받쳐 주지 않는다면 사람의 목숨이야 어떻든 방치되는 것이 현실임을 보여주는 책이라 생각했다. 읽으면 읽을수록 행복한 결말이란 건 없지만 해피엔딩을 바라게 하는 책이고, 저 깊숙한 곳에서 울분이 오르는 책이다. 그렇기에 더욱 읽어봐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생태학자이자 동물행동학자인 최재천 교수의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는 최근 20년 만에 개정판이 나왔다. 이상훈 한의사는 “어린 시절 동물을 더 알고 싶다고 만든 책이었고, 지금 다시 읽어도 그 내용이 정겹게 느껴진다. 다양한 생물들의 삶에서 우리가 배우고 사랑해 갈 점, 그리고 마땅히 해야 할 점을 들려준다. 그래서 동물이 사람보다 나은 점도 많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책이 동물의 삶에 빗대어 교훈을 주고자 하는 이솝우화 모음집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며 “그러나 이 책이 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그저 교훈을 주고자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제목처럼 지구라는 한 공간에 살고 있는 우리 생명들이 서로 알고 사랑하자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언급한 김훈 작가의 소설 ‘칼의 노래’는 한 인간으로서의 이순신 장군의 삶과 고뇌를 다룬 작품이다. 이상훈 한의사는 “김훈 작가 특유의 군더더기 없는 필체를 좋아한다. 이 문체를 닮고 싶어서 손으로 필사도 해보려 했는데 글씨를 잘 쓰지 못해서 포기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 소설을 특히 좋아하는 이유는 이순신 장군을 어떤 영웅으로 묘사하기보다 고뇌하고, 또 아파하고, 슬퍼하는 인간으로 다뤘다는 점”이라며 비슷한 예로 김훈 작가의 신작인 ‘하얼빈’을 들었다. 그러면서 “우리가 영웅으로 부르는 사람의 인간적인 고뇌를 느낄 수 있게 묘사하여 더욱 그에게 공감하고 존경하게 만든 책이다. 내 인생의 한곳을 차지하는 책이라 혹시 아직 읽지 않은 분에게 추천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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