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고래’의 마지막 일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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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고래’의 마지막 일주일
  • 승인 2023.03.10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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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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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medi@mjmedi.com


영화읽기┃더 웨일
감독 : 대런 아로노프스키출연 : 브렌든 프레이저, 세이디 싱크, 홍 차우, 타이 심킨스
감독 : 대런 아로노프스키
출연 : 브렌든 프레이저, 세이디 싱크, 홍 차우, 타이 심킨스

아직 미세먼지가 있지만 따뜻한 날씨는 봄이 왔음을 알리고 있다. 그로 인해 겨울 내내 추운 날씨에도 난방비 걱정으로 웅크리고 있던 몸을 쫙 펼 수 있으니 더더욱 기분이 좋은 것 같다. 하지만 영화계는 봄이 오면 극장을 찾는 관객의 수가 반비례하기 때문에 비성수기에 들어선다. 물론 그 덕에 영화 마니아들은 평소 보기 힘든 다양성 영화들이 많이 볼 수 있고, 3월 12일에 개최되는 아카데미 시상식과 연관되어 작품들도 많이 개봉되기 때문에 나름대로 다양하게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272kg의 거구로 세상을 거부한 채 살아가는 대학 강사 찰리(브렌든 프레이저)는 갑자기 호흡이 가빠지는 위기의 순간에 선교를 위해 방문한 토마스(타이 심킨스)의 도움으로 간신히 살아난다. 찰리는 평소 간호사인 리즈(홍 차우)의 돌봄을 받고 있지만 이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느끼게 되고,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딸 엘리(세이디 싱크)를 집으로 초대하게 된다. 그리고 엘리에게 매일 자신을 찾아와 에세이 한 편을 완성하면 전 재산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영화의 제목인 <더 웨일>은 영화의 앞과 끝에 등장하는 <모비 딕>이라는 소설 속 고래와 초고도비만인 사람들을 비하하는 단어이기도 한 고래 사이에 의미를 두며 주인공 찰리의 마지막 1주일을 그리고 있다. 사무엘 D. 헌터의 동명의 연극을 영화화한 작품답게 영화 속 공간은 집 안으로만 한정되어 있어 연극적인 영화를 선호하지 않는 관객들의 경우 호불호가 있을 수 있지만 <레퀴엠>과 <블랙 스완>의 감독이자 캐릭터를 세밀하게 그리면서 감정의 변화를 잘 표현하는 연출력을 선보이고 있는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작품이기 때문에 연극적인 영화라 해도 결코 지루하지 않다. 오히려 감정을 과잉하지 않고 배우들에게 모든 것을 일임한 듯한 담담한 연출력은 영화를 믿고 볼 수 있게 한다.

<더 웨일>은 직관적으로 찰리를 둘러싼 이야기들을 쭉 따라 가면서 봐도 좋고, 나름대로 해석해 나가면서 봐도 좋은 작품이다. 특히 솔직함과 관심, 구원 등 어떻게 보면 꽤나 철학적일 것 같은 주제를 사랑 때문에 가족을 버렸던 주인공의 모습과 감정 변화를 통해 서서히 표현해 나가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갖게 해준다. 초고도비만의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특수 분장을 한 브렌든 프레이저는 절절한 인생연기를 선보이며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의 유력한 후보로 지목되고 있으며, 여우조연상에 오른 홍 차우를 비롯한 모든 출연진들의 연기는 보는 것만으로 흥미로우며 영화 선택을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더 웨일>은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3월, 과연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이며, 후회하지 않는 삶을 위해 내가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되새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작품이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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