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에도 한의학 명맥 이어온 행림서원, 기억하고 존중해야 할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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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에도 한의학 명맥 이어온 행림서원, 기억하고 존중해야 할 역사”
  • 승인 2023.03.02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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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호 기자

김춘호 기자

mjmedi@mjmedi.com


▶인터뷰: 행림서원 100주년 기념전시 기획한 윤성준 학예사

“백 년의 역사 지니고 수없이 많은 한의서 출간…미래 유산으로 남겨지길”

[민족의학신문=김춘호 기자] 지난해 12월 27일부터 서울약령시한의약박물관에서는 ‘행림, 백년의 기억’을 주제로 한의서 출판사인 행림서원과 관련된 전시회가 진행되고 있다. 박물관 2층에 전시된 기획전에는 일제강점기부터 1950년대, 1960년대 등 그동안 행림서원에서 발행된 의서 등을 볼 수 있다. 이 전시를 2년 전부터 기획하고 자료 수집 등에 앞장선 윤성준 학예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서울약령시한의약박물관 학예연구사 윤성준이다. 2017년 6월부터 근무했으며, 그동안 서울약령시 시장경제가 가장 전성기였던 1990년대 시장풍경을 담은 사진전, 약초꽃을 민화로 재현한 약초 민화에 피다, 구입유물 중 조선후기 한약처방전을 중심으로 담은 신소장품 특별전, 서울약령시의 형성과정을 인물과 사진, 영상으로 보는 서울약령시 아카이브전, 3D온라인 박물관, 3D와 홀로그램 그리고 유물이 융합된 ‘장생의 염원 Digita과 색을 입다’, 그리고 이번에 선보이는 '행림 백년의 기억'을 기획해 왔다.

 

▶지난해 12월 27일 '행림, 백년의 기억'을 주제로 특별기획전이 시작됐다. 2년 전부터 직접 기획했는데 이유는 무엇인가.

행림서원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건 2019년부터였다. 사실 내가 근무하기 이전인 2017년까지 우리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유물은 420점에 불과했다. 소장유물의 종류는 다른 한의학 관련 박물관이 갖고 있는 한의약학 서적, 의약기 등 우리가 한의약박물관으로서 당연히 소장해야 할 유물이었다. 물론 이와 같이 전통의학과 관련된 유물을 소장하고 보존하는 것은 당연하고 최우선적으로 해야하는 것은 맞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서울약령시가 조선 후기 종로와 을지로 일대의 민간의료시장을 이어온 역사성을 지니고 있는데, 이를 보여줄 수 있는 유물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특히 서울약령시장의 역사도 60여 년이 넘는데 이 역시 보여줄 수 있는 자료들은 더더욱 없었다. 그래서 이 시장의 역사를 수집하는 데 집중했다. 1990년 이후의 자료들은 있으나 그 이전의 자료들은 단 몇 점에 불과해서 시장의 역사를 수집하는 데 집중했고 서울약령시장을 돌아다니면서 한의원, 한약방, 약업사 등 한약 시설과 관련된 업소를 방문해 기증을 유도하고 받아내기 시작했다. 한의약진흥센터 안내데스크 앞에 기증자들의 명패가 있는데, 모두 2017년부터 내가 직접 돌아다니면서 자료기증에 동참해주신 분들이다. 여기에는 나의 절친한 친구의 아버님도 계신다. 심지어 한약방이 폐업하는 날 그곳의 자료들을 모두 기증받아오기도 했다. 그렇게 자료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행림서원의 의서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행림서원이 지니는 한의학계나 한의학사의 눈부신 가치를 알게 됐다. 그런데 행림서원의 가치가 한의학계에서 공유될 뿐 일반 대중들에게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행림서원은 한의학계에서만이 빛나는 가치를 지닌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 근현대사에 있어서 한의학을 발전시킨 빛나는 역사성을 지닌 콘텐츠다. 특히 일제강점기 단절될 수 있었던 한의학의 명맥을 이어가고 오늘날 한의학을 대중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행림서원은 우리가 기억하고 존중 해야할 역사다. 더욱이 그 행림서원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며, 백 년의 기업으로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 회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근현대사속에는 이미 없어진 존재나 같았다. 이뮤지엄을 통해 전국에 있는 박물관의 자료들을 살펴본 결과 행림서원의 자료들을 소장하고 있는 기관들은 여럿 있었다. 그러나 의학과 관련된 자료는 그 목적성을 띠지 않은 박물관이 아니라면 행림서원의 자료들을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보존하기는 어렵다. 또한 의학이라는 특수 전문 분야라서 내용들을 분석하기도 어렵고 연구도 쉽지 않다. 그러기 때문에 자료의 수집과 보존이 어렵지 않았나 생각된다. 백 년의 역사를 지니고 셀 수 없이 많은 한의서를 출간한 행림서원이지만 그 규모는 명확히 파악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행림서원 100주년 도록에 수록된 의서도 극히 일부로 파악된 것 중 수록 할 수 있는 것만 선별해서 수록했다. 따라서 행림서원과 관련된 연구는 단기성이 아니라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해서 진행돼야 제대로 된 자료확보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터넷 중고서적에도 확인되는 행림서원 의서들이 여럿 있는데, 소유권 때문에 수록할 수 없었다. 전시를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실물자료의 확보보다, 자료의 목록 확보였다. 그리고 나 혼자 준비하는데에도 많은 한계를 느끼기도 했다. 다행히 경희대 한의학과 김남일 교수, 차웅석 교수께서 도움을 많이 줬고, 특히 김남일 교수께서 많은 것을 알려주시고, 전시를 위한 자료도 흔쾌히 협조해줬다.

이러한 과정을 겪으면서 행림서원의 자료 수집과 보존에 대한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됐다. 그래서 2년전 행림서원 100주년이 되는 1923년을 전후로 기획전시를 준비하게 되었고 이번 전시를 통해 행림서원의 자료들에 대한 관심과 집중도를 높여, 향후 수집보존 할 가능성을 높이고자 기획한 것이다. 특히 우리 박물관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근현대사박물관 협력망에 가입되어 있는 기관이다. 해마다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에서는 공모사업을 공고한다. 그래서 작년 초에 내가 공모사업에 행림서원 100주년 도록 사업으로 응모한 것이 선정되어 1000만원을 지원받게 됐다. 지원받는 과정에서 사업발표와 결과발표도 진행했고 이를 계기로 근현대사의 최고기관인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뿐만 아니라 전국 140여개 근현대사 박물관에 행림서원이라는 존재를 알리게 됐다. 향후 각 박물관에서도 행림서원에 관심을 가지리라 여겨진다.

특별전은 작년 6월쯤 개최하려고 했다. 이유는 더 이상의 자료유실을 방지하고 전시 기간을 길게 잡아 행림서원이라는 존재를 대중들에게 좀 더 깊숙이 인식시키고자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혼자 이 기획전과 도록을 준비하면서 자료 수집이 원활하지 않아 다소 늦어진 감은 없지 않았다.

▶특별전을 준비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이 있는가.

특별전 자체에 중점을 두었다기보다는 행림서원이라는 존재를 알리는 데 목적이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새로운 근현대사의 콘텐츠이기도 하고. 이번 기회를 통해 행림서원의 역사성과 한의학계와 한의학사에 끼친 영향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게 목적이다. 그리고 대한민국 근현대사에서 행림서원이 지니는 의학사적 위치도 반추하고 싶은 것도 있다. 또한 이번 기회를 통해서 행림서원의 자료들이 향후 적극적으로 수집되고 보존되기를 바라는 목적이다.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

자료의 수집과 자료를 해석하는 게 가장 어려웠지만 김남일 교수께서 많은 조언과 해답을 주셨고 ‘비 전공자가 전시하기에는 쉽지 않으니 힘닿는 만큼만 하라’고 말해줬고 많은 자문과 조언을 줘서 진행하게 됐다.

 

▶전시 관람 포인트를 말해달라.

행림서원에서 출판된 한의서를 관람하는 것도 좋지만, 행림서원과 그 역사성에 대한 의의는 약 27분 가량의 인터뷰 내용을 담은 전시영상을 보는 것이 더 관람의 중요 포인트라 생각한다. 총 5명이 등장하는데 홍주의(대한한의사협회장), 김남일(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 안덕균(대한민국 365한의원장), 유정서(전 행림출판 편집차장, 현 ㈜디자인 밈 대표), 이정옥(행림서원 4대 대표)다. 이분들의 이야기 속에서는 행림서원이 지금까지 걸어온길과 근현대사에서 행림서원을 바라보는 안목이 들어있다.

 

▶기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이번 전시를 통해 많은 국민들과 관람객들이 한의학을 지켜오고 대중화를 위해 노력했던 행림서원과 그 창립자 이태호 그리고 이성모, 이갑섭 대표의 헌신 열정들을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이번 기회를 통해 향후 행림서원의 자료들의 수집과 보존이 이루어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의학유산은 단순한 문화유산만의 가치를 지닌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의학은 인간의 삶과 관련된 것이기에 당대보다는 미래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남겨져야할 유산이다. 따라서 행림서원의 자료들이 미래에 가져갈 유산으로 남겨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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