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크리스마스에 나는 아빠가 되었다
상태바
[영화읽기] 크리스마스에 나는 아빠가 되었다
  • 승인 2023.02.24 06: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스위치
감독 : 마대윤출연 : 권상우, 오정세, 이민정, 박소이, 김준
감독 : 마대윤
출연 : 권상우, 오정세, 이민정, 박소이, 김준

예전 예능 프로그램 중에 <인생극장>이라는 것이 있었다.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때 ‘그래, 결심했어!’라는 말과 함께 선택에 따른 상황을 코믹하게 그리면서 큰 인기를 얻었었는데 최근 예전 일을 돌이켜 보다보면 내가 그 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지금 나는 어떻게 되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처럼 우리는 하다못해 물건을 하나 고르더라도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늘 연속 된 선택의 삶을 살고 있다. 그런 와중에 누군가가 당신의 선택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캐스팅 0순위 천만배우이자 자타공인 최고의 스캔들 메이커인 박강(권상우)은 화려한 싱글 라이프를 만끽하고 있지만, 정작 크리스마스이브에 끌어안을 것이라고는 연말 시상식 트로피뿐 밖에 없다. 유일한 친구이자 뒤처리 전문 매니저 조윤(오정세)을 붙잡아 거하게 한잔하고 택시를 잡아탄다. 다음날 아침, 박강은 낯선 집에서 깨어나고, 생전 처음 보는 꼬마들(박소이, 김준)이 아빠라고 부르며 안긴다. 그리고 성공을 위해 이별했던 첫사랑 수현(이민정)이 잔소리를 하면서 등짝 스매싱을 날리는 황당한 사건이 벌어진다.

사실 <스위치>라는 영화제목 그대로 여성과 남성이 뒤바뀌거나 왕자와 거지라는 동화처럼 갑자기 인생이 뒤바뀐다는 부류의 영화들은 너무나 많다. 이 영화 역시 배우와 매니저가 하루아침에 뒤바뀌어 버리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에 그리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스위치>는 단순히 스위치 된 인생에서 발생하는 에피소드에만 집중하지 않고 오히려 톱배우였다가 찌질한 아빠로 변신한 권상우의 이야기에 포커스를 맞추며 선택에 따른 결과와 함께 가족이 주는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절대적인 빌런이 등장하여 갈등을 고조시키거나 억지스러운 신파로 인해 눈물을 강요하는 여타의 가족 영화들과 달리 우리 옆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는 일상적인 이야기로 웃음과 감동을 전하고 있다. 또한 찌질한 아빠역할에 찰떡인 권상우가 인터넷에서 유명한 밈인 소라게를 직접 표현하는 등 코믹 연기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고, 연기 장인 오정세 역시 명불허전의 연기를 선보이며 두 사람의 1인 2색 콤비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재미를 제공하며 영화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착한 영화들이 늘 그렇듯 뒷통수를 때리는 강력한 한 방이 없고,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결말이라는 점이 약간 아쉬워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스위치>는 결말에 등장하는 깜짝 반전으로 인해 영화에 대한 여운을 남기며 우리 가족들을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작년에 예기치 않게 가족들과 몇 달 떨어져 지내다가 최근 완전체로 다시 뭉치면서 가족이 주는 에너지와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어른들을 위한 동화이자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영화인 <스위치>가 전하는 주제에 충분히 공감하게 된다. 영화를 다 본 후 과연 나에게 진정한 행복을 위한 선택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본다면 좋을 것 같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